Best Albums Of 2019
올해의 앨범 선정기준은 시대정신, 파급력, 예술성 순으로 정했다. 개인적인 소견일 뿐이니 참고만 하시길 부탁드려요.
‘아이유의 EP<Love Poem>’처럼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악뮤의 <항해>에는 ‘히트 공식’이라 불리는 클리셰가 없다. 그냥 아티스트들이 느낀 그대로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포크, 컨트리, 일렉 같이 굳이 장르로 거론하지 않아도, 그냥 악동뮤지션의 음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음원 차트 올킬’을 하기위해 모든 가수들이 각 잡힌 군무를 출 필요도 없고, 목 놓아 고음을 질러댈 이유가 있나? 획일적인 한국영화의 클리셰들처럼 K-POP이 기성품만 진열된다면 과연 소비자들이 구매욕이 생길까? 기획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작가주의가 담겨있어야 훌륭한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방탄소년단, 아이유, 태연 등이 주류에서 살아남는 비결이다.
미국언론에서 ‘코라인 인베이젼’이란 표현을 쓸 만큼 위세가 대단하다. K-POP열풍에는 아이돌에 국한되지 않는다. 잠비나이는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영국 글래스톤베리나 미국 코첼라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초청받았다.
여느 포스트 록밴드와는 차별화된 우리나라 장단과 동양철학, 그리고 서양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뒤섞인 밴드사운드로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왔다. 3집 <온다>는 가사와 보컬이 많이 들어가서 휠씬 더 대중적이다. 툴(Tool)의 <Fear Inoculum>, 블랙홀의 <Evolution>, 슬립 낫(Slipknot)의 <We’re Not Your Kind(2019)>처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올해의 메탈 앨범이다.
흔히 기획상품으로 폄하되는 K-POP이 나가야 할 길은 잠비나이, 방탄소년단처럼 자기음악을 확실히 통제하는 뮤지션들이 그런 편견을 깨는 길 밖에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레트로 열풍은 대단했다. 퍼플 마운틴스의 <Purple Mountains>, 브리트니 하워드의 <Jaime>도 엄청났지만, 왠지 과소평가 받는 마이클 키와누카의 손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둘 다 데뷔앨범이지만, 키와누카는 벌써 3장 연속 레트로 R&B에 수절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키델릭/아트 록을 이식하기 하던 2집 <Love & Hate>에 이어 3집 <Kiwanuka>도 포크와 영화 사운드트랙의 요소를 받아들인다. 21세기 사이키델릭을 논함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데인저 마우스의 프로듀싱은 절대적이다. 사운드를 반듯하게 정리해주는 인플로의 공도 크다.
싱글 <Hero>, <Piano Joint (This Kind Of Love)>, <You Ain't The Problem>들은 요즘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기에는 지나치게 옛 향수가 진하다. 그렇지만, 진정성 있는 소울음악을 들려준다. 마치 저항 랩의 선구자, 길 스콧 헤론(Gil Scott-Heron)이 연상되는 그의 의심과 불안은 개인끼리 연대해서 현대의 난민문제와 각종 차별을 이겨내자고 우리에게 호소하기 때문이다.
K-POP 앨범들도 이런 제작 방식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방탄소년단>의 스토리텔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앨범 <Titanic Rising>은 나탈리 메링(와이즈 블러드의 본명)에 관한 자전적인 영화처럼 구성되어있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 하>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1912년 4월 15일에 일어난 타이타닉 침몰사건처럼 현대 POP이 잃어버린 유물 “기악(器樂)”을 다시금 세상에 꺼내놓는다. 나탈리 메링은 자신과 그녀의 아빠가 주장하는 대중음악의 황금기 “70년대“를 완벽히 복원한다. 카렌 카펜터즈를 연상케하는 메링의 미성과 조니 미첼이 절로 떠오르는 곡 쓰기 솜씨는 이번 발굴에 안성맞춤이다.
처연한 챔버 팝 "A Lot 's Gonna Change", 극적인 "Andromeda"의 견고한 백 비트, 스티비 닉스(플리트우드 맥)가 떠오르는 소프트 록 “Wild Time”은 기후변화를 다뤘고, 아티스트로써의 야심작 “Mirror Forever”, 온라인 데이트를 풍자하는 “Everyday”, 영화의 허구성(시뮬라르크)을 비판한 ”MOVIES“ 등에서 70년대 영화음악과 소프트 록, 바로크 팝을 반영함과 자아 성찰부터 현대인의 불안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처럼 듣기 좋은 바로크 팝, 오케스트럴 포크는 Father John Misty, Perfume Genius, Ariel Pink 같은 아티스트를 선뜻 떠올리게 한다. 훌륭한 노래모음인 <Titanic Rising>의 진가는 촘촘한 스토리텔링을 이루는 가사를 통해 완성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담담하게 써 내려간 내러티브는 놀라운 흡인력을 갖췄다. 모바일 혁명 이전의 잃어버린 추억들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말이다.
