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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Feb 04. 2020

1917 영화 리뷰_시네마의 역습!

2020 아카데미 시상식 

        

《1917 (1917, 2019)》 후기·리뷰_시네마의 역습!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일까? 훌륭한 스토리, 놀라운 시각 효과, 인상 깊은 영화음악, 살 떨리는 서스펜스 등 각자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1917>은 한마디로 로저 디킨스가 촬영한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하나의 롱테이크로 이루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시간 공백이 있어서 2컷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장면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 영화에서 설명 안하지만 제일 멍청한 사람이 가장 직위가 높다.


 <1917>에 쓰인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은 한 번에 모든 촬영을 마치는 ‘원 테이크’와 달리 장면을 나누어 찍은 후 이를 다시 이어 붙여 한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래서 오손 웰스의 <악의 손길 (1958)>의 롱 테이크 오프닝이 그 시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악의 손길>은 당시 촬영감독 러셀 메티의 역할이 큰데 반해 <1917>은 <버드맨 (2014)>처럼 CG로 롱 테이크 장면을 매끄럽게 연결했다. 과연 이렇게 한 장면을 전체 영화에 걸쳐 확대한 의도가 무엇일까?   

   

<1917> 연출을 맡은 샘 멘데스 감독은 전작 <007 스펙터>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한 바 있다. 샘 멘데스 감독과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은 4개월에 걸친 리허설 기간을 가지며 촬영 동선과 현장 배치는 물론 배우가 펼치는 연기 동선까지 결정하고 이후 카메라가 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했다. 인물이 아닌 사건 중심의 서사로 실시간으로 주인공의 여정에 관객들을 동참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관객들을 <그래비티>처럼 전쟁의 한가운데에 영화 관람이 아니라 체험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1차대전의 비극은 발단된 무기에 비해 전술의 발전이 늦은데에 있다.


영화는 샘 멘데스의 할아버지 '알프레드 H. 멘데스 상병'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스코필드 일병(조지 매케이)과 블레이크 일병(딘-찰스 채프먼)이 1600명이 적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공격 중지 명령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1차 대전 당시 무선통신기술이 형편없었고, 기관총, 독가스, 전투기, 전차 같은 현대무기의 발전에 비해 구식 전술에 의존하는 무능한 장군들이 무모한 돌격 외에는 고착화된 전선을 타개할 전술이 부족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반영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지닌 메시지는 독일군 병사로 진행되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1930)>을 영국군 시점으로 바꿨을 뿐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광의 길 (1957)>처럼 제1차 세계 대전의 무능한 지휘부를 드러내는 방식도 에린 모어 대장(콜린 퍼스)과 매켄지 대령(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사 몇 마디 정도가 전부다.



▲원테이크 촬영은 루베츠키가 최고라는 생각이 여기서 바꿨다.


결국 남는 건 놀라운 촬영이 주는 경이로움이다. 스코필드가 끊어진 다리를 건너야 할 때나 야간에 강을 향해 독일군 병사들 틈을 달릴 때의 트레킹 촬영, 대화 장면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리버스 샷을 대체하는 것, 회화 같은 야간 장면, 화면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비행기 추락 장면, 원 테이크이라서 설정 샷을 넓게 잡을 수 없으니까 최대한 낮게 촬영해서 공간을 넓게 잡는 방식은 확실히 로저 디킨스가 위대한 촬영감독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왜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가?   

▲이 장면도 정말 놀라웠다.


<1917>은 ‘1인칭 슈팅 게임(First Person Shooter)’처럼 주인공이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는 사건 중심의 서사구조는 영화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캐릭터의 매력을 죽일 수 있고, 관객들에게 불친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17>는 원 컨티뉴어스 숏을 위해 과감히 FRS 게임방식을 받아들인다. 즉, 샘 멘데스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이 실시간으로 느끼는 감정을 영상으로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때는 호러영화처럼 공포감을 전하고, 어떤 때는 휴머니즘을 공유한다. 

    

이런 극단적인 과감함은 극장에 앉은 관객들에게 집에서 보는 스트리밍이 전달 못하는 무언가를 전달한다. 연출과 촬영을 빼면 남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인들은 샘 멘데스의 그 실험정신에 한 표 던진 것이다.. 



★★★★ (4.1/5.0)     


Good : 실로 경이로운 영상미학, 시네마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Caution : 촬영과 연출을 위해 나머지는 몽땅 버렸다.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작품들이 외면받는건 스트리밍에 대한 영화인들의 거부감인 것 같다. 극장을 소유한 영화인들은 더더욱 그럴테고.


●장단점이 너무나 극명해서 솔직히 별점을 평가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먼 훗날 이 영화가 어떻게 기록될지가 매우 궁금해지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샘 멘데스의 연출보다 토마스 뉴먼의 스코어와 조지 맥케이의 감정연기가 더 인상깊었다.


●학살에 가까웠던 1차대전 참호전은 6.25전쟁의 고지전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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