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00 HORROR MOVIES, PART IV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부산행〉은 한국형 판타지 〈신과 함께〉과 함께 국내 영화의 장르 확장에 큰 공을 세웠다. 이 호러 액션영화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국산화하면서 거대한 ‘추격전’처럼 짰고, 안전장치로 ‘신파’도 넣었다.
K-좀비의 조상님은 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특히 에드가 라이트, 스티븐 킹, 기예르모 델 토로, 폴 W. 앤더슨, 코지마 히데오 등이 직접 언급할 만큼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모큐멘터리 〈84 찰리 모픽 (1989)〉에 호러 장르를 접목해서 3명의 아마추어 배우와 35페이지짜리 각본, 2만 달러의 초저예산의 한계를 돌파했다. 성공의 비결은 영화자체보다 허구의 마녀 전설을 마치 실화처럼 꾸민 '바이럴 마케팅'에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REC〉, 〈파라노말 액티비티〉, 〈클로버필드〉, 〈그레이브 인카운터〉, 〈크로니클〉, 〈주〉로 대표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혹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대중화시켰다. 그리고 20여 년 넘게 정체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영화 〈곤지암〉, 〈랑종〉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입증했다.
이 정도면 단테의 ‘신곡’이 부럽지 않은 근사한 지옥 여행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동굴’이라는 갑갑하고 폐쇄적인 공간 활용이 기가 막힌 생존 호러 영화다. 게다가 괴물에게 쫓길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들추며 관객들의 집단 무의식을 자극한다.
호러 장르에서 이 영화가 성공한 요인은 ‘얼마나 감출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다. 우리는 괴물에 대해 아는 바가 적다. 이야기의 여백을 관객의 상상과 호기심에 채우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괴물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아버지가 가족을 보호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크래신스키는 둘째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 대본을 처음 읽었다고 한다. 그는 자녀를 보호하는 ‘부모’라는 설정에 사로잡혔는데, 무성영화처럼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가족 내의 갈등과 고민을 상당히 깊이 다루는 연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이 영화에 관해 “공포물을 만든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게 우릴 두렵게 한다.”라고 밝혔다. 제임스 완은 "정교하게 촬영되었고, 고풍스럽다. 빅토리아 시대 괴담을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이다"라고 극찬했다.
피칠갑(스플래터)의 자극에 익숙한 요즘 공포영화 팬에게 〈디 아더스〉는 ‘귀신 들린 집’의 고전적인 미스터리가 주는 긴장이 얼마나 우아한지를 한 수 가르쳐준다.
〈악마의 등뼈〉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령 이야기'로 간접적으로 스페인 내전의 상흔을 드러낸다. 델 토로는 어린아이의 고통과 슬픔을 의미하는 다양한 상징을 쏟아내며 이야기가 공허해지거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스파이 영화, 관계 드라마, 호러의 묘한 조합인 〈포제션〉의 초현실주의는 중추신경계에 호소한다. 막 나가는 정서적 폭력은 정치적으로 대담하고 감정적으로 지치게 한다. 그래서 영화가 홀린 것은 등장인물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 일지도 모른다.
〈드래그 미 투 헬〉은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최초의 영화적 반응 중 하나다. 지옥과 악마주의를 다루던 6070년대 공포영화 화법을 가져와서 정공법으로 공포를 승부한다. 그러면서도 폭탄 돌리기를 통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원작의 지알로 스타일과 무관한 일종의 '스핀 오프'같다. 원작보다 구체적인 사건과 시공간을 제시한다.
20세기 유럽 사회에서 가장 어두운 역사를 끌고와 좀더 다층적인 상징과 맥락을 심어놓는다. 1977년 베를린의 바더 마인호프(적군파)가 벌인 테러를 일컬어 흔히 ‘독일의 가을’이라 부른다. 이 사건의 부채의식을 톰 요크는 부지런히 오선지에 옮겨 담았다. 틸다 스윈튼의 1인 3역과 화려한 춤시위, 그로테스크한 장기 자랑으로 파괴와 전복의 장엄한 서사로 승화된다.
아리 애스터는 항상 2가지 이야기를 병행한다. 표층에는 〈위커맨〉을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며 기지(이미 앎)의 공포를 이끌어낸다. 관객이 예측한 대로 그것이 실현될 때에 공포를 이끌어낸다. 그 내부에 들여다보자. 심층에는 앨버트 브룩스의 〈결혼과 이혼 사이(1981)〉와 잉마르 베리만의 〈결혼의 풍경(1973)〉이 담겨 있다. 성장영화 혹은 뒤틀린 러브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아리 애스터는 인상 깊게 본 고전영화들을 그가 믿고 있는 ‘결정론적 세계관’에 융합시키며 전혀 다른 신소재를 합성해 냈다. 이것이 그가 진부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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