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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04. 2020

공포영화 추천 100편, PART IX

TOP 100 HORROR MOVIES, PART IX

공포영화는 오락적 목적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려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키는 영화 장르로 한 세기가 넘도록 존재해왔다. 괴담, 종말론적 사건, 괴수, 종교적·민속적 신념, 미신, 에드거 앨런 포, 브램 스토커, 메릴 셜리, H. P. 러브크래프트, 스티븐 킹 등의 고딕 및 공포 문학에 기반하여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유발해 흥미를 돋구기도 한다. 


무성 영화와 독일 표현주의에서 시작된 공포는 〈드라큘라(1931)가 개봉한 이후에야 비로소 성문화된 장르로 인정받았다. 이후 한 세기가 넘는 동안 바디 호러, 코미디 호러, 슬래셔 영화, 초자연적 호러, 심리 호러 등 다양한 하위 장르가 등장했다. 공포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지역마다 내용과 스타일이 다양하다. 특히 일본, 대한민국, 이탈리아, 태국 등에서 호러 장르가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공포라는 소재로 인해 사회적·법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많이 때문에 흥행하기 쉽지 않은 장르 중 하나다. 그러나 저예산으로도 프랜차이즈로 이꼴고 갈 수 있으므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여러 대중문화 아이콘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20 : 오디션 (Audition·1999)/착신아리 (着信アリ·2003) 미아케 다카시 

미아케 다카시가 내놓은 여성해방 영화이다. 사회가 강요하는 '순종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여성 스스로가 억제해 온 여성의 지배욕을 드러낸다. 영화는 코르셋을 벗어던지는 잔인한 농담이자 혐오스러운 펀치라인을 들려준다.

   

의 저주가 VHS(비디오테이프)로 전염된다면 착신아리는 '휴대전화'다. 희생자로 찍힌 사람들의 핸드폰에서 들리는 소름 끼치는 벨소리가 화제가 되었었다.



#19 : 박쥐 (Thirst·2009) 박찬욱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독창적인 뱀파이어 영화 박쥐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잘 혼재된 작품이다. 욕망을 갈망하는 한 사제를 다룬다.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흡혈귀가 된 그는 그간 지켜왔던 신앙과 도덕을 저버린다. 예를 들어 극 중 등장하는 '행복 한복집'을 보자. 한복을 마네킹에 입혀놓고 일본식 적산가옥에서 이난영의 고색창연한 트로트를 들으며 러시아의 보드카를 마시면서 중국식 마작을 둔다. 이 영화의 미학적 핵심은 국적 불문의 ‘혼종’이다. 


다문화 미장센처럼 영화는 인간의 실존을 여러 층위에서 되묻는다. 상현은 흡혈귀로서 살아가기 위해 피를 갈구하되 살인을 벌이지 않으려 애쓴다. 반면에 태주는 흡혈귀답게 살인을 거침없이 저지른다. 그러나 삶의 방식이 다른 두 남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뱀파이어 장르를 통해 실존주의를 담았다. 호러 영화가 혐오>, 괴담>에 이어 아트하우스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몇 안 되는 예 일 것이다. 



#18 :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1991) 조나선 드미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아카데미 그랜드슬램 (작품·남녀주연상·각본·감독상)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유일한 공포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왜 호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엘리트 계층인 한니발 렉터는 노동계급인 슬래셔 살인마에 대한 안티테제로써 훌륭히 기능한다고 답변하고 싶다.



#17 : 서스페리아 (Suspiria·1977)/딥 레드(Deep Red·1975) 다리오 아르젠토

그림형제에게서 따온 잔혹동화의 서사는 엉성하기 이를 떼 없지만, 다리오 아르젠토는 '지알로 (Giallo)'라는 강렬한 시각화를 축조한다. 정신 나간 색채 대비, 바로크풍 미장센, 아트록밴드 고블린의 음산한 음악, 섹슈얼적인 죄의식은 세련되고 우아한 '피의 판테온'을 축조했기 때문이다.


