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Action Film)
1. 박력 있는 내용의 활극 영화(活劇映畵).
2. 폭력성이 줄거리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영화, 주로 생명이 위협받는 위기, 위험한 악당 등 신체적 역경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액션은 오랫동안 영화에서 반복되는 요소였지만, 1970년대에 스턴트와 특수효과가 발전하면서 '액션 영화' 장르로 분화되었다. 기본적으로 스릴러 및 어드벤처 장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시나리오 작가이자 학자인 에릭 R. 윌리엄스는 11개 장르(범죄, 판타지, 공포, 로맨스, SF, 드라마, 스포츠, 스릴러, 전쟁, 서부극, 슈퍼히어로)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3.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액션 전문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에 가산점을 줬다. 액션보다 타 장르의 비중이 크면 감점 처리했다.
#80 :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2006) 제임스 맥테이그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공동 창작한 DC코믹스(그래픽노블)가 원작이다. 독재정부의 철저한 감시체제와 그것이 일상화되어 비판력을 상실한 국민이라는 모티브는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왔던 ‘빅브러더‘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79 : 지하의 하이재킹 (The Taking Of Pelham 123·1974) 조셉 사전트
〈지하의 하이재킹〉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도 결코 관습적인 액션영화라 부를 수 없다. 첫째, 주인공 월터 매튜는 액션 영웅과 거리가 멀다. 둘째, 긴박한 인질극 속에서도 경쾌하고 생기가 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감독과 액션 장르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끼쳤다. 인질극을 상대하는 눈치 빠른 뉴욕경찰 하면 아마도 〈다이하드〉이 퍼뜩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제자 격인 〈다이하드〉가 또 얼마나 많이 모방되었는지를 고려해 볼 때 더욱더 그러하다.
#78 : 수라설희 (修羅雪姬·1973) 후지타 토시야
주인공의 사연이 도리어 영향을 받은 〈킬빌〉이 아찔하게 느껴질 정도로 처절하다. 고이케 가즈오의 동명 만화 시리즈를 바탕으로 지금보기엔 팽팽하지 못한 구간이 더러 있지만, 가히 20세기 최고의 복수극이라 할만큼 굉장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77 : 분노의 13번가 (Assault On Precinct 13·1976)/빅 트러블 (Big Trouble In Little China·1986) 존 카펜터
미국은 세간의 평과 달리 무술영화 강국이다. 《빅 트러블》은 장 클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척 노리스, 제이슨 스타뎀, 스콧 앤더슨 같은 할리우드 무술스타 없이 만든 미국식 무협영화다.
《분노의 13번가》에서 조지 루카스가 질투할 만큼 폐쇄 공포 연출에 경지에 다다랐지만, 존 카펜터는 캐릭터들 간에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충돌하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어린이 살해라는 금기를 깬 용기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다. 훗날 장-프랑수아 리셰에 의해 《어썰트 13 (2005)》로 리메이크됐다.
#76 : 황혼에서 새벽까지 (From Dusk Till Dawn·1996)/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2007) 로버트 로드니게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영화 역사상 가장 도발적이고 획기적인 뱀파이어 영화다. 범죄 누아르에서 어반 판타지로 전환되는 블루오션을 새로이 개척한다. 기존에 없던 시장이 열리자 〈블레이드(1998)〉, 〈레지던트 이블(2002)〉, 〈언더월드(2003)〉가 뒤를 잇는다.
〈플래닛 테러> 역시 온몸이 찢겨나가고 사지가 해체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만화적으로 과장된 탓에 이 분탕질이 짜릿하다.
#75 : 워리어 (The Warriors·1979)/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Streets Of Fire·1984)/드라이버 (The Driver·1978) 월터 힐
월터 힐은 어떤 소재의 이야기든 영화의 기본 뿌리를 웨스턴 장르의 틀에서 출발한다. 덕분에 기발하고 참신한 장르영화가 탄생했다. 거처 없이 떠돌면서 사는 무법자의 삶을 도시로 옮겨온 것이다. 더불어 장 피에르 멜빌의 〈사무라이(1967)〉을 지렛대 삼아 필름 누아르의 컨벤션을 위배한다. 이러하므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계열, 이를테면, 〈매드 맥스〉나 좀비 영화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워리어〉는 〈스파이더 맨(2002)〉, 〈짝패(2006)〉, 〈스콧 필그림(2010)〉, 〈존 윅 3(2019)에〉 차용되었다. 그다음 작품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와 더불어 게임 〈파이널 파이트〉의 모티브가 된다.
〈드라이버〉는 자동차보다는 운전기사에게 중점을 둬서 액션 장르에 획기적인 변곡점을 가져왔다. 운전기사 영화로 총칭된 스타일은 마이클 만, 제임스 카메론, 쿠엔틴 타란티노 에드거 라이트의 〈베이비 드라이버〉 등이 모방했고,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드〈라이브〉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보여주는 말투와 행동,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폴 워커가 연기하는 특유의 표정과 스타일 등은 모두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드라이버를 연기한 라이언 오닐이 원조다.
#74 : 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2010) 이정범
한국 영화가 왜 지금 세계 최고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아저씨’를 꼽을 수 있다. 요즘 할리우드가 제작하는 대부분의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진부한 플롯과 부족한 개연성, 작위적인 대사에도 불구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환상적인 연기, 그리고 본능적인 스릴감은 충분히 박수갈채를 받을만하다.
#73 : 노스맨 (The Northman·2022) 로버트 에거스
로버트 에거스의 핏빛 바이킹 서사시는 스트리밍 시대에 볼 수 없는 진귀한 가치를 지닌다. CGI의 홍수아래 부수지만 양감이 잡히지 않아 실재감이 떨어지는 블록버스터에서 맛볼 수 없는 명암의 깊이가 기막히다. 걸핏하면 리부트를 단행하는 플랫팩 프랜차이즈에 차별화된 그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참신한 세계관이 반갑다.
#72 : 암전 (暗戰·1999)/익사일 (Exiled·2006) 두기봉
〈익사일〉은 서부극과 오우삼의 총격전을 발전시켰다면, 〈암전〉은 할리우드 케이퍼 영화 구조와 일치한다. 법의 반대편에 서 있는 범죄자와 경찰이 영화 내내 관계가 발전하면서 일종의 버디 무비로 훌륭하게 전환된다. 진부한 클리셰를 뒤집은 훌륭한 각본, 두기봉의 안정되고 상상력이 풍부한 연출, 유덕화와 유청운의 절제된 표현력이 어울어져 체스나 포커와 유사한 지략 게임을 펼친다.
〈익사일〉은 한마디로 동사는 있지만 접속사가 없다. 카메라만 있고, 시나리오는 없다는 의미다. 스토리 없이 창의적인 액션 시퀀스를 이어 붙이기만 해도 이렇게나 근사한 카메라의 동(動)과 회화적으로 꽉 짜인 구도의 정(靜)을 얽어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 신묘하다. 참고로 이동진 평론가가 100점짜리 액션 시퀀스들이 있다고 평했을 만큼 참신한 샷과 구성이 돋보인다.
#71 : 짝패 (The City Of Violence·2006) 류승완
류승완은 국내 최고의 액션영화 감독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 단연 〈짝패〉는 밀도 있는 액션과 클래식한 구성이 국산 액션 활극을 한 단계 승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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