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교: 디텐션>은 동명의 게임이 원작인 60년대 백색테러 배경 대만 영화다. 풍자 코미디에 능한 존 쉬(徐漢強) 감독은 첫 번째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이 게임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사일런트 힐>을 능가하는 ‘게임의 완벽한 영화화’라는 찬사를 들으며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했다. 2019년 대만 박스오피스 연간 1위, 2019년 제56회 금마장 시상식 5관왕(신인감독상, 각색상, 미술상, 주제가상, 시각효과상), 2020년 제22회 타이베이영화제 6개 부문(대상, 최우수 영화상, 여우주연상, 시각효과상, 미술상, 음향상) 수상했다. 이제부터 천천히 영화를 뜯어보자!
<반교: 디텐션>은, 장제스는 1949년부터 38년 56일간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민당 독재를 강제한다. 대만인들은 이 시기를 ‘백색테러’라고 부른다. 영화는 장 선생님(부맹백)과 학교에서 몰래 금서를 읽던 이들은 결국 감옥으로 끌려가고, 잔혹한 고문을 받던 웨이중팅(증경화)과 팡루이신(왕정)은 폐쇄된 학교에 갇히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존 쉬 감독은 대만 관객이 영화를 통해 묻어둔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기를 그것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치료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직접적인 공포보다 그 공포를 치유하는데 힘썼다.
존 쉬 감독은 80년대 민주화운동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국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며, 계엄령 시기를 다룬 책을 많이 읽고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비정성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또, 출연배우들과 함께 백색테러의 생존자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들은 생생한 이야기는 나와 배우들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고, 그 당시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영화는 역사의 아픔에서 공포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호러 문법에 크게 의지하지 않는다. 대만뿐 아니라 독재 경험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 억압 기제에 공감할 것이 때문이다. 국내 호러 영화 <기담>이나 <알포인트>도 독재의 그림자를 공포의 배경으로 활용한 바 있다. 특히 프랑코 독재 시절의 스페인을 다룬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년)>를 많이 닮았다. 역사적 비극을 호러 관습을 빌려 치유하는 방식은 기예르모 델 토로에게서 배운 것이다. 결말에 흘러나오는 盧律銘의 <光明之日 (Ft. 雷光夏)>이 주는 애잔함은 이 영화의 정서를 상징한다. 그럼 독재는 왜 나쁜가?
중국 공산당이 체제를 유지하는 비용은 중국 GDP 10%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독재는 겉으로는 탄탄해보지만, 속으로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소수의 독재 정권 부역자들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그 피해는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IMF 사태 때 국가부도를 불러온 대기업과 금융권이 그 책임을 온 국민에게 떠넘기지 않았던가? 이런 결정과 책임 사이의 불일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반감과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찍어 누르는 것이다. 불온서적을 읽었다고 간첩협의로 재판하는 <변호인>같은 영화가 나올 만큼 이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과 영화의 진행 방식이 다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흩어진 단서들을 모아 최종적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아내는 방식이라면, 영화는 순차적으로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영화적으로 각색하되 원작 게임의 서사가 가진 본질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게임에서 팡루이신이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며 플레이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 역시 팡루이신의 회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감독은 게임을 플레이해보고는 “이 이야기는 팡루이신에 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고통받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웨이중팅의 비중을 늘렸다. 왜냐하면 게임은 웨이중팅의 시점에서 시작해서 노인이 된 웨이중팅의 시점에서 끝나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감독은 생존자의 고통으로 영화의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것이 <반교>가 성공한 비결 중 하나다.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일부 장면은 현재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면 팡루이신이 혼자서 밤늦게 교실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을 쫓는 교관 모습의 ‘거대한 귀신’이나 ‘팡루이신의 그림자’는 게임의 도교적인 설정을 그대로 활용했다. 특히 거대한 귀신의 경우, 도교의 차사 귀신과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헌병대 모자를 쓴 귀신을 합쳤다고 밝혔다.
★★★☆ (3.7/5.0)
Good :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Caution : 자극적인 공포를 원한다면!
● Detention은 방과 후 남게 하는 벌칙을 일컫는다.
■감독은 영화 주제를 “게임에서도 한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당신은 잊은 것입니까, 아니면 기억해내기가 두려운 것입니까?’ 영화의 카피 문구로도 사용된 대사다. 나는 이 문구가 이 이야기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대만 사람들에게 백색테러 시기의 역사는 치유해야 할 집단 트라우마와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엄두는 못 낸다. 상처를 치료하고 싶지만 상처가 있다는 건 절대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게임이든 영화든 ‘디텐션’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이를 통해 트라우마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과정이, 상처를 치료하기 전 먼저 상처를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단계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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