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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추천 110편, PART V

TOP 110 SCI-FI MOVIES OF ALL TIME (5)

by TERU

사이언스 픽션(Science-Fiction). 약칭 SF는 "사이언스 판타지", "사변 소설", "우화 소설 (fabulation)", "철학 지향적 과학 소설(philosophically oriented science fiction)" 등 다양하게 문학적 관습과 규약을 논의되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을 다루는 장르'로 받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도 논쟁 중이므로 이것이 정확한 정의는 아니다. 크게 자연과학에 기초한 '하드 SF', 사회과학에 기반한 ‘소프트 SF'로 분류된다. 그 아래에 희망찬 미래를 표현한 ’ 유토피아‘, 어두운 미래를 예상한 ’ 디스토피아‘, 원시 문학(신화)적인 ’ 스페이스 오페라‘,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 포스트 묵시록‘ 등이 SF의 하위 장르들이다.


과학사학자 로버트 K. 머튼은 “모든 창조자는 시공간에서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고 죽은 자와 산 자를 불문하고 수많은 타인에게 개념, 맥락, 도구, 방법론, 데이터, 법칙, 원칙, 모형을 물려받는다.” 즉, 모든 창조 영역은 광대한 연결 공동체이므로 어떤 창조자도 지나치게 많은 공을 차지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그 장르의 역사를 110편의 영화로 정리해보겠다. 덧붙여 사이언스 픽션계의 노벨상인 ‘휴고상’에서 영상매체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드라마틱 프레젠테이션’에 후보작 위주로 목록을 짰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1-2개 빼고는 전부




#60 : 서던 리치: 소멸의 땅 (ANNIHILATION·2018) 알렉스 가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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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갈랜드는 유기체의 진화에 대한 전복적 시선을 던진다. 안드레이 타르고프스키의 <잠입자(1979)>의 골격 위에 제프 밴더미어가 쓴 동명 소설로부터 캐릭터들의 족쇄를 풀어준다. 결국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이야기나 주제보다 시청각적 체험에 방점을 찍었다.



#59 : 설국열차 (SNOWPIERCER·2014)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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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는 조셉 콘라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을 닮았다. 지구를 순환하는 기차는 성장률에 목메는 국가로 바꿔보자! 번영이 고통을 전제로 하면 어떻습니까? 다수의 이익이 일부의 고통에 달려있다면?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요? 고장 난 시스템을 중단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인지를 되묻는다.


결론적으로 열차 안에 펼쳐지는 '계급투쟁'과 '아나키즘'적인 결말은 자본의 본원 축적(자본의 원시 축적)에서의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은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개발독재 시기의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를 상징하고 있다.



#58 : 월드 오브 투모로우 (World Of Tomorrow·2015) 돈 헤르츠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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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은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었고, 〈달세계 여행〉, 〈방파제〉, 〈품행제로〉와 같은 명작들과 함께 최상급의 완성도를 가진, 역사상 최고의 단편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2세기 후의 복제인간에 의해 미래 여행에 초대된 에밀리라는 소녀의 눈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병치가 되어, 압도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57 :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1988)/뉴욕 탈출(ESCAPE FROM NEW YORK·1981) 존 카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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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지구 정복>은 1980년대 미국 문화에 대한 비평으로 가득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고, 방송, 잡지에 숨겨진 메시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외계인이 테라포밍하면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발상도 신선했다. 1950년대 외계인 침공 영화에서 스토리와 편집광적 주인공을 따와 직설적이지만 날카로운 은유와 B급 영화다운 위트로 당시 레이건 정권에 대한 반감과 계급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촌스러운 특수효과와 허술하고 비약이 심한 스토리, 형편없는 연기가 살짝 아쉽다.


한편 서부극의 영향을 받은 <매드 맥스>와 달리 도시 문명이 멸망한 포스트 묵시록 <뉴욕 탈출>은 무정부주의에 대한 신념을 선언한다. 주인공 ‘스네이크 플리스킨(커트 러셀)’는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임무에 냉담하고 매사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런 반골기질이 코지마 히데오로 하여금 메탈기어 시리즈에 반영토록 이끌었다. <반도>와 <아미 오브 더 데드>도 후예를 자처한다.