전작 <My Woman(2016)>은 마치 한 여자의 일생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솔직한 그녀가 이번엔 실패한 연애담을 풀어놓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이 하나있다. 음악은 관념적이며 추상적이다. 영상매체처럼 직관적이며 구체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엔젤 올슨은 필름 느와르처럼 앨범을 연출했다. 벤 배빗과 제레크 비쇼프이 담당한 14인조 오케스트라와 신디사이저 편곡이 놀랍다. 우아한 편곡, 섬세한 페더-라이트 신시사이저, 품격 있는 보컬연기로 작곡 당시의 구상을 하나씩 실현해 나간다.
49분 동안 펼쳐지는 <All Mirrors>의 상상력은 친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에 성공한다. 장엄한 이별축하파티이자 한 개인의 내적투쟁을 이토록 비애감 젖도록 그려내어서 실로 놀랍다.
올해 소울 앨범은 풍년이었다. 자밀라 우즈(Jamila Woods)의 <LEGACY! LEGACY!>,
브리트니 하워드(Brittany Howard)의 <Jaime>, 타일러(Tyler, The Creator)의 <IGOR>같이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이 앨범보다 상투적으로 보이는 <Cuz I Love You>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지난 세기는 분노의 시대였다. 억압하는 자에 맞서 촛불로 뭉쳤다. 그러나 혐오는 그런 타자란 없다. 구체적인 대상이 없이 특정조건을 상정하고 저주를 퍼붓는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82년생 김지영>을 특정한 남의 경험이 아닌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였기에 반향이 크지 않았나? 이처럼 혐오는 나르시시즘의 감정이다. 누군가를 혐오할 때 ‘뇌피셜’과 ‘행복회로’를 돌리는 이유도 간단하다. 오프라인에서 누군가를 대놓고 미워하기가 쉽지 않다. 혐오는 오직 자아를 상상과 과대망상 속에서 보존할 때만 적대할 수 있다. 혐오는 병이다.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이기심을 부끄럼 없이 부린다.
리조(Lizzo)는 혐오가 나르시시즘임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 <Cuz I Love You>는 자기혐오, 열등감, 무기력함 같은 당신의 내면의 악마들을 스스로 떨쳐내라고 주장한다.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솔직히 밝히는 그녀는 외모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여성 스스로가 여성들끼리 외모서열을 매기는 행위를 멈추자고 말한다.
자기 자신이 당당하지 못한데 어떻게 타인의 애정을 갈구할 수 있냐며 자기애를 설파한다. 올해의 페미니즘 앨범은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우리들을 격려한다.
올해 가장 과소평가 받는 음반 중 하나다. 음악애호가라도 인스트루멘탈(연주) 음반을 잘 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메타크리딕이 선정한 ‘올해의 앨범’에 다행스럽게도 뽑혔다.
수많은 일렉트로니카 앨범 중에 본작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디안젤로, 켄드릭 라마, 데이빗 보위 등이 ‘재즈’를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했었다. 3인조 밴드 [The Comet Is Coming]은 재즈에다 일렉트로니카, Funk, 사이키델릭 록을 기막히게 아우른다. 이들이 추구하는 뉴트로'(New-Tro)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통하는 밀레니엄 세대에게 다양한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반면에 역설적으로 이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인간의 싫증을 부추긴다.
뉴트로는 디지털 피로감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반면, 역설적으로 이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인간의 싫증을 부추긴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밀레니엄 세대에게 싫증은 지루함이 아닌 ‘싫은 느낌’ 그 자체라는 점을 볼 때, 뉴트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 유니크한 재즈 앨범이 모범답안일 것이다.
유망주가 기대만큼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그녀는 불과 17세 나이로 올해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녀가 2019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얼터너티브 록’ 부분을 수상한 바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화려한 LA메탈의 쾌락주의와 다른 빡빡한 현실에 지친 대중들이 얼터너비브의 패배주의를 받아들일 때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Z세대는 밀레니엄 세대와 달리 한 번도 호황기를 누려보지 못했다. 사춘기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고, 연 4%이상의 경제 성장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2019년 미국 경제는 내수소비가 증가했지만, 레이건 시대마냥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대들이 래퍼들의 삐까뻔쩍한 SWAG자랑과 달리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래야 느끼기 않을 수 없다. 그 빈 틈을 리오넬 메시마냥 돌파한다.
뮤직비디오는 호러/스릴러 영화처럼 그로데스크하고, 가사는 광기와 자기파괴, 청소년의 반항기를 건드리고, 음악은 그린 데이, 에이브릴 라빈, 마릴린 맨슨, 라나 델 레이, 로드를 적절히 차용하거나 비튼다. 그리고, <우리가 잠에 들면 어디로 갈까?>라는 음반제목에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을 떠올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모든 걸 17세 소녀가 친오빠와 둘이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냈다.
