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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08. 2020

서부영화 추천 TOP 100 (2)

서부극 (Western Movies)

서부극은 미국 서부 특히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 및 캐나다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장르로 일반적으로 서부 개척시대의 민담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올드 웨스트" 또는 "와일드 웨스트"라고 불리며, 미디어에서 무법자, 보안관 및 총잡이 캐릭터가 순찰하는 무법 천지의 국경 지대로 묘사된다. 서부극은 정의·자유·개인주의·운명론·미국의 역사와 정체성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범죄가 만연한 서부 지역을 점진적으로 개척하려는 시도에 관한 이야기다. 서부극의 역사는 고전 영화문법이 세워지는 과정이었으며, 영화에서의 가장 순수한 스펙터클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황량한 배경에서의 결투가 주된 테마가 된다면 서부극으로 분류할 수 있다. 1920-30년대 금주법 시대나 현대를 다룬다면 '네오 웨스턴'이라 불린다. 서부 개척시대를 다루지만 이탈리아에서 제작되면 '스파게티 웨스턴', 1930년대-40년대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중국과 한국의 만주 웨스턴, 19세기 그레이트 게임과 20세기 적백 내전을 배경으로 한 러시아의 러시아의 오스턴(Ostern)/레드 웨스턴, 

19세기 홋카이도 개척기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스키야키 웨스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타워즈>, 핵전쟁이후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매드 맥스> 등도 서부극에 포함된다.




#60 : 작은 거인 (Little Big Man·1970) 아서 펜

원작은 1964년에 출간된 토마스 버거의 소설로 서부를 다룬 가장 재미있고 독창적인 작품이다. 어린 시절, 샤이엔족에 의해 키워진 잭 크랩은 총잡이 와일드 빌 히콕을 만나고, 커스터 장군을 따라 리틀 빅 혼 전투에 합류하게 된다. 1868년의 와시타 대학살 사건을 바탕으로 서부 개척 신화의 정체를 폭로한다. 커스터 장군은 허영에 들뜬 학살자이고, 히콕은 늘 불안해한다. 백인과는 대조적으로 잭을 자기 부족민으로 받아주는 샤이언 족은 특히 '올드 라지 스킨스'라는 인물은 통해 왜곡된 인디언 문화를 복원하려고 시도한다.



#59 : 솔저 블루 (Soldier Blue·1970) 랠프 넬슨 

〈솔저 블루〉는 영화사에 친(親)아메리카 원주민 영화로 첫 줄에 기록될 것이다. 육군 중위와 약혼한 크레스타 메리벨 리(캔디스 버건)를 호송하던 일병 호너스 겐트(피터 스트라우스)이 기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한다. 버피 세인트 메리가 부른 동명의 주제곡마저 감미롭기 그지없다. 줄거리와 대사 곳곳에 미군에 의한 인디언 학살을 조롱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마지막 20분은 훗날 육군 참모총장이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순간 중 하나로 꼽은 사건을 다뤘다.

1864년 11월 29일, 넬슨 A. 마일스 장군이 이끄는 기병대가 샌드 크릭의 샤이엔족을 도륙하고 강간을 거부하자 유방을 절단하고, 방화와 약탈을 일삼았다. 그 중 3분의 2는 여성과 아동이었다. 베트남전 미라이 학살에 대한 우화이자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에 대한 영화의 묘사는 할리우드의 고정 관념을 넘어서려는 용감한 시도였다. 〈울자나의 습격, 1972〉처럼 아파치족과 베트남 전쟁을 결부한 일련의 서부극에 영향을 끼쳤다.



#58 : 3:10 투 유마 (3:10 To Yuma·2007) 제임스 맨골드

이 영화는 <하이 눈(1952)>의 시간제한은 그대로 두되, 선악이 모호한 두 주인공이 <첩혈쌍웅> 혹은 <히트>처럼 거울상관계처럼 대립하다가 서로 감화되는 플롯으로 장르의 진부함을 일정 부분 덜어냈다. 21세기 서부극에 유행처럼 번져간 강렬한 폭력 묘사도 이 작품에서 촉발되었다. 



#57 : 무법자 조지 웨일스 (The Outlaw Josey Wales·1976) 클린트 이스트우드

70년대에 들어서자 서부극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에 서부극을 상징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웨스턴의 최후를 장식할 스완송을 작곡한다. 이 성찰적 웨스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적 전환점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세르지오 레오네와 전통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스타일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거기다 소수자와 연대하는 로드무비 형식와 돈 시겔의 '장면의 효율성' 미학이 여기 집결돼 있다. 



#56 : 윈드 리버 (Wind River·2017) 테일러 쉐리던 

카타르시스가 증발된 복수극, 와이오밍 주의 윈드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을 배경으로 아메리칸 원주민이 폭력적인 억압의 역사 구렁텅이에서 그들의 문화와 뿌리를 잃었으나 긍지만은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현실을 폭로한다. 이 영화를 계기로 원주민 실종자들은 미국인 실종자 통계에 집계하지 않는 미국 정부에 불합리한 관행을 제고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55 :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2007) 앤드류 도미닉

베니스영화제 볼피컵(남우주연상)

예로부터 서부극은 문명과 야만의 싸움 외에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진실과 전설의 구별을 다루는 장르다.


