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me Movies : ~61위
K-범죄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액션보다는 말,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시한다.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범죄’라는 소재가 수사 당국의 안일함과 성과 제일주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럴수록 성실하고 집요하고 정직한 수사가 이전 K-스릴러와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낮도깨비'라는 범죄조직은 '화이'라는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모두가 아빠라고 부르는 유사가족 형태를 띈다. 즉 살부(아버지 죽이기)의 모티브를 흥미롭게 변주하고 있다. 악은 선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지를 철학적 화두를 던지면서도 공멸의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LA 컨피덴셜(1999)>을 연출한 커티스 핸슨은 90년대 스릴러 장인 중 하나다. 이 영화는 부모의 육아 불안감과 <매리 포핀스>의 가정 침략을 훌륭히 그렸다.
칸 영화제 극본·남우주연상
호아킨 피닉스는 심리적으로 미묘한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폭력은 어떻게 인간을 잠식하는가’에 대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답을 연기한다. 사건과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누군가의 고통을 유영하며 트라우마를 부재증명한다. 굳이 설명하거나 보여주지 않아서 더 선명하다.
1991년 리메이크 버전의 로버트 드 니로도 무시무시하지만, 오리지널에서 로버트 미첨이 보여주었던 '맥스 케이디'는 특유의 무심하지만, 매우 절제된 톤으로 한 가족을 위협하는 섬뜩한 공포를 보여줬다.
‘돈가방‘을 둘러싼 소시민적 욕망을 정말 단순한 계획이 서서히 금이 가는 과정을 질서있게 쌓아간다. 사소한 이기심, 작은 우연, 지레짐작과 불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매함, 서로 다른 가정환경이 빚어낸 오해가 겹치면서 사건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심플 플랜>의 등장인물들이 순박하면서도 이기적인 두 얼굴을 수시로 바꾸는데다 끊임없이 내면의 도덕률과 씨름한다. 그 중산층 윤리의식이 얼마나 허약한지 주인공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서 발가벗겨진다.
<아메리칸 갱스터>는 갱스터의 삶을 공상적인 환상으로 그리지 않고, 시대상과 계급을 묘사한 덕분에 마약이 어떻게 사회를 좀먹는지를 영화적 장치 없이 날것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냈다.
거창한 복수와 운명적 사랑을 ‘환생’을 매개로 뻔뻔스러울 정도로 장엄하게 그려내 보인다. 케네스 브래너는 이 진부한 원형 안에 일정한 흐름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해낸다.
1964년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학교에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상반된 두 사람이 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신념으로 사는 엄격한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메릴 스트립)와 ‘사랑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의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만날 때마다 연기 배틀을 벌인다.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평범한 동네학교의 스캔들에서 종교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진다. 결국 이 심리 스릴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관한 것이다.
거장 루이 말의 인상적인 데뷔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은 프랑스 멜로드라마와 고전 범죄영화의 전통을 따르면서 현대영화의 세계를 나란히 품고 있다.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가 단 4시간 만에 완성한 사운드 트랙은 영화음악 역사에서 빛나는 업적 중의 하나로 남아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미술상
이 영화의 원작을 본 미국의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은 ‘가스라이팅(가스등 효과)’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정의했다. ‘가스라이팅’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피해자 자신이 틀렸다고 피해자 스스로가 생각하게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칸 영화제 감독상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에 잠입했던 흑인 형사 론 스탈워스의 실화를 다루고 있으며, 블랙 파워 정신, 흑인 문화 전반에 대한 메타 유머가 깨알같이 숨겨진 범죄 영화다.
필름 누아르와 <햄릿>의 현대적 해석을 결합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구로사와는 전후 일본의 자이바츠(재벌)의 부패와 탐욕을 탐구한다. 영화는 대기업 내부의 부패와 스캔들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진정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부정부패가 ‘높으신’ 분들에 의해 다시 은폐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줄거리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영향을 받아 주인공 코이치(미후네 토시로)가 재벌가의 사위로 들어가 아버지의 복수를 단행하는 내용이다. 초반 결혼피로연 장면은 훗날 《대부》의 오프닝으로 오마주되었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미술·편집·의상·주제가상
범죄오락물의 조상님은 우리 귀에 익은 유쾌한 선율을 연주한다. 잇따르는 사건이 탄탄한 연기, 재치있는 대사, 몇 차례의 반전, 고색창연한 고전미와 쿨함으로 무장한 명배우들의 협연이 범죄 코미디 본연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알랭 드롱은 남자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그 미모에 의해 그을린 필름 느와르는 신분상승 욕구를 절제된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마이클 만은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복잡한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 있어 명장이다. 재즈를 사랑하는 교양 살인마 빈센트(톰 크루즈)와 그를 막으려는 소시민 택시기사의 교감은 그 어떤 버디 무비에서도 본 적이 없는 참신한 풍경을 자아낸다.
'인종차별주의'를 통해 '증오'가 어떻게 퍼져 가는지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음악상
희극(코미디)은 어떻게 비극과 맞닿아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급기야 대중을 웃길 수 없는 코미디언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부정해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너뜨리려고 한다.
사회란 무릇 질서로 유지되지 않은가? 조커가 벌이는 범죄와 광기, 혼란은 이 질서를 파괴하기 위함이다. 그로 인해 자신만의 해방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조커>가 엇갈린 평가를 받은 이유는,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일련의 과정은 근본적인 사회운동이 아니라 선동에 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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