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Jul 09. 2020

아메리칸 팩토리 노동의 종말

넷플릭스 추천

2008년 오하이오 주의 테이톤 시에 공장을 문을 닫아 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16년 중국의 후야오 유리공업(福耀玻璃工业)이 테이톤 시청의 지원 아래 이 공장을 인수한다. 푸요 유리는 포드와 제너럴, 크라이슬러, 캐터필러 등 미국 브랜드의 공급사일뿐이지만 현지 2000여 명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며 '철강 공업지대(Iron Belt)'에 위치한 데이톤 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중국 자본가 차오더왕(曹德旺)이 이곳에 투자한 이유는 철저히 비즈니스적이다. 시와 주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미국인 임금은 중국 현지 노동자보다 더 낮아서다. 복직한 미국인 노동자들은 GM에서 일할 때는 시급이 29불이었지만, 후야오에서는 12불에 불과하다.


공장 초기 생산 안정화를 위해 복건성 후야오(福耀) 본사에서 약 200명의 중국 노동자를 징발해서 오하이오 주로 이주시킨다. 이 중국인들은 자기 고향을 떠나 본 적 없는 평범한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가족과 고국을 그리워하며 회사의 방침에 따라 미국인에게 유리 공정을 알려준다. 미국 노동자는 유리 가공을 배운 적이 없기도 하고 중국 노동문화에 잘 녹아들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과 미국의 경영방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우리나라 드라마에 보이는 '황제경영방식'이다. 차오 회장은 미국인 경영진과 주요 공정의 관리자들은 복건성 후야오 본사에 초대한다. 미국인들은 12시간 2교대로 밤낮없이 일하는 중국 공장 노동자들이 휴무가 월 1-2회라는 데에 놀란다. 창립기념일을 위해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사내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가족과 회사가 일체가 된 중국 회사의 사내 문화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열심히 잘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왼쪽)과 후야오 창립자이자 회장인 차오더왕(오른쪽)


그런데 카메라에 속마음을 밝힌다. 중국 노동자들은 작업 속도가 느린 미국 노동자에게 불만을 터트린다. 중국 자본가는 낮은 생산성과 품질 저하를 미국인 경영진에게 지적한다.


반면에 미국 노동자들은 중국인 중간관리자(매니저)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무조건 할당량을 채우라고 다그친다고 고개를 가로 짓는다. 가장 놀랐단 점은 미국 노동자들이 한 번도 일하면서 다치지 않았는데 이곳 후야오 공장에서 다쳤다는 점이다. 중국도 우리처럼 산업재해에 무신경하다는 점이다. 2018년에만 우리나라 노동자 2,142명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했다. 미국인 경영진도 중국 자본가가 안전 수칙을 무시하는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차오 회장은 인터뷰에서 환경오염에 대해 죄책감을 드러냈지만, 이를 묵인하거나 방관했다.


이같이 <아메리칸 팩토리>는 미국의 한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대) 공동체가 공장 재개로 희망을 품었다가 중국 경영진의 엄격한 작업지시, 순응하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둘러싼 환멸과 분노를 겪는 여정이 담겼다.


이 다큐멘터리는 마이클 무어처럼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중국 자본가는 악덕 업주가 아니었고, 미국 노동자는 노동 효율성이 높지 않았다. 카메라는 미국의 관료주의를 비판하고, 중국의 실용주의를 인정한다. 제가 첫 번째 든 의문은 차오 회장이 왜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했는지가 궁금했다. 감독에 의하면 제작진이 공정하게 다뤄줄 것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 흔쾌히 허용해 줬다고 인터뷰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의하면 중국에서도 이 다큐멘터리가 화교 성공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부부 감독 스티브 보그너와 줄리아 라이처트는 이미 이 지역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2009년 GM 공장의 마지막 날을 담은 단편 다큐멘터리 <라스트 트럭>를 제작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실직한 노동자들이 재취업하는 현실을 3년 동안 1200시간을 촬영했다.


2020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직후, 감독과 만난 차오 회장, 제프 리우 CEO


미국과 중국의 경영방식과 노동문화는 단지 의사소통 실패가 아니라 심오한 문화적 차이다. 이 같은 차이를 낳는 원인은 간단하다. 차오 회장은 회사 생산성 향상이 곧 사원의 행복이기를 바랐다. 차오 회장이 이해하지 못한 것은 미국인들이 더 이상 사회적 계약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이 직원의 복지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왜 그들이 회사에 충성하고 애사심(愛社心)을 발휘해야 하는가?


이렇게 된 원인은 두 나라의 노동의 역사(경제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근 100년간 노동문제를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왔던 미국과 중국 공산당의 개발독재로 고도성장만을 경험한 중국의 차이 말이다.


여기서 우리 한국을 생각해보자. 과연 한국인이 차오 회장이 푸요 글래스 아메리카를 다루는 방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주 5일제가 시행된 지 불과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경총은 “지금 주 5일 근무제로 들어가기에는 대단히 빠르다(한국경총)”라며 시행 초기에 논란이 많았다.


우리나라에 극 중 차오 회장이 4만 불짜리 문을 교체하라고 지시하면 ‘비싸서 안 됩니다.’라고 면전에서 거부할 임원이 있을까? 이 다큐에서 안전장비를 고비용을 이유로 거부하다가 막상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가 입원하게 되자 해고해버린다. 이런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주 52시간제가 과연 잘 정착될 수 있을까? 주말에 팀장님이 나오라고 하면 “No"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저는 그럴 수 없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개별 사례에서 보편적인 관점에서 노동문제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가 내리는 결론은 우리 세대에 닥칠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다큐멘터리를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4.2/5.0)


Good : 노동문제의 해결만이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Caution : 중국의 강압적 경영방식이 우리 아버지 세대 (혹은 우리 세대)에게 당연한 관행이었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오바마 부부가 백악관을 나선 뒤 각종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설립한 '하이어 그라운드'의 첫 작품이다.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수상을 축하하며 "고통스러운 경제적 변화가 인간에게 가하는 대가를 다룬 복잡하고 감동적인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다.


줄리아 레이처트 감독은 "우리 영화는 미국, 중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근무시간을 신고하며 가족이 더 잘 살도록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모든 곳이 실제 배경일 수도 있다. 노동자들의 삶이 점점 힘들어지지만 세계의 노동자들이 단결할 때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스포일러>


푸요 글래스 아메리카는 2018년부터 흑자로 전환되었지만, 노동자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앞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3억 7천5백만 명이 기계에 밀려 실직할 거라고 예측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