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Jun 16. 2020

Da 5 블러드 후기 '역사적 갈등은 다층적이다.'

Da 5 Bloods (2020) 후기

《Da 5 블러드 (Da 5 Bloods, 2020)》 후기·리뷰 역사적 갈등은 다층적이다.


1. <디어 헌터>가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를 만나다.

베트남 전에 참전했던 미군 흑인병사 4명의 이름은 각각 폴(델로이 린도), 에디(노먼 루이스), 멜빈(이시아 휘트록 주니어), 오티스(클라크 피터스)이다. 이들이 소속되어 있던 일명 ‘블러드’라 불리는 분대를 이끌던 분대장 ‘진격의 노먼(채드윅 보스만)’의 유해를 찾아 호찌민 시에 돌아온다. 하지만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 이들은 전쟁 당시 숨겨 놓았던 금괴를 찾기 위해 베트남 전쟁터를 다시 찾게 된다. 줄거리만 보면 보물찾기 인 것 같지만 넷플릭스는 흑인 영화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원안인 ‘The Last Tour’은 <로켓티어(1991)>의 데니 빌슨과 폴 드 메오 콤비가 썼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디어 헌터>가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를 만나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참전용사들이 베트남을 다시 만나 황금을 찾는 줄거리에 불과했다. 원래 올리버 스톤이 연출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돌연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   

  

그러다가 새롭게 스파이크 리가 감독에 선임되면서 존 킬릭과 함께 추가 대본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면서 흑인 영화로 탈색되게 된다. <Da 5 블러드>는 이야기 진행을 멈추고 흑인 인권 역사 강의가 포탄처럼 쏟아진다. 영화를 끝까지 관람하고 나면 관객들은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다시금 재개된 트럼프 시대에 대한 풍자에 피격된다.    

 

앞서 서술했듯이 <Da 5 블러드>는 크게 2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보물찾기 모험과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한 흑인 인권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의외로 통일성을 일부러 해침으로써 얻는 예술적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를 알 수 있는 게 ‘가변 화면비’다.


3막 구성인 영화답게 총 3개의 화면비를 가져다 썼다. 초반 호찌민 시를 담을 때는 와이드스크린 2.39:1 비율로 담고, 베트남 전쟁 당시를 회고할 때는 16mm 필름의 정방형 1.33:1 비율로 바뀌며, 다시 현대로 돌아올 때는 16:9의 TV 화면비로 변모한다. 이것은 주인공 일행이 겪는 심리적 변화 국면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현재 세계화된 베트남의 활기찬 야간 장면은 색상을 낮춘 디지털카메라 작업에 의해 날카롭게 포착된 반면, 월남전은 16mm 필름의 거친 질감과 색감에 담았다. 반면 영화 후반 장면은 가로는 길고, 세로는 좁은 와이드스크린으로 촬영되어 광활한 정글 장면에 출연자들을 잠기게 한다.     


또 이상한 것이 플래시백(과거 회상)에서 현재 시점의 노년 배우들이 채드윅 보스만이 분한 젊은 노먼과 함께 전쟁을 치른다는 점이다.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현재 시점을 반영하는 동시에 연대기(시간 순서)를 왜곡하고, 과거에 묻혀있던 고통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특히 PTSD를 겪고 있는 폴과 베트남 상인과의 언쟁에서 월남전이 남긴 상흔이 아직도 씻기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폴(딜로이 린도)이 흑인 참전용사답지 않게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모순을 드러낸다. 이것은 그를 평생 괴롭혔던 트라우마다. 감독은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연출을 통해 해소한다. 이때 딜로이 린도의 격앙된 독백이 압도적이다.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마빈 게이의 1971년에 발표한 걸작 <What 's Going On>을 활용한다. 마빈 게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동생이 겪는 불평등, 울분, 고통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왜 이 음악을 썼을까? 참전 용사가 겪는 괴로움은 논리적인 각본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겪는 고통을 어찌 이성적인 관점에서 다룰 수 있겠냐는 스파이크 리의 지론이다.   




   

2. 역사적 갈등은 다층적이다. 

