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aster Movies Of All Time
자연재해는 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난물, 드라마, 공포영화 심지어 코미디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영화 장르에 배경을 제공했다. 전시된 파괴는 그 엄청난 파괴력을 스크린으로 가져왔다. 재난영화는 크게 ①천재지변, ②인재, ③우주 재해, ④괴물(좀비 아포칼립스), ⑤감염으로 나울 수 있다.
우리 중 누구라도 ‘정수(하정우)‘처럼 될 수 있는 불안한 한국사회를 풍자한 씁쓸한 블랙코미디다. 애초 부실시공으로 사건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언론은 조회수을 노리고 자극적인 기사만 양산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정치인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트 4·16’이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맞이하는 관객으로서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현재를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해에 개봉한 〈단테스 피크〉와 〈볼케이노〉는 1980년 5월의 세인트 헬렌스 화산 분출에 착안했다. 차이점이라면 〈볼케이노〉는 일어난 재난에 대처하는 비상대책반의 반장이 시민들의 대처와 구조에 할애한 반면, 〈단테스 피크〉는 주인공이 사전 대피를 중점으로 피력하는 화산 연구가로 내세워 일행의 피난과 안전에 집중했다.
극한 상황에 인간을 몰아넣고 인간성을 시험하는 것이 전통적 재난영화의 재미였다. 디지털 특수효과 기술이 일취월장한 90년대에선 재난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볼케이노〉에 등장하는 화산은 용암이 주로 콸콸 쏟아지는 하와이형 화산 분출의 전형인 데 반해, 〈단테스 피크〉는 성층화산의 플리니식 분출과 그에 따른 화산 재해를 다채롭게 구현했다.
1943년에 멕시코의 미초아칸에서 일어난 파리쿠틴(Parícutin) 화산, 1973년 아이슬란드의 헤이마에이 섬에서 일어난 엘드펠 화산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비상대책반 책임자 마이크가 용암의 흐름을 조정하여 피해를 최소화한다. 여성 지질학자 에이미 반스가 거대한 빌딩을 폭파해 제방을 만들어 용암의 길을 태평양 쪽으로 바꾸어 버리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대재앙에 맞서 싸우는 인간찬가 혹은 자연 정복에 대한 할리우드의 태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정이삭 감독은 레거시 속편을 다른 경로를 택하며, 그렇게 함으로서 엄청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독립적인 속편은 매력적인 주연과 훌륭한 조연, 그리고 원작 영화의 에너지와 스릴을 포착하는 고전적인 여름 블록버스터다. 자연 재해의 치명적인 위협에 기후 과학과 패기로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슈퍼히어로가 지배하는 영화시장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것 같다.
〈에베레스트〉는 1996년 5월 10일 거대한 폭풍이 에베레스트산을 집어삼켜 8명의 등반가들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다.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에베레스트 등반 사상 최악의 인명 손실이다. 〈에베레스트〉는 두 시간 동안 숨을 참게 하고, 이야기가 당신을 집어삼킬 때 절망뿐만 아니라 신경을 곤두서는 긴장감으로 당신을 가득 채울 것이다.
노르웨이 영화는 노르웨이 피오르드 지역에서 일어난 실화를 재구성했다. 모어오그롭스달의 아케르네셋 절벽이 무너지면서 산사태가 일어나 스타방에르 시에 쓰나미가 몰아치는 재난을 다뤘다. 〈더 웨이브〉는 참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강력한 산사태와 거대한 파도를 한 화면에서 함께 보는 것 자체가 기대 이상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고지대로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산길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시속 600km의 대형 파도를 피해 지하벙커로 피신하는 독특한 설정은 이전에 보지 못한 볼거리다. 그리고 여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익숙한 서사가 더해지며, 보편적인 주제와 색다른 장르적 볼거리를 동시에 갖췄다.
놀랍게도 지구의 내부로 들어가는 영화가 여기 있다. 미국의 최고급 인재들이 만든 비밀병기가 인공적인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데, 그것이 그만 지구의 핵을 건드렸다. 핵이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美정부은 선진국을 불러 대책을 논의한다. 지구 핵에 접근해 핵무기를 터뜨려 그 힘으로 멈춘 핵을 돌리게 하는 특공대를 파견하게 된다. 멍청한 각본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싶지만, 위기와 해결의 내러티브마다 과학적 지식을 아주 그럴듯하게 인용했다. 내핵의 회전에 대한 가정이 있긴 하지만, 증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구과학시간에 시청하면 안성맞춤이다.
이 영화는 1961년 원자로 누출 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련 핵잠수함 K-19이 초도 항해 겸 미사일 발사 훈련을 위해 출항했다가 원자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승무원들의 갈등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렸다.
기본적으로 밀리터리 스릴러지만, 재난 드라마로써 탁월하다. 이 말인즉슨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선내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갈등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다.
