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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16. 2020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I

TOP 100 HORROR MOVIES, PART I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번외] 셔터 (Shutter·2004) 반종 피산다나쿤

태국 공포영화는 셔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슬슬 따분해지는 '긴 머리 여자 귀신'이라는 소재로 여전히 충분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 왜냐하면 어설프게 감추려들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관객들과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무섭게 다가온다.



#100 : 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2009) 자움 콜렛 세라 

고전 공포영화의 판례를 잔뜩 끌어왔고 평면적인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계속 궁금하게 만들고, 충분히 자극적이다. 이는 전적으로 불과 13세의 나이로 배역을 훌륭히 소화한 이사벨 펄먼의 공이다.



#99 : 잠 (Sleep·2022) 유재선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의 행복한 일상에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다수 무관한 징후들이 속속 등장한다. 층간소음, 출산, 빙의 등이 출몰하며 드라마에서 스릴러, 오컬트로 장르가 전환된다. 믿고 싶은 것과 믿게 금하는 것을 꿈으로 현실을 흐릿하게 한다. 그렇게 관객은 ‘현수’의 비밀이 무언지 저마다 추리하고, ‘수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98 : 1408 (1408·2007) 미카엘 하프스트롬

역시 공포의 진수는 ‘스토리텔링’에서 나온다. ‘귀신 들린 집’이 등장하는 영화의 관습을 충실히 따르지만, 주인공이 겪는 궁극의 공포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만약 체험하고 싶다면 1408호에 투숙하시라!



#97 : 여고괴담 (女高怪談·1998) 민규동

K-공포영화는 〈여고괴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호러 장르가 간과하기 쉬운 드라마 부분을 한국인이라면 학창 시절 누구나 겪었을 왕따 문제, 입시 위주 교육체제, 군대식 학교문화를 끌어들임으로써 공감대를 널리 얻을 수 있었다. 한국형 학원 공포물의 원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리즈물이 드문 국내에서 6편까지 나올 수 있던 배경이다.



#96 : 쏘우 (Saw·2004) 제임스 완

〈쏘우〉는 〈호스텔〉 시리즈,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의 성공으로 단숨에 ‘고문 포르노’ 장르가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 진입시켰다. 극단적인 폭력과 자극적인 설정만으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공급과잉이 초래되어 고전 호러 영화의 리메이크 붐에 자리를 내줬다. 장점이 아예 없진 않다. 성공요인은 두 가지다. 직쏘의 생명철학 강의는 내러티브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볼거리는 독창적인 살인 기구를 발명하는 것이 대신한다. 



#95 : 알. 이. 씨. (Rec·2007) 하우메 발라게로, 파코 플라자

1인 카메라가 등장한 스페인 파운드 푸티지 작품은 여타 좀비 영화와 달랐다. P.O.V.(시점 숏)로 생생하게 공포의 현장을 담는다는 설정은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에서 빌려왔다. 현장감을 불어넣으면서 긴박한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 순수한 에너지가 전형적인 영화의 틀을 뛰어넘는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 공포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하는 사족을 덧붙인 것뿐이다.



#94 : 살인 소설 (Sinister·2012) 스콧 데릭슨

살인 소설은 기시감이 강한 영화다. 주인공은 샤이닝의 잭 토렌스를 모방했고 의 저주받은 비디오를 8mm 스너프 필름으로 바꿨고,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불쾌하고 지저분한 느낌을 가져왔다. 그러나 장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건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다. 이미 관객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한 장르의 법칙을 능숙하고 효과적으로 구사하느냐다. 다행히 스콧 데릭슨은 으스스한 서스펜스를 계속 공급하며, 잔인한 장면을 보여줄 듯 말 듯 숨바꼭질을 벌인다. 이로써 관객을 상상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데 성공한다.



#93 : 닥터 슬립 (Doctor Sleep·2019)/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2017) 마이크 플래너건

마이크 플래니건 감독은 〈위자: 저주의 시작(2016)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세기 호러 고전주의적 화법을 21세기에 통용될 수 있도록 구사한다. 〈제랄드의 게임은 악몽과 같은 한 상황 속에 갇힌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둔 원작소설을 영화화하기 어려웠을 텐데 플래너건은 비교적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런 그가 〈닥터 슬립〉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선다. 덧붙여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발암 전개가 판치는 요즘 영화답지 않게 전개가 시원시원하다는 점이다.



#92 : 나이트 플라이어 (Night Flier·1997) 마크 파비아

살인마 ‘드와이트 렌필드’를 추적하는 베테랑 기자 리차드 다스(미겔 페러)은 신참기자인 캐서린 블레어(줄리 엔트위슬)에게 “기사를 믿지도 믿음을 기사화하지도 말라”고 경고한다. 살육을 일삼는 악마의 엽기적 사건 보도에 혈안이 된 언론, 그런 타블로이드를 기꺼이 소비하는 대중을 동일선상에 놓고서 우리의 도덕관을 지옥도로 안내한다.



#91 : 파묘(破墓·2024) 장재현

《파묘》은 한국적 정서와 지리, 민족 신앙에 자리 잡은 원초적인 두려움을 쫓는다. 원혼이 품은 한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조상님과 우리가 관련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족보, 호적, 성씨, DNA 등이 있다. 그중에서 감독은 ‘역사’와 ‘민족성’을 골랐다. 지금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원은 '과거의 업보'로 인한 것이라고 명시한다. 이 땅에 떠도는 역사적 망령을 살풀이한다. 뉴라이트가 준동하는 오늘날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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