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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추천 TOP 100 (I)

BEST 100 HORROR MOVIES, PART I

by TERU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번외] 셔터 (Shutter·2004) 반종 피산다나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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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포영화는 셔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슬슬 따분해지는 '긴 머리 여자 귀신'이라는 소재로 여전히 충분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 왜냐하면 어설프게 감추려들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관객들과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무섭게 다가온다.



#100 : 이벤트 호라이즌 (Event Horizon·1997) 폴 W. S.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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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은 이 ‘우주 유령선’ 이야기를 두고 식상하고 안일하며 고민한 흔적이 안 보인다고 대차게 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샘 닐의 미친 연기가 아니었으면 〈에이리언〉, 〈갤럭시 오브 테러〉, 〈샤이닝〉, 〈헬레이저〉, 〈양들의 침묵〉,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솔라리스〉, 〈데드 쉽〉, <고스트 쉽〉이 저절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의 조상다운 체면치레는 하고 있다.



#99 : 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2009) 자움 콜렛 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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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공포영화의 판례를 잔뜩 끌어왔고 평면적인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계속 궁금하게 만들고, 충분히 자극적이다. 이는 전적으로 불과 13세의 나이로 배역을 훌륭히 소화한 이사벨 펄먼의 공이다.



#98 : 잠 (Sleep·2022) 유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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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의 행복한 일상에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다수 무관한 징후들이 속속 등장한다. 층간소음, 출산, 빙의 등이 출몰하며 드라마에서 스릴러, 오컬트로 장르가 전환된다. 믿고 싶은 것과 믿게 금하는 것을 꿈으로 현실을 흐릿하게 한다. 그렇게 관객은 ‘현수’의 비밀이 무언지 저마다 추리하고, ‘수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97 : 지옥 (地獄·1960) 나카가와 노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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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하고, 시적인 〈지옥〉은 일본 공포영화의 아버지인 나카가와 노부오의 혁신적인 창작물이다. 한 젊은 신학도 시로와 타무라에게 연이은 죄악을 통해 양심을 파고든다. 시로가 죄책감에 산채로 잡아먹히는 동안, 타무라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책임을 면피한다. 당연히 타무라는 자신의 악한 면에 굴복한 대가로 끝없는 고통을 선고받는다.


〈지옥〉은 하나의 예술품이다. 불교 8대 지옥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서구의 플롯 장치를 통합한 최초의 일본 영화 중 하나이며, 시대를 앞서갔다. 공포감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카메라 트릭을 공급하며, 녹색과 회색 톤이 핏빛 붉은색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오진으로 환자에게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의사, 증거를 조작해서 무고한 시민을 체포하는 경찰, 노인들을 학대하는 양로원장, 아들을 유혹하는 아버지의 내연녀 등을 사후에 심판하는 염라대왕에 다다르면 이 부조리극이 죄와 구원을 주제로 삼았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96 : 여고괴담 (女高怪談·1998) 민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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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공포영화는 〈여고괴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호러 장르가 간과하기 쉬운 드라마 부분을 한국인이라면 학창 시절 누구나 겪었을 왕따 문제, 입시 위주 교육체제, 군대식 학교문화를 끌어들임으로써 공감대를 널리 얻을 수 있었다. 한국형 학원 공포물의 원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리즈물이 드문 국내에서 6편까지 나올 수 있던 배경이다.



#95 : 살인 소설 (Sinister·2012) 스콧 데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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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소설은 기시감이 강한 영화다. 주인공은 샤이닝의 잭 토렌스를 모방했고 의 저주받은 비디오를 8mm 스너프 필름으로 바꿨고,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불쾌하고 지저분한 느낌을 가져왔다. 그러나 장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건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다. 이미 관객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한 장르의 법칙을 능숙하고 효과적으로 구사하느냐다. 다행히 스콧 데릭슨은 으스스한 서스펜스를 계속 공급하며, 잔인한 장면을 보여줄 듯 말 듯 숨바꼭질을 벌인다. 이로써 관객을 상상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데 성공한다.



#94 : 쏘우 (Saw·2004) 제임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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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는 〈호스텔〉 시리즈,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성공으로 단숨에 ‘고문 포르노’ 장르가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 진입시켰다. 극단적인 폭력과 자극적인 설정만으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공급과잉이 초래되어 고전 호러 영화의 리메이크 붐에 자리를 내줬다. 장점이 아예 없진 않다. 성공요인은 두 가지다. 직쏘의 생명철학 강의는 내러티브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볼거리는 독창적인 살인 기구를 발명하는 것이 대신한다.



#93 : 닥터 슬립 (Doctor Sleep·2019)/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2017) 마이크 플래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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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플래니건 감독은 〈위자: 저주의 시작(2016)〉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세기 호러 고전주의적 화법을 21세기에 통용될 수 있도록 구사한다. 〈제랄드의 게임악몽과 같은 한 상황 속에 갇힌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둔 원작소설을 영화화하기 어려웠을 텐데 플래너건은 비교적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런 그가 〈닥터 슬립〉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선다. 덧붙여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발암 전개가 판치는 요즘 영화답지 않게 전개가 시원시원하다는 점이다.



#92 : 더 헌팅 (The Haunting·1963) 로버트 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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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집’ 장르의 양대 산맥 중 하나. 셜리 잭슨이 1959년에 출간한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종이에 쓰인 가장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로 널리 추앙되어 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지구가 멈춘 날을 만든 명장 로버트 와이즈는 초자연현상을 자제하고 심리스릴러로 접근한다. 공포를 한 여자의 정신 상태를 꿰뚫어 보는 시선에서 끄집어낸다. 사각앵글과 거울상과 어안 렌즈의 교묘한 사용과 섬뜩한 음향, 보이스 오버를 통해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균열을 가하고, 그것을 ‘귀신 들린 집’을 통해 크게 증폭시킨다.



#91 : 파묘(破墓·2024) 장재현

《파묘》은 한국적 정서와 지리, 민족 신앙에 자리 잡은 원초적인 두려움을 쫓는다. 원혼이 품은 한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조상님과 우리가 관련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족보, 호적, 성씨, DNA 등이 있다. 그중에서 감독은 ‘역사’와 ‘민족성’을 골랐다. 지금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원은 '과거의 업보'로 인한 것이라고 명시한다. 이 땅에 떠도는 역사적 망령을 살풀이한다. 뉴라이트가 준동하는 오늘날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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