공장에서 무작위로 찍어낸 POP상품 만 듣다가 홈메이드로 제작된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을 들으면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생기를 느낀다. 그래서 이 음반을 ‘올해의 팝/록 앨범’으로 꼽고 싶다.
올해 가장 미학적으로 훌륭한 앨범 중 하나다. 탈리아 바넷(FKA 트위그스의 본명)은 약혼자 로버트 패틴슨과 파혼했으며 여섯 개의 자궁 근종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정신과 육체 모두 망가진 그녀는 음악으로 자기 치유에 나선다. 막강한 프로듀서진 Nicolas Jaar, Benny Blanco, Koreless, Jack Antonoff, Oneohtrix Point Never, Skrillex을 불러 모아 야심찬 비전을 실현시킨다.
핵심은 ‘R&B와 챔버 팝(Chamber POP)의 조화’이다. ‘챔버(Chamber)’가 ‘방'을 뜻하는데, 일종의 실내악처럼 단촐한 관현악을 추구한다. 오케스트라는 영화음악(스코어)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퇴출된 지 오래다. 미디(Midi)가 대세를 이룬 대중음악에 실제 악기가 연주하는 ’기악‘ 형식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역으로 영화음악 요소가 많아지는 이유는 이런 주류에 대한 반동으로 읽힌다. 음악계보로 설명하자면, 1집이 트리키에서 출발했다면, 2집은 뷔욕, 데이빗 보위, 케이트 부시의 아이디어를 대거 수용한다.
“Thousand Eyes”은 엔야가 연상되는 코러스라인은 중세음악에서 착안했다. 트랩 "Home With You"도 묘하게 그레고리안 성가 같다. 여기서 앨범 제목 <막달레나>가 궁금해진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의 가장 신실한 제자이자 그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했음에도, 여성의 힘을 꺾으려 했던 기독교 성직자들에 의해 창녀로 격하된 인물이다.
FKA 트위그스는 이런 종교적 암시를 자신의 고통과 사회의 억압에 비유한다. 그녀가 노린 효과는 역설과 모순의 대비다. 리듬 앤 블루스(R&B)인데도 최신 트렌드와 달리 타악기 사용을 자제한다. 정확하게는 칸예의 <808s & Heartbreaks(2008)>보다 롤랜드 TR-808의 사용을 줄였고, 트위그스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묘한 보컬과 코러스가 언뜻 듣기에는 화성학을 붕괴시킨 듯 보이지만, 오페라를 참고해서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느슨하면서도 긴박하고, 연약하면서도 강해지는 콘트라스트를 부각시킨다. 즉, 앨범 속 화자, 한 여인의 내적 고통은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대변하게 된다.
작금의 흑인음악이 ‘정치적 올바름(PC)’에 함몰된 채 현실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운데 라나 델 레이는 아메리카니즘의 상징적인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로 1920년대 미국인의 삶을 기록한 화가 노먼 록웰을 인용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중 그려지는 1920년대를 흔히 ‘재즈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미국 문학은 자연주의를 발판으로 유럽문학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자연주의는 세상이 중력의 법칙과 같은 자연 법칙의 지배를 받듯이 인간도 유전과 환경의 산물이며, 인간사도 과학연구처럼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의다. 작가들은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며 정글 자본주의의 적자생존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이런 문화적 배경을 둔 앨범<Norman Fucking Rockwell!>은 간략하게 분해해보자!
첫 싱글 'Mariners Apartment Complex'의 분노, 토미 제임스의 <Crimson And Clover(1968)>, 노먼 록웰, 파더 존 미스티를 인용한 히피 찬가 ‘Venice Bitch’, 대공황시대의 유행가 'Dream A Little Dream Of Me'를 패러디한 'Fuck It I Love You'의 절규, ‘The Greatest’은 비치보이스의 Kokomo (1988)를, 'Bartender‘은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쉬가 등장하고, 닐 영에게 존경을 표하는 "Cinnamon Girl" 등은 조니 미첼, 이글스 등 70년대 소프트 록의 자산을 라나 델 레이 특유의 트립 합(Trip-Hop)에 자연스레 흡수한다. 마치 레드 제플린의 <Houses Of The Holy(1973)>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을 기막히게 공존시킨다.
이런 음악적 성취가 일관되게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조국에 대한 우려와 탄식을 솔직히 담았다. 흥청망청하던 재즈 시대가 대공황으로 종식되었듯이 서브 프라임이 지나간 지도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다. 경기순환이 하강할 무렵에 기막히게 <Norman Fucking Rockwell!>이 우리 곁에 나타났다.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라나 델 레이의 통찰력에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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