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기준
1.범죄영화는 넓은 의미에서 문학 장르인 '범죄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장르로, 범죄와 추리의 다양한 측면을 포함한다. 형식적으로 드라마, 갱스터와 같은 타 장르와 겹치거나 결합될 수 있으며, 코미디, 미스터리, 서스펜스 또는 필름 누아르와 같은 여러 하위 장르로 세분화된다.
2.역대 최고의 범죄영화들은 기억에 남을 캐릭터, 잊을 수 없는 스토리와 액션 세트피스를 갖고 있다. 그 영화들은 모두 현실에 기반을 뒀다. 그리하여 첩보물, 액션, 호러를 제외한 범죄와 관련된 모든 장르를 고려했다. 예를 들어 범죄 드라마, 필름느와르, 갱스터 영화, 음모(Conspiracy)스릴러, 에로틱 스릴러, 법정스릴러, 심리 스릴러, 정치스릴러, 테크노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물까지 전부 포괄해서 지난 3년간 정리한 결과임을 공지한다.
3. ①영향력 ②독창성 ③완성도 순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80 : 타짜 (The War Of Flower·2006) 최동훈
최동훈 특유의 개성적인 캐릭터 설계와 맛깔난 대사를 흉내 낸 한국영화가 많았지만, 최동훈 본인조차 ‘제2의 타짜’를 다시는 재현하지 못했다.
일견 <타짜>는 장 피에르 멜빌의 프렌치 누아르처럼 보이지만, 평경장은 무협영화에서 가져왔고, 아귀와의 최종대결을 향해가는 구조는 서부극에서 빌려왔다.
#79 : 사회에의 위협 (Menace II Society·1993) 휴즈 형제
<시티 오브 갓>이 있기 전에 이 영화가 있었다. <사회에의 위협>은 일면 극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빈민가의 삶을 어둡고 살벌한 태도로 조명한다.
#78 : 도살자 (Le Boucher·1970) 클로드 샤브롤
젊은 시절에 히치콕 연구서를 출간하기도 했던 샤브롤은 히치콕에 존경을 바치는 스릴러 영화만을 평생 동안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도살자>는 가장 혁신적으로 히치콕을 받아들였다고 평가받는다.
겉보기엔 동화적인 분위기의 은밀하고도 섬세한 러브스토리처럼 위장했다. 그렇게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와 <열차 위의 낯선자들>을 교묘하게 합친다. 샤브롤 스스로 히치콕 영화의 본질이라고 파악했던 등장인물 들간의 ‘죄의 교환’이라는 주제를 깊숙이 탐구한 작품이었다.
#77 : 밀고자 (Le Doulos·1961) 장 피에르 멜빌
타란티노는 이 영화의 열렬한 팬이며 〈저수지의 개들〉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밀고자〉를 역대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찬양했다. 감옥에서 갓 나온 모리스 포겔(세르죠 레지아니)는 자신의 아내를 숨지게 한 장물아비 질베르를 살해한 후, 보석과 돈을 숨긴다. 포겔은 공범인 실리앙(장 폴 벨몬도)와 저택을 털러 왔다가 경찰이 그들을 급습한다. 모리스는 친구인 실리앙이 밀고했다고 확신하고 그를 찾아 나선다.
1930-40년대 할리우드 범죄 영화에 뿌리를 둔 프렌치 누아르 걸작, 불어 원제는 경찰 제보자를 뜻하는 속어로, 〈밀고자〉는 지하 세계의 명예 규범과 이를 위반한 결과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상징적인 트렌치코트와 중절모를 쓰고 일어나 그늘진 통로 아래를 통과하는 굳은 표정의 범죄자를 보여주는 순간 장 피에르 멜빌이 지하 세계의 보스라는 것을 지켜보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것이다.
#76 : 글린게리 글렌로스 (Glengarry Glen Ross·1992) 제임스 폴리
데이비드 마멧의 유명 연극을 각색한 이 범죄드라마는 해고위기에 놓인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살기위해 강매를 하는 내용이다. 화이트 칼라 즉 은행가, 딜러, 펀드매니저 역시 일종의 판매원이다, 무엇을 팔아야 하는 세일즈맨의 고뇌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다놓았다. 자기자신의 양심마저 팔아치워도 살아남을 수 없는 정글 자본주의의 단면을 말이다.
보장된 급여(소득)없이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설파하는 알렉 볼드윈의 연설은 전체영화를 훔치고, 엄청난 압력 속에 침식되어가는 세일즈맨을 연기하는 잭 레먼, 알 파치노, 케빈 스페이시, 에드 해리스, 알란 아킨, 조나선 프라이스 모두 오스카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한다.
#75 : 무간도 2 (無間道 II·2003) 맥조휘, 유위강
복잡한 서사와 심리를 깔고, 의리보다는 개인의 생존을 중시하는 터라 홍콩 누아르의 적자는 아니다. 인물 중심의 영화가 놓치는 디테일,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놓치는 인물의 내면묘사 모두 훌륭하다. 1편보다 더욱 암울하고, 비극적이다.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무간도 2〉는 진영인과 유건명을 비롯한 모든 이에게 그들의 일생을 옭아맬, 진한 과거의 그림자를 남긴다. 특히 황지성과 한침, 예영효에게 탈출구가 없다고 단언한다.
