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100 HORROR MOVIES, PART V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효시로, 극단적으로 양식화된 이 영화의 세트는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표현주의 회화’라고 할 수 있다. 표현주의는 객관적 현실의 모방과 재현이라는 전통적인 예술의 관습에서 벗어나, 정신적 세계를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기울어진 사선의 세트 디자인, 캐릭터의 정신 상태를 소개하는 명암, 개척적인 더치 앵글(Dutch Angle)은 널리 퍼져 공포영화가 아닌 곳에도 모방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 국민들이 겪게 된 혼란과 불안의 감정을 형상화시키고 있으며, 이후 공포영화와 필름누아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실화인 것처럼 속여 홍보하는 ‘블레어 윗치 마케팅’를 참조해 흥행에 성공했다. 밀리터리와 미스터리를 결합시킨 영화 〈벙커, 2001〉, 〈데스워치 (2002)〉와 유사하다는 루머가 들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공수창의 연출력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 후속작 〈GP506 (2007)〉 역시 상당한 웰메이드이기 때문이다.
H.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허버트 웨스트 리애니메이터〉을 원작으로, 80년대 스플래터의 메카로 당시 스크린의 공포를 재정의하고 수많은 모방작을 낳았다. 극단적인 고어 장면과 신들린 듯한 '허버트 웨스트(제프리 콤즈)'의 연기는 거의 고루하기까지 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에 영혼을 불어넣는다.이 궁극적인 그로테스크함에 도달하기 위해 제작진이 노력할수록 아이러니하게 웃음을 참기 힘들게 만든다.
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자매애, '카니발리즘(식인)'이라는 극단적인 소재, 진심으로 대단한 음악, 그리고 과장된 고어가 아닌 현실적인 신체 손상은 이 여성판 '늑대인간'을 더 멀리 금기시하도록 이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식 양옥’로 대변되는 이후 한국 호러 장르에서 간과된 미장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물론 이병우의 유려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심리 스릴러와 귀신 공포영화를 적절히 섞고 드라마가 탄탄하다. 이 영화가 한국호러 장르에 더 큰 유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바로 귀신에 얽힌 ‘한 맺힌 사연’과 ‘반전’의 결합이다. 이후 한국 공포영화들 〈아파트〉, 〈신데렐라〉, 〈분홍신〉, 〈해부학 교실〉같은 직계후손을 거느리게 되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임신부 살인, 인육 등 금기를 깨며, 영화 속 범죄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듯한 리얼이즘에서 공포를 이끌어낸다.
〈피핑 톰〉이란 제목의 의미는 '관음증'이다. 잠깐 소개하자면 영국의 어느 악덕 영주에게 항의하기 위해 한 여성이 누드시위를 벌였는데, 시위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쳐다보지 않기로 했던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톰이 커튼 사이로 훔쳐봤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 고전은 〈싸이코〉, 〈얼굴 없는 눈〉과 함께 슬래셔 장르의 토대를 다졌다고 평가받는다. 〈싸이코〉가 객관적 관점에서 살인범을 관찰했다면 〈저주받은 카메라〉는 살인마의 탄생과 주관적 심리를 엿본다. 카메라가 살인도구인 동시에 영화에 대한 거대한 은유임은 당연한 것이다. 파웰 감독의 혁신성과 비전은 후세 많은 영화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었다.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1990)〉, 〈아메리칸 싸이코(2000)〉, 〈한니발(2001)〉등이 대표적이다.
〈드래그 미 투 헬〉은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최초의 영화적 반응 중 하나다. 지옥과 악마주의를 다루던 6070년대 공포영화 화법을 가져와서 정공법으로 공포를 승부한다. 그러면서도 폭탄 돌리기를 통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악마의 등뼈〉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령 이야기'로 간접적으로 스페인 내전의 상흔을 드러낸다. 델 토로는 어린아이의 고통과 슬픔을 의미하는 다양한 상징을 쏟아내며 이야기가 공허해지거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점프 스케어(깜놀)에 의존하는 현대 호러 장르에 〈팔로우〉는 반기를 든다. 이를테면 분위기로 서서히 조여들어가는 고전적인 서스펜스 열풍을 일으킨다. '성병'을 의인화한, 죽을 때까지 따라오는 저주(괴물)는 굉장히 독창적일뿐더러 마땅히 제거할 방법이 없어 곰곰이 따져볼수록 소름 끼친다.
순수하게 ‘무서움’만 따졌을 때 아마 이 작품을 능가하는 공포영화를 만나기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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