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 (Western Movies)
서부극은 미국 서부 특히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 및 캐나다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로 일반적으로 서부 개척시대의 민담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올드 웨스트" 또는 "와일드 웨스트"라고 불리며, 미디어에서 무법자, 보안관 및 총잡이 캐릭터가 순찰하는 무법 천지의 국경 지대로 묘사된다. 서부극은 정의·자유·개인주의·운명론·미국의 역사와 정체성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범죄가 만연한 서부 지역을 점진적으로 개척하려는 시도에 관한 이야기다. 서부극의 역사는 고전 영화문법이 세워지는 과정이었으며, 영화에서의 가장 순수한 스펙터클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황량한 배경에서의 결투가 주된 테마가 된다면 서부극으로 분류할 수 있다. 1920-30년대 금주법 시대나 현대를 다룬다면 '네오 웨스턴'이라 불린다. 서부 개척시대를 다루지만 이탈리아에서 제작되면 '스파게티 웨스턴', 1930년대-40년대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중국과 한국의 만주 웨스턴, 19세기 그레이트 게임과 20세기 적백 내전을 배경으로 한 러시아의 러시아의 오스턴(Ostern)/레드 웨스턴,
19세기 홋카이도 개척기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스키야키 웨스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타워즈>, 핵전쟁이후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매드 맥스> 등도 서부극에 포함된다.
이 영화는 <하이 눈(1952)>의 시간제한은 그대로 두되, 선악이 모호한 두 주인공이 <첩혈쌍웅> 혹은 <히트>처럼 거울상관계처럼 대립하다가 서로 감화되는 플롯으로 장르의 진부함을 일정 부분 덜어냈다. 21세기 서부극에 유행처럼 번져간 강렬한 폭력 묘사도 이 작품에서 촉발되었다.
70년대에 들어서자 서부극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에 서부극을 상징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웨스턴의 최후를 장식할 스완송을 작곡한다. 이 성찰적 웨스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적 전환점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세르지오 레오네와 전통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스타일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거기다 소수자와 연대하는 로드무비 형식와 돈 시겔의 '장면의 효율성' 미학이 여기 집결돼 있다.
<카우보이의 노래(2018)>에서 서부 개척민의 실상에 주목하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느슨하게 묶는다. 술집, 은행강도, 카우보이, 아메리칸 원주민과의 추격전, 골드러시, 역마차 6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선집으로 미국 서부 신화에 경의를 표한다. 동시에 불가지론을 기준삼아 주제가 뚜렷하게 정리했다.
수정주의 서부극의 수정주의, 유타 주 산악지대에 숨어든 범죄자들을 찾아 현상금 사냥꾼들이 덮친다. 살해당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여인은 건맨 ‘사일런스(장-루이 트랑트냥)’을 고용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위대한 침묵>은 서부극의 오래된 불문율을 과감하게 위배한다. 무법시대에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는 가혹한 결말을 파격적으로 제시한다. 아마 영화 역사상 가장 암울한 엔딩이 아닐까 싶다. 총잡이들로 대표되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의식을 말소시켜버린다. 영화는 베트남 전쟁과 보수 통치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낙담과 도덕성에 대한 혼란스러움 등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한 68혁명의 종언을 (유럽 영화답게) 보여준다.
안소니 만은 〈리어 왕〉을 바탕으로 서부극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비쳤다. 존경 받는 육군 장교 윌 록하트(지미 스튜어트)는 그는 동생을 죽인 아파치 부족에 총기를 공급한 백인을 찾고 있다. 그는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어느날 ‘농장주 ’알렉 와고맨(도날드 크리스프)’이 지배하는 마을에 당도한다. 소몰이꾼 ‘빅(아더 케네디)’은 아들 ‘데이브 와고맨(알렉스 니콜)’대신에 자신이 후계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 주인공은 피스톨보다 신사도로 승부한다. 영화는 인간사를 관통하는 이치를 설파한다. 셰익스피어가 경고한대로 왕국은 외부의 힘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에 의해 붕괴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윌리엄 와일러는 존 포드처럼 미국의 현대 사회정치적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서부를 빌린다. 타락한 기득권을 설명하기 위해 부동산 투기와 심리학이론을 동원한다. 토지 소유권과 혼인, 배타성이 총동원된 대하드라마는 거대한 산맥과 평원을 롱 쇼트로 잡아 인간들을 곤충 크기로 줄인다. 시각적으로 이전투구를 은유한다. 와일러는 당대의 흥행감독답게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위선, 진정한 사랑과 용기, 질투와 인정 등 인간 본연의 심리를 절묘하게 배치한다. 제롬 모로스의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본래 ‘웨스턴’이란 장르로 기존의 건국신화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려는 의도다. 1890년대 미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당시 서부는 엘리트 자본가들이 조합을 형성하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무법지대였다.