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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추천 TOP 100 (VIII)

BEST 100 HORROR MOVIES, PART VIII

by TERU

공포영화는 오락적 목적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려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키는 영화 장르로 한 세기가 넘도록 존재해왔다. 괴담, 종말론적 사건, 괴수, 종교적·민속적 신념, 미신, 에드거 앨런 포, 브램 스토커, 메릴 셜리, H. P. 러브크래프트, 스티븐 킹 등의 고딕 및 공포 문학에 기반하여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유발해 흥미를 돋구기도 한다.


무성 영화와 독일 표현주의에서 시작된 공포는 〈드라큘라(1931)가 개봉한 이후에야 비로소 성문화된 장르로 인정받았다. 이후 한 세기가 넘는 동안 바디 호러, 코미디 호러, 슬래셔 영화, 초자연적 호러, 심리 호러 등 다양한 하위 장르가 등장했다. 공포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지역마다 내용과 스타일이 다양하다. 특히 일본, 대한민국, 이탈리아, 태국 등에서 호러 장르가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공포라는 소재로 인해 사회적·법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많이 때문에 흥행하기 쉽지 않은 장르 중 하나다. 그러나 저예산으로도 프랜차이즈로 이꼴고 갈 수 있으므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여러 대중문화 아이콘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30 : 헨리: 연쇄 살인범의 초상 (Henry: Portrait Of A Serial Killer·1986) 존 맥노턴

'다큐멘터리 호러'라 불리는 헨리〉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일 정도로 리얼한 공포 영화 중 하나다. 혼자서 360명을 살해한 헨리 리 루카스의 증언을 건조하게 진행되나 왠지 섬뜩하다. 왜냐하면, 그 어떤 호러/스릴러에서도 본 적 없는 카메라 워크나 이야기 내용에는 영화적 과장이 없고 헨리의 살인에는 특별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절망감이 원초적인 공포 본능을 툭툭 건드린다.



#29 : 공포의 대저택 (The Innocents·1961) 잭 클레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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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호러의 어머니. 매혹적인 저택에서 어린이가 등장하는 후대의 심령물은 헨리 제임스의 호러소설 나사의 회전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의 대저택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모호함에 의한 논란을 그대로 영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주인공은 진짜 유령을 본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억압된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후세의 공포영화들에게 남겼다.



#28 : 런던의 늑대 인간 (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1981) 존 랜디스

아카데미 분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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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릭 베이커의 분장은 지금 봐도 끔찍하다. 존 랜디스는 '무서우면서도 웃기는 영화'를 세상에 툭 던져놓는다. 이야기야 비극적이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겐 그 어처구니없음에 일단 웃을 수밖에 없다. 소위 골 때리게 독창적인 유머란 이거다.



#27 : 나이트 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1984) 웨스 크레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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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크레이븐이 흥행 실패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어느새 불면증에 시달린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세대갈등을 녹여낸 탄탄한 드라마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깜놀과 자극적인 장면을 배제하고도, 심지어 주인공이 똑똑한데도 이런 기막힌 공포영화를 만들어냈던 한 때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웨스 크레이븐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7편 뉴 나이트메어는 프레디가 직접 등장해 배우들과 제작진을 공격하는 '메타 호러 영화'라는 신기원을 이뤘다.



#26 : 위커맨 (The Wicker Man·1973) 로빈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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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라이즘은 서양 문명을 지탱하는 양대 축 중 하나다. 위커맨은 기독교 이전의 고대 신앙인 ‘신이교주의(Neo Paganism)’을 꺼내 든다. 이것이 서구인의 의식구조에 일대의 충격을 가한다. 형식적인 면에서 미스터리 스릴러와 호러 장르의 결합은 흔한 방식이지만, 뮤지컬, 70년대 에로티카를 더해 영화 자체가 하나의 의식 같다. 그 낯설고 이질적인 제의가 기괴하면서 사람을 사로잡은 마력을 발휘한다. 문화적 차이를 통한 독창적인 공포를 발견한 그 공적을 높이 산다.



#25 : 얼굴 없는 눈 (Les Yeux Sans Visage·1960) 조르주 프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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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개봉된 싸이코, 피핑 톰와 더불어 초기 슬래셔 장르의 3대장 중 하나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딸을 위해 젊은 여자를 납치해 얼굴 가죽을 벗겨 딸에게 이식하는 미치광이 의사 이야기. 로마 영화제에 상영될 때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된 안면이식수술 장면에 놀라 일곱 명의 관객이 기절해 실려 나갔다고 한다.