#56 : 갤럭시 퀘스트 (GALAXY QUEST·1999) 딘 패리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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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이 "스타 트렉 덕분에 우주에 가고 싶어졌어요."라고 답할 정도로 트레키(스타트렉 팬)는 사회각계에 퍼져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마틴 루터 킹, 버락 오마바, 로널드 레이건, 제프 베조스, 엘론 머스크 등이 네임드 트레키다. 여전히 뜨거운 팬덤의 열기를 보아한데 이 60년대 SF시리즈가 대중문화에 남긴 유산은 이토록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스타트렉 패러디영화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팬 무비다. 트레키들 사이에서도 "스타트렉 영화판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들었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SF팬이시라면 꼭 방문해야 할 성지 중 하나다.



#55 : 알파빌 (ALPHAVILLE·1965) 장 뤽 고다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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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는 40년대 필름 누아르에서 디스토피아를 성공적으로 추출한다. 이 비전은 프랑수아 트뤼포의 「화씨 451」과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 시티」에 이식받았다. 테크노크라테스 독재정권에서 벌어지는 감시체계는 「브라질(1985)」, 감정 통제는 「이퀼리브리엄(2002)」, 「브이 포 벤데타(2005)」에게 승계됐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나 특수효과나 세트의 도움 없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저예산 SF작품이라면 전부 <알파빌>의 자기장 하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 대중문화 시금석으로 길이길이 보존되고 있다.



#54 : 스타트렉 2:칸의 분노 (STAR TREK II: THE WRATH OF KHAN·1982) 니콜라스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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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은 인문학을 적극 도입했다. 공학적으로 ‘워프 항법’, ‘물질 전송장치’의 개념을 설파했지만, 인종주의의 위험성과 문화상대주의를 다룬 일종의 '사회파 드라마'에 가깝다. 미지의 개척지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윤리적·사회학적 담론이야말로 이 23세기 모험이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이유다.


그런 관점에서 스타트랙의 아버지, 진 로젠베리의 핵심사상 ‘윤리(Morality)’ 담론을 극장판에 그대로 이식한 이 작품을 뺄 수 없다. 물론 우주 함대전, 유전공학, 마인드 컨트롤, 테라포밍을 스크린에 옮긴 공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쌍제이가 <다크니스 (2013)>에서 이 작품을 기초로 만들면서 원작의 정신을 위배한 것을 떠올려보면 아이러니하다.



#53 :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1953/2005) 바이런 해스킨 / 스티븐 스필버그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허버트 조지 웰즈의 동명소설보다 더 영향력 있는 사이언스 픽션이 있을까? 바이런 해스킨의 첫 번째 영화는 50년대처럼 더 이상 스펙터클 하게 다가오진 않지만 화려한 색상, 구식 특수효과, 복고적 분위기 덕분에 즐길 만하다. 이 영화의 진정한 의의는 '외계 침공 영화'의 효시로서 <인디펜던스 데이>, <화성침공>등을 통해 끊임없이 모방되었다는 점이다. 외계인의 손이 주인공의 어깨에 살며시 얹는 장면은 <이티>에서 인용됐다. 특히 방어막이 나와 지구인의 공격이 전혀 안 통한다는 설정은 이 영화가 원조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를 '9·11 테러 이후 불확실한 재난이 주는 공포감'으로 재해석했다.



#52 : 마션 (THE MARTIAN·2015) 리들리 스콧

과학자들이 꼽은 역대 과학적인 SF영화 (2위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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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낙천적인 재난영화는 경쾌하다. 이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는 도전과 응전으로 이어지는 SF 전통이 잘 살아있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 지구적인 노력이 기울어질 때 왠지 모를 위로와 안식이 느껴진다.



#51 : 듄 3부작 (Dune·2021-6) 드니 빌뇌브

아카데미 촬영·편집·미술·음악·음향·시각효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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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적 SF 소설의 효시이자 20세기 최고의 SF 소설인 ‘듄’의 위대함은 ‘생태계’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며 정치, 철학, 역사적 깊이를 갖춘 세계관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방대한 'Duniverse(듀니버스)'을 일관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몇몇 에피소드들이 압축적으로 다뤄지는 바람에 전체 이야기의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영화는 독자의 상상력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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