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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21. 2020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III

TOP 100 HORROR MOVIES, PART III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80 : 기담 (奇談·2007) 정범식, 정식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엄마 귀신은 레알 무섭다. 정 씨 형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세심하게 다루며 공포를 자아낸다. 기묘하게 색이 바랜 색감으로 영화의 아련한 정서를 포장한다. 결국 이 옴니버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10월 유신의 근원을 일제 강점기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적 함의는 정범식 감독이 만든 <곤지암(2018)>에도 쭈욱 이어진다.




#79 : 불신지옥(Possessed·2009) 이용주

국내 호러로 한정하면 <4인용 식탁>과 <소름>의 후배를 자처하며 오컬트를 주제로 한 추리영화. 건축을 전공한 이용주 감독답게 공간활용이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장르적 관습을 답습하지도 배반하지도 않는 대단히 안전 지향적 태도를 보인다. 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처음에는 개신교와 무속신앙을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하다가 나중에는 개신교에게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둘 다 ‘기복(祈福) 신앙’인 건 마찬가지인데 왜 한쪽에만 면죄부를 주는지 그 점이 아주 미세하게 살짝 아쉽다.



#78 : 세인트 모드 (Saint Maud·2019) 로즈 글래스

종교적인 열정과 광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감독은 잔 다르크에 빗대어 트라우마와 고립감을 직설적이고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77 :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1982) 토브 후퍼 

영화는 후퍼의 역겨운 호러와 스필버그의 안전한 가족주의의 사이를 방황한다. 그럼에도 ‘귀신 들린 집’의 은밀한 방식을 벗어나 영화는 빠르고 박진감이 넘친다. 후반으로 갈수록 초자연 현상을 표현한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점점 정교해지면서 혼이 빠질 정도로 공포로 몰아넣는다. 




#76 : 더 헌팅 (The Haunting·1963) 로버트 와이즈

‘귀신 들린 집’ 장르의 양대 산맥 중 하나. 셜리 잭슨이 1959년에 출간한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종이에 쓰인 가장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로 널리 추앙되어 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지구가 멈춘 날>을 만든 명장 로버트 와이즈는 초자연현상을 자제하고 심리스릴러로 접근한다. 공포를 한 여자의 정신 상태를 꿰뚫어 보는 시선에서 끄집어낸다. 사각앵글과 거울상과 어안 렌즈의 교묘한 사용과 섬뜩한 음향, 보이스 오버를 통해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균열을 가하고, 그것을 ‘귀신 들린 집’을 통해 크게 증폭시킨다. 




#75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1994) 닐 조던

200년을 산 불로불사의 뱀파이어가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는 설정자체가 기존의 흡혈귀 영화 공식과 거리가 멀다. 원작자 앤 라이스와 닐 조던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지만, 내러티브, 유머, 철학, 분장, 특수효과, 음악, 의상에 이르기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기존 공포영화가 놓치고 있던 공포의 근원인 ‘죽음’에 관하여 고찰하게끔 이끈다. 물론 고통을 치유하는 힐링과 유머를 곁들여서 말이다.




#74 : 좀비랜드 1.2 (Zombieland/Double Tap·2009-19) 루벤 플레셔

영국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 대한 미국식 화답, 능동적이고 유쾌한 웃음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좀비 영화를 가장한 로드무비, 성장영화이자 가족코미디다.




#73 : 서스페리아 (Suspiria·2018) 루카 구아디아노

원작의 지알로 스타일과 무관한 일종의 '스핀 오프'같다. 원작의 빈약한 이야기 틈새를 구체적인 사건과 시공간으로 메운다.


1977년 베를린의 바더 마인호프(적군파)가 벌인 테러를 일컬어 흔히 ‘독일의 가을’이라 부른다. 이 ‘독일의 가을’의 부채의식을 톰 요크는 부지런히 오선지에 옮겨 담았다. 종국에는 영화가 20세기 유럽 사회의 가장 어두운 역사를 끌어와한 여성의 정체성을 묻는 것으로 장엄하게 끝낸다. 




#72 : 블레어위치 (Blair Witch Project·1999) 에두아르도 산체스, 대니얼 미릭

베트남 전쟁을 다룬 모큐멘터리 <84 찰리 모픽 (1989)>에 호러 장르를 접목해서 3명의 아마추어 배우와 35페이지짜리 각본, 2만 달러의 초저예산의 한계를 돌파했다. 성공의 비결은 영화자체보다 허구의 마녀 전설을 마치 실화처럼 꾸민 '바이럴 마케팅'에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REC>, <파라노말 액티비티>, <클로버필드>, <그레이브 인카운터>, <크로니클>, <주>로 대표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혹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대중화시켰다. 그리고 20여 년 넘게 정체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영화 <곤지암>, <랑종>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입증했다.




#71 : 신체 강탈자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56-1978) 돈 시겔/필립 카우프만

원작자 잭 피너는 "만약 신체가 복제되고 정신이 사라진다면?" 라며 불신에 휩싸인 인간군상을 통해 공포의 근원을 되짚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치적 함의는 없다고 부정했지만, 냉전시대 공산주의의 위협으로 해석하거나 이와 정반대로 매카시즘을 통한 마녀사냥이나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렇듯 <신체강탈자 2부작>이 SF 공포영화로의 고속도로를 건설하자마자 아벨 페라라의 <보디 에일리언(1993)>, 니콜 키드먼 주연의 <인베이젼 (2007)>  등 수차례 리메이크됐다. 더 나아가 존 카펜터의 《더 씽(1982)》와 마블코믹스의 《심비오토(베놈)》, 《기생수》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등의 이후의 ‘SF 호러’ 작품들이 신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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