#74 : 요람을 흔드는 손 (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1992) 커티스 핸슨
<LA 컨피덴셜(1999)>을 연출한 커티스 핸슨은 90년대 스릴러 장인 중 하나다. 이 영화는 부모의 육아 불안감과 <매리 포핀스>의 가정 침략을 훌륭히 그렸다.
#73 : 가라, 아이야, 가라(Gone Baby Gone·2007) 벤 애플렉
‘환경결정론’을 화두로 던진다. 그때부터, 우리는 범인이 아닌 우리 자신의 모습, 사회의 실체, 범죄의 기원을 곰곰이 반추하게 한다.
#72 : 너는 여기에 없었다 (You Were Never Really Here·2017) 린 램지
칸 영화제 극본·남우주연상
호아킨 피닉스는 심리적으로 미묘한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폭력은 어떻게 인간을 잠식하는가’에 대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답을 연기한다. 사건과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누군가의 고통을 유영하며 트라우마를 부재증명한다. 굳이 설명하거나 보여주지 않아서 더 선명하다.
#71 :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Lock, Stock & Two Smoking Barrels·1998) 가이 리치
무조건 <스내치> 보다 먼저 보시기를 추천한다. 이 영화는 다양한 범죄가 들썩이고, 예기치 않는 방식으로 엮이지만, 종국에는, 너부러져있던 퍼즐조각들을 다 맞췄을 때의 쾌감이 전해진다.
#70 : 심플 플랜 (A Simple Plan·1998) 샘 레이미
‘돈가방‘을 둘러싼 소시민적 욕망을 정말 단순한 계획이 서서히 금이 가는 과정을 질서있게 쌓아간다. 사소한 이기심, 작은 우연, 지레짐작과 불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매함, 서로 다른 가정환경이 빚어낸 오해가 겹치면서 사건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심플 플랜>의 등장인물들이 순박하면서도 이기적인 두 얼굴을 수시로 바꾸는데다 끊임없이 내면의 도덕률과 씨름한다. 그 중산층 윤리의식이 얼마나 허약한지 주인공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에서 발가벗겨진다.
#69 : 환생 (Dead Again·1991) 케네스 브래너
거창한 복수와 운명적 사랑을 ‘환생’을 매개로 뻔뻔스러울 정도로 장엄하게 그려내 보인다. 케네스 브래너는 이 진부한 원형 안에 일정한 흐름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해낸다.
#68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Ascenseur Pour L'echafaud·1957) 루이 말
거장 루이 말의 인상적인 데뷔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은 프랑스 멜로드라마와 고전 범죄영화의 전통을 따르면서 현대영화의 세계를 나란히 품고 있다.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가 단 4시간 만에 완성한 사운드 트랙은 영화음악 역사에서 빛나는 업적 중의 하나로 남아있다.
#67 : 다우트 (Doubt·2008) 존 패트릭 샌리
1964년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학교에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상반된 두 사람이 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신념으로 사는 엄격한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메릴 스트립)와 ‘사랑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의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만날 때마다 연기 배틀을 벌인다.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평범한 동네학교의 스캔들에서 종교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진다. 결국 이 심리 스릴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관한 것이다.
#66 : 가스등 (Gaslight·1944) 조지 쿠커
아카데미 여우주연·미술상
〈가스등〉의 원작을 본 미국의 심리치료사 로빈 스턴은 ‘가스라이팅(가스등 효과)’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정의했다. ‘가스라이팅’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피해자 자신이 틀렸다고 피해자 스스로가 생각하게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65 : 의리 없는 전쟁 5부작 (仁義なき戰い·1973-4) 후카사쿠 킨지
일본판 <대부>, 이 영화 이후, 임협(任俠,야쿠자) 영화의 전통에 과감하게 단절을 선언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전직 야쿠자였던 미노 코조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거친 화면, 간결하지만, 직접적인 폭력, 다큐멘터리처럼 사진과 내레이션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야쿠자 세계를 담아냈다.
#64 : 글로리아 (Gloria·1980) 존 카사베츠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필름 누아르에서 ‘팜 파탈’을 지워버렸다. 이 같은 갱스터의 성전환을 통해 장르자체에 충실하면서도 전형성으로부터 탈피하고자하는 치열함이 묻어있는 고전이다. 뤽 베송의 <레옹(1994)>, 왕가위의 <중경삼림(1994)>,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2005)>에 영감을 줬다.
#63 : 증오 (La Haine·1995) 마티외 카소비츠
칸 영화제 그랑프리
파리의 빈민가 '방리유'를 무대로 소수인종(유태, 아랍, 흑인)의 일상을 장 뤽 고다르식 기법과 다큐형식을 빌어 인종간의 갈등을 담았다. 자유·평등·박애로 대변되는 프랑스는 이민과 망명에 관대한 나라이다. 똘레랑스는 실상 이민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 차별로 인한 증오 범죄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62 : 아메리칸 히스토리 X (American History X·1998) 토니 케이
'인종차별주의'를 통해 '증오'가 어떻게 퍼져 가는지를 거침없이 폭로한다.
#61 :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1991)/라스트 듀얼(Last Duel·2021) 리들리 스콧
아카데미 각본상
둘 다 ‘로드무비’과 ‘시대극’이라는 장르의 젠더를 바꿔 여성주의를 영리하게 도드라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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