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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19. 2020

반쪽의 이야기_온고지신의 지혜를 배우다

넷플릭스 (The Half Of It·2020)

[줄거리] 동양인이라고는 자기와 아빠밖에 없는 시골 마을에 사는 ‘엘리’가 주인공이다. 용돈벌이를 위해 러브레터 대필을 하던 엘리(레아 루이스). 어느 날 숫기 없는 ‘폴(대니얼 디머)’이라는 학교 미식축구 선수가 짝사랑하는 ‘애스터(알렉시스 러미어)’에게 보낼 러브레터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밀린 전기요금을 갚으려 시작했다. 하지만 편지가 거듭될수록 엘리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반쪽의 이야기>는 SNS로 감정을 소비, 전시하는 요즘 하이틴 로맨스를 탈피한다. 일단 “요즘 세상에 누가 편지를 써?”라는 엘리의 대사처럼 전형적인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재료를 준비한다.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에서 착안한 ‘폴과 앨리의 사랑과 우정 사이’는 이 영화에서 가장 상쾌한 부분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하이틴 성장드라마 혹은 약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포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미국인이 바라보는 동양인에 대한 관찰과 성찰을 이끌어내며, 미국 사회에 대한 묘한 풍자와 아이러니를 끌어낸다. ‘인종의 용광로‘를 자처하고 있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잘 화합시키지 못하는 미국의 민낯을 들춘다.


앨리스 추 감독은 그렇다고 해서 어쭙잖게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앨리의 아버지는 전력회사에서 자신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항의 전화도 하지 않지만, 앨리는 “시도는 해봤어요? “라고 물어보면서도 아버지를 고치려 하진 않는다. 아버지는 대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 건너왔지만, 영어에 서툴러서 외딴 시골역의 역장으로 근무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아직도 ’ 수신호가 중요한 오래된 기차역‘이라는 상징은 어떤 의미일까?       


고전 영화를 즐겨보는 아버지 덕분에 앨리는 고전에서 해법을 찾는다, 결국 이 영화는 익숙하고 낡은 것, 혹은 지금 감각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언제나 대안을 찾기 위해서 제일 먼저 과거의 지혜, 역사, 사례를 참조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앨리스 우 감독 역시 과거의 어린 시절, 자전적인 경험에서 특이성과 보편성을 얻는다.     


‘이건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는 앨리의 내레이션처럼 <반쪽의 이야기>는 수많은 하이틴 로맨스가 그래 온 것처럼 고등학생들의 애정사를 중심으로 두되 인물들이 놓은 상황과 그들이 간직해온 크고 작은 고민들을 함께 펼쳐 보인다. 자신의 반쪽을, 결핍을 채워줄 소울 메이트를, 불안한 미래를 더듬어나가는 과정을 완결 짓기보다는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영화 중반 벽에 금이 간 5개의 선을 놓고 앨리와 애스터가 함께 그림을 그려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을 나눈다. 그림은 다시 그릴 수 있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탄생하지 않는다는 내레이션이 영화의 태도를 나타낸다. 무엇을 시도할 때 자신의 껍질을 깨고 어른이 되어간다고 말이다.


<반쪽의 이야기>는 ‘타인’이라는 반쪽에 닿기 위해 애쓰던 인물들이 자기 내부의 조각들을 하나둘 맞춰보며 자신의 실제 모습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 (3.6/5.0)      


Good : 캐릭터를 섬세하게 다루는 연금술

Caution : 진부하다면 진부한 10대들의 하트 뿅뿅!


●엘리가 닉네임으로 쓰는 ‘스미스코로나’는 코로나 타자기를 만들던 회사명이다.

●샤론 밴 이튼 (Sharon Van Etten)의 "Seventeen(2019)"이 흘러나올 때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영화의 주제와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https://youtu.be/j7sTHoeH0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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