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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23. 2020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V

TOP 100 HORROR MOVIES, PART V

공포영화는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만큼이나 유통기간이 극히 짧다. 지금 관객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1931)>이나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당시엔 극한의 공포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나 역시 그렇다. 어릴 적에 무서웠던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카야코, 토시오를 지금에 와서는 개그 소재로 쓰일 때 기분이 묘하다. 십 년 전 영국에서 <양들의 침묵(1991)>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그건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서의 기능을 그만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 호러 장르가 극단적인 자극을 향해 나아갈수록 과거의 공포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순한 맛’으로 뒤로 밀려났다.      


호러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장르다. 공포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자극적인 점프 스케어나 오싹한 장면이 별로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가 있다. 반면에 독창적이며 감각적인 소재라 해도 전혀 무섭거나 긴장감 없니 지루한 호러 영화가 허다하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포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순위를 학문적인 잣대(비교분석)로 리스트를 짤 수밖에 없었다. 선정기준은 ①독창성, ②영향력, ③완성도 순으로 집계했다. 





#60 : 로우 (Raw·2016) 줄리아 뒤쿠르노

영화사상 가장 끔찍한 자매애, '카니발리즘(식인)'이라는 극단적인 소재, 진심으로 대단한 음악, 그리고 과장된 고어가 아닌 현실적인 신체 손상은 이 여성판 '늑대인간'을 더 멀리 금기시하도록 이끈다.




#59 : 좀비오 (Re-Animator·1985) 스튜어트 고든

H.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허버트 웨스트 리애니메이터>을 원작으로, 80년대 스플래터의 메카로 당시 스크린의 공포를 재정의하고 수많은 모방작을 낳았다극단적인 고어 장면과 신들린 듯한 '허버트 웨스트(제프리 콤즈)'의 연기는 거의 고루하기까지 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에 영혼을 불어넣는다.이 궁극적인 그로테스크함에 도달하기 위해 제작진이 노력할수록 아이러니하게 웃음을 참기 힘들게 만든다. 




#58 : 디센트 (The Descent·2005) 닐 마샬

이 정도면 단테의 ‘신곡’이 부럽지 않은 근사한 지옥 여행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동굴’이라는 갑갑하고 폐쇄적인 공간 활용이 기가 막힌 생존 호러 영화다. 게다가 괴물에게 쫓길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들추며 관객들의 집단 무의식을 자극한다. 




#57 : 헨리: 연쇄 살인범의 초상 (Henry: Portrait Of A Serial Killer·1986) 존 맥노턴

'다큐멘터리 호러'라 불리는 <헨리>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일 정도로 리얼한 공포 영화 중 하나다. 혼자서 360명을 살해한 헨리 리 루카스의 증언을 건조하게 진행되나 왠지 섬뜩하다. 왜냐하면, 그 어떤 호러/스릴러에서도 본 적 없는 카메라 워크나 이야기 내용에는 영화적 과장이 없고 헨리의 살인에는 특별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절망감이 원초적인 공포 본능을 툭툭 건드린다.




#56 : 콰이어트 플레이스 1,2 (A Quiet Place·2018-2020) 존 크래신스키

결론적으로 호러 장르에서 ‘얼마나 감출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다. 우리는 괴물에 대해 아는 바가 적다. 이야기의 여백을 관객의 상상과 호기심에 채우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괴물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아버지가 가족을 보호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크래신스키는 둘째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 대본을 처음 읽었다고 한다. 그는 자녀를 보호하는 ‘부모’라는 설정에 사로잡혔는데, 무성영화처럼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가족 내의 갈등과 고민을 상당히 깊이 다루는 연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55 : 장화, 홍련 (A Tale Of Two Sisters·2003) / 악마를 보았다(I Saw The Devil·2010) 김지운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식 양옥’로 대변되는 이후 한국 호러 장르에서 간과된 미장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물론 이병우의 유려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심리 스릴러와 귀신 공포영화를 적절히 섞고 드라마가 탄탄하다. 이 영화가 한국호러 장르에 더 큰 유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바로 귀신에 얽힌 ‘한 맺힌 사연’과 ‘반전’의 결합이다. 이후 한국 공포영화들 <아파트>, <신데렐라>, <분홍신>, <해부학 교실> 같은 직계후손을 거느리게 되었다.

   

<악마를 보았다>는 임신부 살인, 인육 등 금기를 깨며, 영화 속 범죄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듯한 리얼이즘에서 공포를 이끌어낸다.




#54 : 악마의 등뼈 (El Espinazo Del Diablo·2001) 기예르모 델 토로

<악마의 등뼈>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령 이야기'로 간접적으로 스페인 내전의 상흔을 드러낸다. 델 토로는 어린아이의 고통과 슬픔을 의미하는 다양한 상징을 쏟아내며 이야기가 공허해지거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53 : 오니바바 (鬼婆·1964)/수풀 속의 검은 고양이(薮の中の黒猫·1968) 신도 가네토

<오니바바>는 날 것 그대로의 강렬한 스타일은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일본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작품이다. 14세기 난보쿠초 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의 참상에서 공포의 기초를 쌓는다. 젊은 남성들은 징집되고, 그들의 가족은 그들 자신을 부양하기 위해 인륜을 저버린다. 가난과 기아에 대한 위협에서 공포를 이끌어 낸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야만성과 국민을 소모품 취급하는 일본 군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수풀 속의 검은 고양이>는 히로시마 출신의 신도 가네토에게 원폭의 기억은 강렬했다. 그는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억압에 주목한 것은 당연하다. 헤이안 시대의 요괴 전설을 극화했다. 한 여성에게 불어닥친 비극을 침묵의 미학으로 풀어내 관객의 숨통을 잡아챈다. 그리고 훌륭한 공포 영화가 그렇듯이 사회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지니고 있다.




#52 : 팔로우 (It Follows·2014) 데이빗 로버트 미첼

점프 스케어(깜놀)에 의존하는 현대 호러 장르에 <팔로우>는 반기를 든다. 이를테면 분위기로 서서히 조여들어가는 고전적인 서스펜스 열풍을 일으킨다. '성병'을 의인화한, 죽을 때까지 따라오는 저주(괴물)는 굉장히 독창적일뿐더러 마땅히 제거할 방법이 없어 곰곰이 따져볼수록 소름 끼친다.




#51 : 오멘 (The Omen·1976) 리처드 도너

아카데미 음악상

데이비드 셀처의 원작소설이 약간 허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계시록, 세계의 종말, 적그리스도와 같은 엄청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것은 인상적인 살인 장면뿐이다. 결국  <오멘>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제리 골드스미스의 장중한 음악에 있다.  


영화는 다른 의미에서 남다르다. 불길한 징조를 뜻하는 제목처럼 <오멘>은 제작과정은 험난했다. 배우의 아들이 자살하고, 감독이 머물던 호텔이 폭탄 테러를 당하고, 동물원 촬영 중 트레이너가 사자에 물려 죽고, 작가가 탄 비행기가 벼락을 맞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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