긴 러닝타임만큼 중심 서사를 위한 풍부한 서브플롯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스파이크 리의 꼰대스러운 흑인 역사 강의보다 이 쪽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가이드인 빈(자니 누엔)을 먼저 살펴봐야겠다. 그의 삼촌은 북베트남 공산당을 위해 싸웠고 아버지는 남베트남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공산화된 이후에 붙잡혀서 고문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전쟁이 가족을 갈라놨다고 한탄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너무나 체감될 이야기다.     


그리고 스파이크 리는 베트남 전쟁을 일으킨 원흉으로 프랑스를 지목한다. 영화에서 프랑스인이 2명 나온다. 스포일러를 피해 선역과 악역이 나온다고 설명해야겠다. 선역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하는 입장이고, 악역은 프랑스가 식민지를 경영해하려는 야욕을 의인화했다.      


실제 역사와 비교해보자! 식민지(베트남)를 포기할 수 없었던 프랑스는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1946~1954)을 벌이지만 결국 패하고 남베트남에 괴뢰국(베트남 공화국)을 세우고 철수한다. 이 남베트남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프랑스를 대신해 남베트남을 지원한다.     


그럼 왜 미국은 참전했을까? 50년대 미국은 아시아에서 공산화를 막는데 두 번이나 실패했다. 첫 번째로 1949년 장제스가 중국 공산당에 밀려 대만에 망명했다. 미국은 2차 대전을 막 끝낸 시점이라 국공내전에 파병할 여력이 안 되었다. 두 번째로 1950년 한반도는 미국의 방위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바보 같은 애치슨 선언을 하다가 스탈린과 김일성에게 기습당한다. 1953년 지도상에서 북한을 지우지 못한 채 정전협정을 맺는다. 앞선 2번의 쓰라린 실패를 맛본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서 베트남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 미국은 바보같이 북진 금지령을 내린다. 북베트남을 직접 공격하면 소련이나 중국이 끼어들어 제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다는 명분에서였다. 호치민이 이끄는 공산당 본거지(북베트남)를 칠 수 없으니 전쟁이 끝날 리가 없다. 미국은 전술적 승리는 계속 거뒀지만, 전략적으로 이길 도리가 없었다.      


이쯤 해서 역사는 줄이고, 마저 후기를 끝마쳐야겠다. 스파이크 리는 흑인 역사와 베트남 전을 동일선상에 놓아둔다. 그러면서 정신없이 현재와 과거, 베트남과 미국, 흑인과 타 인종을 오가며 여러 갈래로 진행한다. 현실에서 겪는 역사적 갈등은 영화<Da 5 블러드>처럼 복잡하기 그지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스파이크 리는 무엇을 제시할까? 극중 이상적인 흑인으로 등장하는 노먼 분대장은 흑인 전체를 같은 핏줄(블러드)라고 외친다. 사회적 갈등과 차별을 봉합하는 길은 ‘연대’라고 감독의 목소리를 대신 전해준 것이다.     


★★★☆  (3.7/5.0)

    

Good : 역사적 갈등은 다층적이다.

Caution : 너무 교훈적이라 꼰대스럽다.     


●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디스코는 마빈 게이의 빌보드 1위 곡인 'Got to Give It Up Pt.1이다. 이 곡은 마이클 잭슨에게 영향을 끼친 곡으로 꽤 유명하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 나오는 호치민 시의 클럽 지옥의 묵시룩은 실제로 영업중인 곳이다.  


● 베트남 여배우 응오타인반이 라디오 DJ로 카메오출연했다.        


●심리적인 갈등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스파이크 리의 전작<25시(2002)>을 연상시키고,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드니 루멧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메콩강을 보트로 가로지를 때 바그너의 '발키리의 기행'이 울려퍼지며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의 <지옥의 묵시록(1979)>에게 존경을 표한다. 지뢰NGO활동을 하는 헤디(메라니 티에리)는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나오는 프랑스 농장주의 딸에서 파생된 캐릭터다. 또한 엔딩 크레디트에서 배우들의 NG장면을 활용한 것은 <대탈주 (1963)>을 오마주한 것이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