딥 레드는 다리오 아르젠토를 읽기 위한 지도다. 아르젠토만의 기형적인 불쾌함이 마치 히치콕의 싸이코에 대한 대답처럼 들린다. 영화는 성장을 거부하는 아이의 혼란, 심지어 우리가 영원히 아이로 남기를 고집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16 : 지금 보면 안 돼! (Don't Look Now·1973) 니콜라스 뢰그

지금 보면 안 돼가 지금 봐도 여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특유의 편집 때문이다. 그 호흡이 대단히 기묘하다. 특히 겉으로는 이성적으로 보였던 주인공이 겪는 내적 혼란을 보여주는 몽타주가 독창적이다. 서로 연관되지 않은 컷들이 불안과 혼돈을 야기시킨다. 


더욱이 이 영화가 유명해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섹스 장면은 수십 년 후에야 도널드 서덜랜드에 의해 실제 정사가 아니었다고 해명됐다.



#15 : 렛 미 인 (Låt Den Rätte Komma In·2008) 토마스 알프레드손     

모리세이(스미스의 보컬)의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는,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놀라운 성찰을 담고 있다. 설원을 배경으로 차갑게 스며드는 한기에도 불구하고 12살의 소년과 오랜 세월을 12살의 모습으로 살아온 뱀파이어의 러브스토리는 추위를 뚫고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다.



#14 : 플라이 (The Fly·1986) 데이빗 크로넨버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영상에 옮긴 것 같기도 하고, 윤리를 저버린 과학을 경고한 것도 같다. 주인공이 징그럽게 파리로 변해가는 과정은 노화와 불치병에 대한 무력감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비극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혐오나 동정보다 훨씬 더 깊고 진하다. 



#13 : 할로윈 (Halloween·1978) 존 카펜터

공포영화의 헌법을 제정한 기념비적인 걸작이다. 영화는 아이, 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인마를 감추라고 종용한다. 모서리 바로 옆에, 그림자 속에, 집 덤블에 숨어 훔쳐보는 시점 샷 뒤로 말이다. 


존 카펜터 감독이 직접 작곡한 주제곡 ‘Halloween Theme’만큼이나 영화도 심플하고 인간이 품은 원초적인 공포심을 건드린다. 속편에 밝혀지지만 '동기 없는 살인'은 쇼킹했다. 특히 피범벅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통한) 명암을 절묘하게 담아내며 시종일관 불길한 기운을 유지한 점을 높이 산다.



#12 : 시체 3부작 (The Dead Trilogy·1968-1985) 조지 A. 로메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11만 5천 불이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모든 좀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를 세웠다. 역사상 최초의 '흑인 주인공'을 통해 공포영화의 계보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했다. 또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인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방식 역시 전대미문의 금기를 깨는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피츠버그 외곽의 몬로빌 몰에서 주로 촬영된 《시체들의 새벽》은 좀비 장르의 새로운 길을 안내했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사회비평을 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전달하기 위해 대살육의 스플래터 페스티발을 개최했다. 로메로의 사회적 코멘터리는 매우 영리했으며, 그 이후의 모든 좀비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다.  


《시체들의 낮》은  군수복합체와 결탁한 레이건의 공화당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지능이 남아있는 좀비 ‘밥’은 인상적이지만, 전작들과 같은 복잡하고 강렬한 인간드라마가 사라져서 살짝 아쉽다.



#11 : 유전 (Hereditary·2018) 아리 애스터

아리 애스터는 우게츠 이야기(1953)오니바바(1964) 등 여러 고전을 인용하며 호러의 미개척지를 발견한다. 주인공 중심의 서양 호러와 달리 ‘세습’과 ‘상속’을 매개로 동양 호러처럼 주변인부터 서서히 마수가 뻗어온다. 


오컬트 영화는 보통 양 방향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가족의 붕괴’와 ‘악마의 강림’이 동시에 찾아오지만, 악마의 시점은 디오라마로 대신하고, 덩그러니 가족이 겪는 비극만 남겨둔다. 즉 원인은 없고 결과만 남은 격이다. 그렇게 해서 악마가 관망하고 있다는 소름 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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