이 신체 훼손을 통한 기괴한 여행은 획기적일까? 작품 전반에 '로맨티시즘(낭만주의)'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독특한 시적 감수성은 음악부터 미장센에 이르기까지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심지어 반칙에 가까운 예쁜 장면들이 수시로 등장해서 당신의 심장을 노크한다. 주제도 범상치 않다. 타인의 가죽을 덮어써야만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주인공에게서 억압기제와 정체성의 문제를 읽을 수 있다. 이 고전의 유산은 〈할로윈(1978)〉의 마이클 마이어스의 가면,〈내가 사는 피부(2011), 홀리 모터스(2012)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4 : 캐리 (Carrie·1976) 브라이언 드 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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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춘영화와 호러 판타지가 사이좋게 얼싸안고서 어깨동무한다. 억압되고 소외된 사춘기의 청소년의 폭주를 그린 작품으로, 시시 스페이섹은 대체 불가한 이미지와 연기를 선보인다. 호러 하이틴 무비와의 시초이자 의미심장한 결말처리로 미국 공포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 가르침은 13일의 금요일을 거쳐 태평양 건너 여고괴담으로 대표되는 'K-학원공포물'로 전래됐다.



#23 : 노스페라투 (Nosferatu·1922)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드라큘라 (Dracula·1931) 토드 브라우닝 / 괴인 드라큐라 (Dracula·1958) 테렌스 피셔/드라큘라 (Bram Stoker’s Dracula·1992)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

아카데미 의상·분장·음향편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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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몬스터 영화인 노스페라투는 당시 대중의 불안한 심리를 필름에 저장했다. 메이크업의 힘으로 악마를 스크린에 소환했고, 명성을 안겨주었다. 빛과 그림자의 사용, 위협과 긴장, 아름다움과 추함, 연약한 소녀를 위협하는 남자, 음울한 음악 등의 호러 장르의 많은 핵심 요소들을 창조해 냈다. '햇빛에 의해 불타는 흡혈귀'라는 새로운 설정은 후대 뱀파이어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작소설과 다른 영화만의 독자적 세계관의 시작은 토드 브라우닝의 1931년 작부터다. 벨라 루고시는 큰 키에 창백한 피부, 뒤로 빗어 넘긴 머리와 턱시도 차림의 외견으로 드라큘라 백작을 완성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흡혈귀에 대한 귀족적인 이미지를 정형화시킨다.


한편, 테렌스 피셔의 1958년 작은 금세기 최고의 호러 명배우였던 피터쿠싱과 크리스토퍼 리가 맞붙는다. 브람 스토커 원작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주연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는 신사와 야수의 이중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특히 드라큘라 영화 역사상 최초로 피를 노출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와일라잇처럼 로맨틱한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의 드라큐라는 브람 스토커의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지만, 역사 속 인물인 블라드 드라쿨을 지고지순한 로맨티스트로 그린다. 디지털 편집이 처음 시도된 사례 중 하나이지만, 특수효과와 미술은 전적으로 수공업에 의존한다. 이런 괴리와 세익스피어적인 과장됨이 이 작품만의 개성을 더해준다.



#22 : 이블 데드 2 (Evil Dead 2 : Dead By Dawn·1987) 샘 레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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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속편들은 보통 '리믹스(Remix)'에 불과했다면, 이블 데드 2는 거의 모든 면에서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됐다. 무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아이디어는 사실상 ‘숲 속의 통나무집(케빈 인 더 우즈)’ 장르를 개창한 거나 다름없다.



#21 : 겟 아웃 (Get Out·2017) 조던 필

아카데미 극본상

웃음이든 비명이든, 호러와 코미디의 최종목표는 같다. 관객들을 말 그대로 숨 막히게 하는 것이다. 《겟 아웃》은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67)〉에서 설정을 직접 빌려왔다. 흑인 남자가 백인 가족에 뿌리 깊은 인종주의적 편견과 선입견을 되묻는 대목이 그렇다. 인종을 멸시하는 '풍조'와 차별하는 '시선'에서 감정과 정체성을 매우 깊은 곳에 숨겨놓고 살아남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하찮은 기분이 들게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쟁을 시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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