딱 90년대 재난영화의 모범답안 같다.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다. 다르게 보면 심심한 면이 공존하지만, 과소평가된 수작이다. 뉴저지와 맨해튼을 연결하는 허드슨 강 홀랜드 터널에서 유독 폐기물을 실은 트럭과 경찰에 쫓기던 강도 차량이 충돌한다. 이 폭발 사고로 터널은 유독가스와 화염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하루 50만 시민이 이용하는 터널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전직 응급구조대장 킷 라투라(실베스터 스탤론)는 자진 출동한다. 그도 무작정 들어왔지만, 위기의 순간에 한줄기빛(daylight)처럼 시민들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재난 형식으로 푼 맥스 브룩스의 소설〈세계대전 Z〉는 전 세계 수많은 생존자별로 각자의 경험을 푸는 형식이기에 러닝 타임 내에 물리적으로 다룰 수 없다. 제작진은 원작을 포기하고 UN 조사관(브래드 피트)이 활약하는 액션영화로 각색했다. 원작의 용커스 전투도 안 나오고, 레데커 플랜도 없지만, 예루살렘 공방전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확실히 좀비 블록버스터답게 ‘보는 맛’은 뛰어났다.
역사상 가장 큰 생태학적 환경재난 중 하나를 보도한다. 지난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로 인해 11명의 사상자와 약 2억 1천만 갤런의 원유가 멕시코만 연안 일대로 유출되었다. 영화는 현명하게도 범위를 좁혀 유출의 원인과 폭발사고로 한정지었다. 그러한 재난을 불러일으킨 탐욕과 무책임에 대해 더 강하게 진술할 수 있었으나 사건을 상기시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탁월한 시각효과로 재난 현장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원인불명의 "세계동시정전(世界同時停電)"에 의해 폐허 직전이 된 도쿄를 탈출한 가족의 생존 코미디 영화다. 외가집이 있는 가고시마로 향하는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언론과 통신, 금융이 마비되며, 식료품 등 물가가 폭등하는 문명사회에 대한 희극적 풍자와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기술문명이 가진 맹점들이 드러나면서 아날로그적 방식에 대한 반추가 엿보인다. 이런 재난을 함께 이겨내는 가족이 화목을 되찾는다는 훈훈함까지 있을 건 다 갖춘 작품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아파트 한 채만 보존됐다’는 설정 아래, 대한민국의 지배 레짐을 풍자한다. 약 1200만 채, 한국인의 거주 공간 60%를 차지하는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지, 안식처, 재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아파트를 소유하기 위해, 1062조 3000억 원의 가계부채를 부담하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파트를 둘러싼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역사 전반을 고찰한다. 동시에 극한 상황을 빌어 인간 본성과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2018년 6월 23일, 태국의 유소년 축구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탐루앙 동굴에 갔다가 폭우로 갇히게 된다. 영화는 루즈함 없이 18일 간의 구조 작업에 참가했던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일본 열도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소멸하는 과정을 그린 고마츠 사쿄가 쓴 SF소설이다. 최신 지구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지진, 쓰나미, 태풍 등 재난으로 가득 찬 역사를 가진 일본인의 근원적인 불안감이 반영되어 있다.
많은 일본 영화가 재앙에 대한 은유로 괴수를 사용해 왔다. 〈일본침몰〉은 그런 메타포 없이 궁극적인 재앙을 긴장감 넘치고 직설적으로 바라본다. 지질학적 대변동으로 장장 1년 동안 서서히 열도가 침몰하는 묘사가 적나라하고 공포스럽다. 만약 그런 침몰이 일어난다면 우리나라 남부 지방도 무사하지 않겠지만, 인접국가 중국과 한국이 일본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는 묘사는 통쾌했다.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소방관님'에게는 존경을 표하게 된다. 진중한 드라마와 화끈한 액션이 시너지를 발휘한다.
쟁쟁한 출연진의 연기와 불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묘사한 연출이 기막히다. 또 그 이글거리는 불타는 공기의 떨림을 처음으로 포착한 최초의 돌비 디지털 사운드가 압권이다.
재난영화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거대한 규모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가정한다. 수만 명이 죽고, 건물이 파괴되고, 삶이 영원히 바뀌는데, 인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영웅을 지켜보며 마지막 희망을 품는다. 재난영화는 재앙 앞에서 영웅을 지켜보며 약자를 배려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돌보는 광경을 보여준다. 에어로스미스의 주제가와 마이클 베이의 파괴적인 영상미까지 여러모로 세기말에 들끓던 종말론적 예언에 어울릴 만한 영화이다.
공교롭게도 우연의 일치로 ‘소행성 충돌’을 다룬 〈아마겟돈〉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둘 다 미확인 혜성이 지구의 충돌 궤도에 들어서자 지구인들은 남은 몇 개월 동안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으려 한다. 〈아마겟돈〉에서는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찾아가 냅다 두 동강내버림으로써 충돌을 막고, 〈딥 임팩트〉는 에서는 충돌 직전의 혜성을 폭파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쓴다. 〈딥 임팩트〉은 준엄한 종말을 맞이하는 인류의 모습과, 소천체 충돌의 교과서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과학적 묘사가 신중하게 이뤄졌다.
