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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28. 2020

조조 래빗 리뷰 '파격과 전형 사이에 갇히다'

JOJO RABBIT, 2019 영화 후기

<조조 래빗>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처럼 어린이의 시선에서 홀로코스트를 바라본다. 차이점은 <조조 래빗>은 유태인이 아니라 독일 소년의 입장에서 역설적인 상황을 이끌어내며, 블랙 코미디를 자아낸다. 이 풍자극을 통해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반추하도록 이끈다.  

  


●혐오는 어디서 오는가? 

  짧고 간단하게 아도르노의 동일성 원리로 풀어보자! 우리는 시장경제에서 살고 있다. 시장에서 재화와 용역은 동일한 교환가치를 통해 거래가 일어난다. (아도르노는 여기서 노동 가치설을 따르고 있지만, 현대 물리학이 중력이 일어나는 원인을 모르듯이 현대 경제학 역시 가치에 대해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패스하겠다.)     


고로 우리는 화폐 보유량으로 세상을 쉽게 재단한다. 쉽게 수저론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우리는 인간 역시 화폐처럼 단일한 속성으로 재단하려 든다. 유태인과 아리안인, 황인과 백인, 흑인, 혹은 남자와 여자 같은 집합 명사로 크게 묶어버린다. 그러나 같은 민족, 성별, 인종이라고 해서 한 개인을 동일한 기준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있는 개별적인 주체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은 소우주‘라는 말씀이나, 우리 헌법 10조에 명시된 인간 존엄성은 각 인격마다 특수성(개성)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그 법률적 개념이 성립될 수 없다.      


이 같은 주체에 대한 비동일적인 것을 동일한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대상의 특수를 완전히 말살하고, 동일성을 통해 억압과 폭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아도르노는 설명한다.    

 

오늘날 매스미디어에도 이 동일성 원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흔히 여성은 남성에 의해 차별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혹은 여고시절 엄격한 선후배 관계 등에서 여성들끼리의 차별과 억압도 많다.     


마찬가지로 히틀러도 ‘민족주의’라는 동일성 원리를 교묘히 프로파간다 한다. 소위 ‘지도자 원리’라는 불리는 것으로, 인간에게는 우열(優劣)의 차가 있다는 사회진화론을 그 바탕으로 하여 리더에게 전권을 위임 통치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이 원리는 유신헌법의 '국가영도자로서의 대통령‘론, 북한과 중국 일당 독재 체제에 고스란히 계승됐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 [리뷰] 파격과 전형 사이에 갇히다.

<조조 래빗>은 이 동일성 원리의 위험성을 받아들이기 쉽게 시각화한다. 바로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시각적 형식은 웨스 앤더슨의 영향을 받았다. 클로즈 샷과 수평 팬의 이용, 아치형의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다만, 앤더슨보다 훨씬 느슨하고, 만화적으로 과장되어 있다.  


어머니가 유태인인 와이티티가 직접 히틀러 역을 맡은 점이 특이하다. 그의 상상력 넘치는 캐릭터는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유태인 소녀가 등장하는 순간 <조조 래빗>의 위대한 실험은 중단된다. <조조 래빗>은 동심으로 한정짓는 바람에 현실을 제대로 비판하기보다는 문제의식을 1차원적으로 단순화시킨다, 즉, 와이티티는 이 같은 공리주의의 비판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한다. 히틀러의 전체주의(나치즘)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윤리화한 공리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아리아인이 타 인종보다 우월하다며 인종청소를 정당화했는데 이는 최대 다수의 복리를 위해 개인(소수)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적 입장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일성원리와 공리주의를 비판하지 못하는 바람에 와이티티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몇 번의 전투를 승리하는 동안 결국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조 래빗>의 농담은 아첨처럼 들리고 만다. 북한 사람을 인간적으로 그린 <JSA 공동경비구역(2001)>처럼 나치들도 평범한 인간이라고 와이티티는 주장한 꼴이 된 것이다.



★★★☆ (3.5/5.0)      


Good : 세련된 비판정신과 발칙한 상상력

Caution : 나치를 이렇게 그려도 되는가?


■ 스칼렛 요한슨은 출연 분량이 적지만, 가장 존재감이 강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충분히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될만하다.    


■ 비틀즈의<I Want To Hold Your Hand>와 데이빗 보위의 <Heroes>를 독일어로 번안한 아이디어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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