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Jul 21. 2020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III

TOP 100 HORROR MOVIES, PART III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80 : 세인트 모드 (Saint Maud·2019) 로즈 글래스

종교적인 열정과 광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감독은 잔 다르크에 빗대어 트라우마와 고립감을 직설적이고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79 : 하우스 (ハウス·1977) 오바야시 노부히코

오바야시 노부히코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닥쳐오는 친근함의 공포를 꿈으로 그리는 방식’을 통해 반전 (反戰)메시지를 전한다. 엉성한 특수효과와 우스꽝스러운 팝아트, 기괴한 애니메이션을 동원한 표현주의 양식은 현상 유지에 대한 불안과 경멸을 추구한다. 호러 문법을 근본부터 파괴하지만 일관성있게 유지한다.




#78 : 죽음의 키스 (Near Dark·1987) 캐서린 비글로우

젊은 카우보이 ‘케일럽 콜턴(에이드리언 패스더)’은 우연히 만난 뱀파이어 메이(제니 라이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은 피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을 떠나 메이, 제시(랜스 헨릭슨)와 사악한 세브란(빌 팩스턴), 다이아몬드백(저넷 골드스틴). 호머(조슈아 밀러)로 구성된 뱀파이어 무리에 합류한다.   

  

흡혈귀 영화에 로맨스와 서부극의 요소를 결합하여,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의 아트록과 애덤 그린버그의 촬영, 탄탄한 앙상블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예측 불가능성과 야만성이 지속적인 인상을 남긴다. 비글로우는 남성 감독보다 더 박력 넘치는 액션을 펼치다가도 유신론적 관점에서 구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 박찬욱의 〈박쥐〉는 무신론적으로 인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흡혈 영화 중 하나‘라는 명성을 얻었다. 




#77 :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1982) 토브 후퍼 

영화는 후퍼의 역겨운 호러와 스필버그의 안전한 가족주의의 사이를 방황한다. 그럼에도 ‘귀신 들린 집’의 은밀한 방식을 벗어나 영화는 빠르고 박진감이 넘친다. 후반으로 갈수록 초자연 현상을 표현한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점점 정교해지면서 혼이 빠질 정도로 공포로 몰아넣는다. 




#76 : 더 헌팅 (The Haunting·1963) 로버트 와이즈

‘귀신 들린 집’ 장르의 양대 산맥 중 하나. 셜리 잭슨이 1959년에 출간한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종이에 쓰인 가장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로 널리 추앙되어 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지구가 멈춘 날>을 만든 명장 로버트 와이즈는 초자연현상을 자제하고 심리스릴러로 접근한다. 공포를 한 여자의 정신 상태를 꿰뚫어 보는 시선에서 끄집어낸다. 사각앵글과 거울상과 어안 렌즈의 교묘한 사용과 섬뜩한 음향, 보이스 오버를 통해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균열을 가하고, 그것을 ‘귀신 들린 집’을 통해 크게 증폭시킨다. 




#75 : 파묘(破墓·2024) 장재현

《파묘》은 한국적 정서와 지리, 민족 신앙에 자리 잡은 원초적인 두려움을 쫓는다. 원혼이 품은 한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조상님과 우리가 관련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족보, 호적, 성씨, DNA 등이 있다. 그중에서 감독은 ‘역사’와 ‘민족성’을 골랐다. 지금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원은 '과거의 업보'로 인한 것이라고 명시한다. 이 땅에 떠도는 역사적 망령을 살풀이한다. 요즘 정세와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




#74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The Vampire·1994) 닐 조던

200년을 산 불로불사의 뱀파이어가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는 설정자체가 기존의 흡혈귀 영화 공식과 거리가 멀다. 원작자 앤 라이스와 닐 조던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지만, 내러티브, 유머, 철학, 분장, 특수효과, 음악, 의상에 이르기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기존 공포영화가 놓치고 있던 공포의 근원인 ‘죽음’에 관하여 고찰하게끔 이끈다. 물론 고통을 치유하는 힐링과 유머를 곁들여서 말이다.




#73 : 서스페리아 (Suspiria·2018) 루카 구아디아노

원작의 지알로 스타일과 무관한 일종의 '스핀 오프'같다. 원작의 빈약한 이야기 틈새를 구체적인 사건과 시공간으로 메운다.


1977년 베를린의 바더 마인호프(적군파)가 벌인 테러를 일컬어 흔히 ‘독일의 가을’이라 부른다. 이 ‘독일의 가을’의 부채의식을 톰 요크는 부지런히 오선지에 옮겨 담았다. 종국에는 영화가 20세기 유럽 사회의 가장 어두운 역사를 끌어와한 여성의 정체성을 묻는 것으로 장엄하게 끝낸다. 




#72 : 블레어위치 (Blair Witch Project·1999) 에두아르도 산체스, 대니얼 미릭

베트남 전쟁을 다룬 모큐멘터리 <84 찰리 모픽 (1989)>에 호러 장르를 접목해서 3명의 아마추어 배우와 35페이지짜리 각본, 2만 달러의 초저예산의 한계를 돌파했다. 성공의 비결은 영화자체보다 허구의 마녀 전설을 마치 실화처럼 꾸민 '바이럴 마케팅'에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REC>, <파라노말 액티비티>, <클로버필드>, <그레이브 인카운터>, <크로니클>, <주>로 대표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혹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대중화시켰다. 그리고 20여 년 넘게 정체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영화 <곤지암>, <랑종>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입증했다.




#71 : 신체 강탈자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1956-1978) 돈 시겔/필립 카우프만

원작자 잭 피너는 "만약 신체가 복제되고 정신이 사라진다면?" 라며 불신에 휩싸인 인간군상을 통해 공포의 근원을 되짚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치적 함의는 없다고 부정했지만, 냉전시대 공산주의의 위협으로 해석하거나 이와 정반대로 매카시즘을 통한 마녀사냥이나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렇듯 <신체강탈자 2부작>이 SF 공포영화로의 고속도로를 건설하자마자 아벨 페라라의 <보디 에일리언(1993)>, 니콜 키드먼 주연의 <인베이젼 (2007)>  등 수차례 리메이크됐다. 더 나아가 존 카펜터의 《더 씽(1982)》와 마블코믹스의 《심비오토(베놈)》, 《기생수》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등의 이후의 ‘SF 호러’ 작품들이 신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I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