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 Joon-ho's Films Worst To BEST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자, 그는 평단의 지지와 대중적 흥행이 가장 행복하게 만난 케이스이다. 봉준호는 기존의 장르영화의 규칙에 충실하다가 마자막에 어떻게 해체시키느냐가에서 차별화된다. 그래서 봉준호 영화의 악당은 선과 악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회색지대에 놓이게된다. 이를 통해 '시스템이 마땅히 구성원들을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구성원들이 과연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에 대한 봉준호의 대안은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스템이 보호하지 못하는 개인들의 취약성에 희망을 발견하려는 측면이 존재한다. 즉, 약자가 더 약한 이를 도와주는 게 인상적 방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가끔 메시지가 과할 때도 있긴 있다. 〈 〉
홍콩 국제영화제 국제 영화비평가상
봉준호를 공부하고 싶은 영화학과 학생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플란다스의 개》는 봉준호 연출 스타일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겉으로는 강아지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1998년 서울대 교수 임용 비리 사건을 풍자할 요량이다. 그의 후기작들처럼 정치적 알레고리로써 개를 잡아먹는 부조리한 세상을 블랙 유머로 승화시킨다. 그외에 삑사리의 미학이 가져오는 리듬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 현실적인 부조리를 꼬집는 디테일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야기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그렸던 자본주의는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에 기반하여 소득 불균형에 해소되길 염원했다.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처음 쓴 ’보이지 않는 손‘은 그 공감을 의미한다. 봉준호 감독은 깨어있는 시민들끼리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스미스의 통찰을 빌려왔다.
로맨틱 코미디 형식을 빌려 노동착취와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너무 다양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뻗어나가는 바람에 《미키 17》을 관통하는 단일한 아이디어로 정의할 수 없다는 약점을 노출한다.
뉴욕타임스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
채식주의자 봉준호가 《옥자》를 '사랑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E.T.〉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E.T. 대신에 돼지로 바꾼 것 같다, 전반부는 〈이웃집 토토로〉를, 후반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로 읽히기도 한다.
지적이고 어두운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동화적인 교훈을 강조하기에 이질적이다. 조금 더 들어가보면 ‘동물도 우리 인간처럼 힘들게 살고 있지 않나’고 묻는 주제에서 봉준호가 항상 다루던 동물, 가족, 시스템과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극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다.
로마 국제영화제 감독상·보스턴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에드 해리스의 20분간 독백은 허술한 설정, 부족한 설명, 계몽적인 태도를 비판할 수 있지만, 마르크스적이다. 산업혁명 다시 자본축적 과정에서의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해석된다. 꼬리 칸의 항거는 포템킨 함선의 수병 반란을, 도끼 부대는 코사크 기병대를, 엔진은 와트의 증기기관, 윌포드는 대량생산의 상징인 헨리 포드를 각각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징을 통해 인간은 시스템(사회) 안에서 모여 살아가는 객체이지만, 불합리한 제도와 법률을 만드는 주체(기득권자)이기도 하다라고 아이러니를 빚어낸다.
카이에 뒤 시네마 2000년대 최고의 영화 4위
재난영화 〈감기(2013)〉, 〈백두산(2019)〉를 보면 이 영화의 DNA를 발견할 수 있다. 차이점은 《괴물》은 〈맥팔랜드 사건 (2000)〉라는 실화를 바탕에 뒀고, 나머지는 허구에다 전시작전권을 과대 해석하고 있다. 공통점은 이 고난을 수습하는 것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 메타포는 용산참사, 세월호 사태,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와 사회가 우리를 과연 지켜줬는지를 되묻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괴물》은 반미보다 시스템의 부재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높으신 분들의 부정부패는 파시즘을 병원균처럼 퍼트리고, 그 유일한 해독제는 사랑이다. 가족을 뛰어넘어 공동체를 포용하는 이타심 말이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단연코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미칠 한국영화다. '빈부격차'와 '사다리 걷어차기'는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한계이다. 그 '불평등'을 어떤 한국 감독이 알기쉽게 풀어냈다.
부자가 악인이 아니고, 빈자도 선하지 않다. 우리가 어떻게 계급을 습관으로 내면화하는지 연구하며 우리의 계급 상승 욕구와 측은지심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즐겁게 관람하고 나면, 관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위대한 점이다.
시네마스코프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영화 9위
대한민국 스릴러는 《살인의 추억》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탐정 누아르)의 ‘한국적 변주’에 성공했다. 2003년 같은 해에 만들어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더불어 한국 영화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킨 작품이다. 후세의 많은 한국 영화제작자들이 본받고 싶은 교본이 되었다.
전통적인 살인 미스터리(단서 A가 단서 B로 이어짐)라기보다는 제 5공화국의 법치와 행정의 체계적 실패를 노출한다. 여경의 훌륭한 제안은 무시되고, 중요한 증거는 잘못 다루어지거나 버려지고, 수사에 번번히 실패해서 피해자가 속출한다. 엉뚱한 용의자를 잡아다가 구타하고 자백을 강요당하고,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세부 사항을 간과한다. 또 본 사건과 무관하게 경찰 인력은 시위대를 막거나 엄격한 통행금지령을 통제하는 데 동원되기도 한다.
놀랍게도 이상한 지점에서 웃음을 참을 수 없도록 영화 스스로가 긴장을 해체시킨다는 점이다. 슬랩스틱과 장르적 스릴이 동시에 전달하며 결말에서 진범을 밝히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죄값을 물려받을 다음 세대인 사건 현장 근처에 모여든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이후 쏟아진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시대정신’을 범죄 스릴러에 담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사건을 감정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카예 뒤 시네마 선정 올해의 영화 10위
봉준호는 《마더》부터 자신의 예술적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국민 어머니 김혜자를 통해 한국사회에 퍼진 모성 과잉의 그림자를 비춘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행동이 다른 가정을 붕괴시키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묻고 있다.
그 이기심을 한 개인으로 국한한 독무 오프닝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마지막 군무 장면에서 이 땅의 어머니 전부로 확대된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실 나(봉준호)는 나의 모든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엔딩 〈마더〉 장면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강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봉준호의 누나도 이 작품을 동생의 최고작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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