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 기득권층은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확고하게 계층 분리를 하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천국의 문>은 영어 한마디 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미국은 파란만장한 이민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나라임에도 ‘짐 크로우 법’ 같은 인종 분리와 시민권의 차등 적용을 합법적이었던 흑역사를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부모의 이혼, 누나와의 풋사랑, 헤픈 여자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섹스밖에 모르는 삼촌 틈바구니에서 14살의 앨리스(타이 셰리던)는 한 여자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머드(매튜 맥커너히)’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는지를 증명하려 애쓴다. 제프 니콜스는 “샘 페킨파가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가지고 단편 작업을 한 것 같은 영화다”라고 소개했다. 깡촌인 아칸소주와 미시시피강을 배경 삼아 〈허클베리 핀〉 같은 보편적인 성장담과 모험, 그리고 서부극의 요소들(살인과 자경단, 총격전)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최근 웨스턴의 뼈대 위에서 여러 요소를 차용해오는 작품들이 잇따라 눈에 띈다. 클로이 자오는 낙마사고를 겪는 로데오 스타의 삶을 추적한다. 자연의 광활한 풍광을 담은 영화는 테렌스 멜릭의 작품과 비교하게 만들었고, 켈리 라이카트처럼 인간 드라마에 사회적 관심사를 촘촘히 투영한다. 〈로데오 카우보이〉는 서부극의 순수한 이미지들 외에 다른 것도 빌려왔다. 영웅주의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얻는 자유와 운명에 저항하는 자유의지 같은 정신을 기린다.
텍사스 주 국경지대의 보안관은 리오 카운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묻어두고 싶어 하는 비밀을 파헤칠 때, 다각적인 시선에서 불법이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인종과 세대 간의 갈등 등의 미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담담하게 심문한다. 현재의 문제들은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며 영화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이제 총을 내려놓으라고 요청한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SF·모험·호러·미스터리·서부극이 혼재된 독창적인 장르와 거침없는 묘사, 완전히 정치적인 메시지로 일명 ‘디스토피아적 서부극’로 불리는 <바쿠라우>는 현대 브라질의 사회정치적 관심사들을 끌어들여, 강렬하면서도 장르가 뒤섞인 드라마를 그려낸다. 이 저항과 연대의 몸부림은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부동산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단순한 감흥의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서부극에 관한 서부극’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부의 사나이〉는 서부극에 종언을 고하는 영화다. 존 포드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나 샘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1969)〉가 만들어지기 전에 말이다.
난생 처음 열차에 타는 '링크(Link)'라는 남자는 야만적 세계, 살인과 강도가 횡행하는 폭력의 역사에서 새로운 가족과 스스로에게 약속한 미래, 새로운 학교가 들어설 인본주의적 세계로 나아가길 갈구한다. 하지만, 총을 내려놓고 문명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부정을 요한다. 그는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자기 반성해야한다. 만은 폭력을 스펙터클로 활용하기보다 윤리적 지표나 정체성의 단서로 활용한다. ‘심리적’(psychological) 웨스턴을 두고 장 뤽 고다르는 ‘서부극의 재창조’라는 찬사를 보냈다.
파격적으로 여성 총잡이끼리의 대결을 그린다. 자수성가한 여성 카우보이 '비엔나(조앤 크래프트)'와 대지주의 딸인 '엠마(메르세데스 매캠브리지)'간에 결투를 벌인다. 남성들은 방관자로 그저 지켜볼 뿐이다.
주인공 비엔나는 단순한 젠더(Gender)적 억압이 아니라 철도 사업을 둘러싸고, 마을 사람과 대립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둘러싼) 집단 히스테리와 흑백논리식 음해공작에 대한 반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니 기타>는 반매카시즘적 메시지를 기저에 깔고 있다.
첫 장면에서 ‘죽은 자와는 여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라는 프랑스 시인이자 화가 앙리 미쇼의 어록이 자막으로 뜬다. 이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서 인디언보다 훨씬 더 야만스러운 백인들을 목도하게 된다. 짐 자무시는 <고스트 독>에서 사무라이 영화와 필름 누아르를 장르라는 표면적 형식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데드맨> 역시 미국 개척 신화에 냉소를 보낸다.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의 영향이 느껴지는 로비 뮐러의 흑백촬영과 섬세하면서도 단순한 닐 영의 음악을 통해 폭력적이고 물질적인 (백인) 사회로부터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정신적인 디언의) 삶의 방식에 도착하는 정반대의 방향성을 띈다.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프랑스 출신 자크 오디아르는 '골드러시'를 배경삼아 서부극의 모든 신화들을 불러들였다. 존 포드의 겸손함, 세르지오 레오네의 폭력성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심층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바운티 호의 반란 (1935)>을 서부극으로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깊이 있는 작품으로 블라이와 크리스천의 관계를 아버지(존 웨인)와 아들(몽고메리 클리프트)의 갈등으로 그려냈다. 우리나라 재벌드라마처럼 목장주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일종의 기업극이다. 왜냐하면 남북전쟁 이후의 경기침체로 인해 세대 차이와 경영 방식에 의한 대립이 격화되기 때문이다.
