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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22. 2020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IV

TOP 100 HORROR MOVIES, PART IV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70 : 레디 오어 낫 (Ready Or Not·2019)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렛

<레디 오어 낫>은 마녀사냥을 은유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근본이념인 공리주의를 비판한다. 공리주의란 모두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보는 윤리적 사상이다. 영화는 다수의 행복이 증진시키기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되는가라고 따진다. 이처럼 시댁 식구들이 새로 들어온 신부를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부를 지키는 악습 역시 공리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조롱이자 풍자다.


또 다른 측면에서 흔히 여전사가 등장하면 기계적으로 페미니즘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신데렐라'에 대한 반감이 은연중에 깔려있다. 극 중 사위 캐릭터는 돈을 노리고 결혼하는 '골드 디거'를 조롱하기 위해 설계된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는 굉장히 잘 조율된 풍자 코미디로 기능한다.




#69 : 데드 얼라이브 (Braindead·1992) 피터 잭슨

만약 자고 일어났더니, 동네 사람들이 좀비로 변했다면? 피터 잭슨은 ‘잔디 깎기’를 찾으라고 충고한다. 




#68 : 깊은 밤 갑자기 (Suddenly At Midnight·1981) 고영남

국내 모던 호러의 진정한 시작은 아마 <여곡성(1986)>과 <깊은 밤 갑자기>을 꼽는다. 당시 국내 호러를 휘어잡던 김기영의 <하녀>의 자기장을 벗어난 작품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여곡성>이 안전한 ‘전설의 고향(또는 월하의 공동묘지)’ 공식을 따르는 동안 <깊은 밤 갑자기>는 로만 폴란스키의 <혐오>에 도전한다. 




#67 :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Martyrs·2008) 파스칼 로지에 

중세 유럽의 고문기술을 재현한 <엑스텐션>, <인사이드>를 묶어 '뉴 프렌치 익스트림'라고 통칭한다. 대표작 중 하나인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통해 죄의식, 희생, 구원의 형이상학적 메시지를 얻고자 노력한다. 인간의 마음을 철저하게 무너뜨림으로써 얻는 본능적인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심리를 낭떠러지 저 아래로 떨어뜨린다.




#66 : 디 아더스 (The Others·2001)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이 영화에 관해 “공포물을 만든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게 우릴 두렵게 한다.”라고 밝혔다. 제임스 완은 "정교하게 촬영되었고, 고풍스럽다. 빅토리아 시대 괴담을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이다"라고 극찬했다.


피칠갑(스플래터)의 자극에 익숙한 요즘 공포영화 팬에게 <디 아더스>는 ‘귀신 들린 집’의 고전적인 미스터리가 주는 긴장이 얼마나 우아한지를 한 수 가르쳐준다. 




#65 : 부산행 (TRAIN TO BUSAN·2016) 연상호

<부산행>은 한국형 판타지 <신과 함께>과 함께 국내 영화의 장르 확장에 큰 공을 세웠다. 이 호러 액션영화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국산화하면서 거대한 ‘추격전’처럼 짰고, 안전장치로 ‘신파’도 넣었다. 


K-좀비의 조상님은 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특히 에드가 라이트, 스티븐 킹, 기예르모 델 토로, 폴 W. 앤더슨, 코지마 히데오 등이 직접 언급할 만큼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64 : 사탄의 가면 (La Maschera Del Demonio·1960)/킬, 베이비... 킬!(Operazione Paura·1966)/블러드 베이(A Bay Of Blood·1971) 마리오 바바

공포영화에 있어 1960년은 <피핑 톰>과 <싸이코>의 해로 기억된다. 그러나 마리오 바바의 고딕호러 <사탄의 가면>도 충분히 그들과 어깨를 견줄 만하다. 19세기를 배경으로 부활한 마녀로 인해 벌어지는 공포와 살육을 그리고 있다. 흑백으로 촬영된 강렬한 이미지, 음산한 음악, 끈적거리는 피의 질감뿐 아니라 공포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중 기이하고 섹시한 바바라 스틸의 독특한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킬, 베이비… 킬!>은 아역 유령으로 유명하지만, 그랍스 남작부인과 멜리사로 대표되는 귀족 계급과 루트로 대표되는 평민 계급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컬러와 조명을 다루는 극단적인 방식, 유령을 다루는 직설적인 태도, 멜로드라마와 선정적인 폭력성의 결합은 모두 바바가 남긴 유산들이다. 더욱이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여자(1963)>로 '지알로'라는 피투성이 서브 장르를 창시하기도 했다. 바바는 창의적이고 위대한 영화예술가였고 호러 장르의 어휘를 넓히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지금도 그의 트릭들은 여전히 쓰인다.


<블러드 베이>는 발정난 십 대들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호수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모인다. 그리고 한 명씩 의문의 습격자에 의해 사라진다.  마리오 바바는 슬래셔 영화의 프로트타입을 세상에 내놓았다. 내장을 파내고 교살하는 장면들은 갈수록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신랄한 반전 결말로 관객의 뒤통수를 유쾌하게 강타한다. <13일의 금요일 2>에 노골적으로 샷 대 샷으로 모방되었다.




#63 :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2009) 샘 레이미

<드래그 미 투 헬>은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최초의 영화적 반응 중 하나다. 지옥과 악마주의를 다루던 6070년대 공포영화 화법을 가져와서 정공법으로 공포를 승부한다. 그러면서도 폭탄 돌리기를 통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62 : 미드소마 (Midsommar·2019) 아리 애스터 

아리 애스터는 항상 2가지 이야기를 병행한다. 표층에는 <위커맨>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며 기지(이미 앎)의 공포를 이끌어낸다. 관객이 예측한 대로 그것이 실현될 때에 공포를 이끌어낸다. 그 내부에 들여다보자. 심층에는 앨버트 브룩스의 <결혼과 이혼 사이(1981)>와 잉마르 베리만의 <결혼의 풍경(1973)>이 담겨 있다. 성장영화 혹은 뒤틀린 러브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아리 애스터는 인상 깊게 본 고전영화들을 그가 믿고 있는 ‘결정론적 세계관’에 융합시키며 전혀 다른 신소재를 합성해 냈다. 이것이 그가 진부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 이유다.




#61 :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2020) 찰리 카우프만

<이터널 선샤인>과 <존 말코비치되기>, <아노말리사>의 작가인 찰리 카우프만이 발굴할 수 있는 심리묘사는 기대만큼 기이하다. 그러나 카우프만답지 않게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그의 장기인 부조리함을 호러/스릴러에 심으며 더욱 뚜렷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주인공은 지난날의 후회와 고독을 낭독한다. 이것이 기괴하고 생경한 심리를 자아낸다. 왜냐하면 인간은 선택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끼므로 지나간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는 심리가 있다. 또한, 필멸자로서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공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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