〈더 임파서블〉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에 대해 갖게 마련인 편견을 무색하게 하는 작품이다. 모든 역경을 딛고 살아남는 삶의 의지를 담았다. 때문에 안일한 휴머니즘도, 억지스런 감상도 없다.
약 2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인도양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마리아 벨론과 그녀의 가족에게 일어난 끔찍한 경험을 그린다. 극적인 위기 탈출 서사에서 탈피하여 재난이 남긴 상흔에 고통스러울 만큼 가깝게 밀착한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인물의 고통이나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그 절심함만 덩그러니 남겨놓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정비공의 실수로 위를 달리게 된 화물열차 777호는 가속이 붙어 시속 160km 속도로 펜실베니아 도심을 질주한다. 유독성 화물을 잔뜩 실은 이 열차가 폭발하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걸 깨달은 열차회사 임원들은 매뉴얼대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태는 더 큰 피해를 유발하고 이를 해결하는 건 회사가 해고한 고참 기관사와 기차 용접공, 열차 안전 관리원과 조차장 직원이다. 이 ‘블루칼라’ 집단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토네이도 재난 영화와 괴물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니 신선하다고 할 순 없지만, 영화의 공포감과 긴장이 상당히 높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악어와의 사투만으로 승부를 보는 재난물로써 끊임없이 위기상황을 만들어내고 그 리듬감이 나쁘지 않다. 컴컴한 지하실에서의 밀실 호러가 물이 차오른 후에 수중 액션으로 변모하다가 막판에는 쓰나미 재난영화로의 전환이 매끄럽고, 속도감이 느껴진다. 강아지를 통한 긴장감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부녀가 고난을 겪으면서 버디(콤비)로 가족드라마로 깊이를 더한 구성도 나쁘지 않다.
영화는 박진감 넘치는 구성에 두 남녀가 사랑을 깨닫는 로맨틱 코미디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폭풍을 쫓는 이야기나 기후에 얽매이는 대신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토네이도는 이혼을 앞둔 두 남녀에게 통합의 장을 마련한다. 토네이도가 만들어내는 재앙과 위협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아끼고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을 선견지명으로 꿰뚫어 본 작품, 소더버그 감독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바이러스 영화를 만들었다. 일례로 여러 바이러스 영화에서 ‘항체’가 있는 면역력을 가진 사람을 해결책으로 등장시키지만, 이 영화는 백신 개발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대사로 단번에 클리셰를 날려버린다. 세상을 멈추게 하고, 수만 명을 죽이고, 감염되지 않은 삶을 뒤엎는 보이지 않는 병원균과 같이 물리적으로 가장 작은 재난에 사회가 반응하는 방식을 섬뜩할 정도로 예측했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의 인간을 놓고 두 영화가 경쟁한다. 〈그래비티〉의 무중력 공간에서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중력 공간에서의 주인공의 과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면, 〈올 이즈 로스트〉에서 삶과 죽음은 바다에 던져진 실존적 인간과 극한 상황 그리고 예측불가능성 속에 관객을 밀어넣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모은 패러디 코미디의 효시 같은 작품이다. 중후한 중년 배우 레슬리 닐슨을 일약 코미디 스타로 만들어 준 작품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양의 시각적 개그와 분 단위로 쏟아지는 영리한 말장난을 특징으로 한다. 〈타워링〉, 〈대지진〉, 〈에어포트〉 등 70년대 재난 영화들을 패러디지만, 구체적인 원안으로 삼은 영화는 〈제로 아워, 1957〉이다. 당시 지나치게 과장된 재난 영화 장르의 익숙한 관습을 활용해서 웃음을 준다. 불편한 인간관계, 어딘가 아픈 아이들, 나약한 겁쟁이, 흑인 불량배, 저속한 표현들까지 전부 개그의 땔감으로 활활 태운다.
SNS에 넘쳐나는 정보량으로 인해 인류의 정보처리능력이 한계를 들어 낸다. 인류는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Meme과 가짜뉴스에 쉽게 흥분하면서도 정작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비판적 사고를 하기 어려운 미디어 환경에 놓인 것이다.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이 장르의 컨벤션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이 장르의 유행을 가져왔다.
타이타닉호의 비극 (A Night To Remember·1958) 로이 베이커
폼페이 최후의 날 (The Last Days Of Pompeii·1959) 마리오 보나드
에어포트 (Airport·1970) 헨리 헤서웨이
대지진 (Earthquake·1974) 마크 로브슨
최후의 카운트다운 (Miracle Mile·1988) 스티브 드 자넷
아웃브레이크 (Outbreak·1995) 볼프강 페테르젠
하드 레인 (Hard Rain·1998) 미카엘 살로몬
인 투 더 스톰 (Into The Storm·2014) 스티븐 쿼일
샌 안드레아스 (San Andreas·2015) 브래드 페이튼
유랑지구 (The Wandering Earth·2019) 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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