안소니 만의 ‘심리적 서부극’은 주류 서부극이 다뤄왔던 공동체 전체의 가치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분열에 초점을 맞춘다. 린(제임스 스튜어트)은 아버지를 죽인 남자를 잡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 무법자는 비겁하게도 아버지를 등 뒤에서 쏘고 도망갔던 것이다. 우연히 명품 장총인 윈체스터 ’73이 상품으로 걸린 사격대회에 나갔다가 바로 그 남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이번에도 등 뒤에서 린을 폭행하고 총마저 훔쳐 달아난다. 린의 길고 긴 추적이 시작된다.
웨스턴의 내용은 보통 문명과 야만, 목장과 황야, 법치와 불법 등의 대결로 압축된다. 이런 대결이 주인공과 무법자 사이에서 진행되어왔다 안소니 만은 이를 그리스 비극처럼 가족 내부로 옮겨온다. 폭력이 찬양되는 액션물에 부모를 죽인 죄책감으로 고통 받는 오레스테스나 오이디푸스를 섞는다. 이후 이런 프로이트적인 캐릭터는 웨스턴에 폭넓게 수용됐다. 존 포드의 걸작 <수색자(1957)>나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1964)>에 <윈체스터 ’73>의 흔적이 강하게 묻어 있다.
일명 '혁명웨스턴'이라 불리는 <석양의 갱들>은 1910년대의 멕시코 혁명을 배경으로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지식인이 주도한 혁명운동에 희생되는 계층은 결국 농민이라는 아이러니가 꽤 씁쓸하다.
코엔 형제는 개척신화의 장식을 모조리 걷어내면서도 고전 웨스턴의 영웅상을 고스란히 복원했다.
‘네오 웨스턴’의 방법론을 도입하여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매드맥스>가 저절로 연상시키는 묵시록적 설정에다 서부극 <셰인>을 절묘하게 섞었다. 현상금 사냥꾼에게 쫓기는 서부극 로드무비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텍사스 엘파소에 살고 있는 로건(휴 잭맨)은 병든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를 돌보고 있다. 늙고 쇠약해진 로건은 평생 엑스맨과 함께 싸우느라 심신이 만신창이다. 어린 돌연변이 소녀 로라를 에덴으로만 알려진 신비한 장소로 데려가는 임무에 동의한 후 로건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서부극은 과거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에 그 진가가 발휘된다. 로건은 자신의 능력을 항상 저항해왔다. 매번 가족을 꿈꾸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 딜레마가 슈퍼히어로 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유사한 로라에게서 딸 같은 동질감을 느낀다. 로건은 로라에게 무기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서부극이 미국에 한정될 수 없음을 이 이탈리아 서부극이 보여준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도용한 것이지만, 원작자에게 수익의 일부를 양도하는 조건으로 일단락 지었다. 레오네는 원재료를 기막히게 재가공했다. 마카로니 웨스턴 열풍을 불러온 원조다운 품격을 갖추고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순함과 대담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대부분의 현대영화보다 더 강렬하고 흥미진진하다. 엔니오 모르꼬네의 휘파람은 방랑하는 무법자에게 뜨거운 어조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과장된 톤은 향후 디즈니가 대량생산한 코믹스 영화 스타일을 예언한다. 바람처럼 등장해서 소리 없이 악당을 물리치고 마을을 떠나는 아웃사이더 히어로 영화는 대담한 클로즈업과 불길한 풍경 속에 숨어있는 위협을 스크린에 공식화한다.
부당한 토지 압류로 인해 은행을 털고 있는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 하워드(벤 포스터) 형제를 따라간다. 곧 그들은 법망을 피해 도주하게 된다. 텍사스 레인저 마커스 해밀턴(제프 브리지스)과 알베르토 파커(길 버밍엄)이 그들을 쫓는 과정에서 그들도 자신과 똑같은 부류임을 자각하게 된다. 은행 강도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다뤄온 진부한 이야기지만,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 의료보험, 카지노 자금세탁 등 현대인이 겪는 금융 이슈로 가득 찬 백 스토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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