1800년대 후반, 캔자스시티 출신의 로버트 포드(케이시 애플렉)는 처음에는 ‘서부의 로빈 훗’이라 불리는 미주리의 무법자 제시 제임스(브래드 피트)에게 매혹되었다가 나중에 환멸을 느낀다. 영화는 영웅화된 유명인을 추종하는 로버트 포드가 왜 그를 배신하는지를 그린다. 즉, 명성을 부여했던 대중심리를 예리하게 조명한다. 로저 디킨스의 최고작으로 어둡고 거친 촬영 기법은 그 날의 본질과 비겁함을 완벽하게 포착한다. 



#54 :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Laramie·1955) 안소니 만

안소니 만은 〈리어 왕〉을 바탕으로 서부극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비쳤다. 존경 받는 육군 장교 윌 록하트(지미 스튜어트)는 그는 동생을 죽인 아파치 부족에 총기를 공급한 백인을 찾고 있다. 그는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어느날 ‘농장주 ’알렉 와고맨(도날드 크리스프)’이 지배하는 마을에 당도한다. 소몰이꾼 ‘빅(아더 케네디)’은 아들 ‘데이브 와고맨(알렉스 니콜)’대신에 자신이 후계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 주인공은 피스톨보다 신사도로 승부한다. 영화는 인간사를 관통하는 이치를 설파한다. 셰익스피어가 경고한대로 왕국은 외부의 힘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에 의해 붕괴된다.



#53 :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2018) 코엔 형제

<카우보이의 노래(2018)>에서 서부 개척민의 실상에 주목하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느슨하게 묶는다. 술집, 은행강도, 카우보이, 아메리칸 원주민과의 추격전, 골드러시, 역마차 6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선집으로 미국 서부 신화에 경의를 표한다. 동시에 불가지론을 기준삼아 주제가 뚜렷하게 정리했다.



#52 : 위대한 침묵 (The Great Silence·1968) 세르지오 코르푸치

수정주의 서부극의 수정주의, 유타 주 산악지대에 숨어든 범죄자들을 찾아 현상금 사냥꾼들이 덮친다. 살해당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여인은 건맨 ‘사일런스(장-루이 트랑트냥)’을 고용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위대한 침묵>은 서부극의 오래된 불문율을 과감하게 위배한다. 무법시대에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는 가혹한 결말을 파격적으로 제시한다. 아마 영화 역사상 가장 암울한 엔딩이 아닐까 싶다. 총잡이들로 대표되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의식을 말소시켜버린다. 영화는 베트남 전쟁과 보수 통치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낙담과 도덕성에 대한 혼란스러움 등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한 68혁명의 종언을 (유럽 영화답게) 보여준다.



#51 : 천국의 문 (Heaven’s Gate·1980) 마이클 치미노

본래 ‘웨스턴’이란 장르로 기존의 건국신화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려는 의도다. 1890년대 미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당시 서부는 엘리트 자본가들이 조합을 형성하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무법지대였다.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 기득권층은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확고하게 계층 분리를 하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천국의 문>은 영어 한마디 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미국은 파란만장한 이민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나라임에도 ‘짐 크로우 법’ 같은 인종 분리와 시민권의 차등 적용을 합법적이었던 흑역사를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  



#50 : 머드 (Mud·2012) 제프 니콜스

부모의 이혼, 누나와의 풋사랑, 헤픈 여자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섹스밖에 모르는 삼촌 틈바구니에서 14살의 앨리스(타이 셰리던)는 한 여자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머드(매튜 맥커너히)’를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는지를 증명하려 애쓴다. 제프 니콜스는 “샘 페킨파가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가지고 단편 작업을 한 것 같은 영화다”라고 소개했다. 깡촌인 아칸소주와 미시시피강을 배경 삼아 〈허클베리 핀〉 같은  보편적인 성장담과 모험, 그리고 서부극의 요소들(살인과 자경단, 총격전)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49 : 4인의 프로페셔널 (The Professionals·1966) 리처드 브록스

<어벤저스>, <저스티스 리그> 같은 팀 업 무비의 계보에서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1917년 멕시코 혁명 이후, 텍사스의 부호인 그랜트(랄프 벨라미)는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멕시코의 예수라 불리는 혁명투사 ‘라자(잭 팰런스)’에게 납치되었다며 미국 전역에서 전문가들을 수소문한다. 명석한 두뇌의 전술가 '리코(리 마빈)'를 비롯해서 말 다루는 솜씨가 일품인 '에렌가드(로버트 라이언)', 다이너마이트 전문가이자 최고의 총잡이 ‘돌워스(버트 랭카스터)’, 그리고 사막의 지리를 잘 알고 활솜씨가 뛰어난 ‘제이크(우디 스트로드)’는 10만 달러를 벌기 위해 라자의 본거지가 있는 멕시코 사막으로 향한다.  

    

최초의 미국인 악당이 등장한 서부극으로 서부극의 관습을 벗어난 리처드 브룩스의 파격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콘래드 L. 홀의 정교한 촬영과 여배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마저 직접 스턴트를 소화했을 만큼 사실적인 액션으로 가득하다.



#48 : 놉 (Nope·2022)  조던 필

《놉》은 서부극, UFO영화, 괴수물을 총망라하며 영화의 역사를 새로이 쓰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흑인 카우보이 O.J(다니엘 칼루야)에 대한 묘사는 많은 역사적 사례에도 불구하고 드물다. 1972년작 〈벅 앤 프리처 (Buck And The Preacher)〉 같은 흑인 서부극에 대한 암시로 가득하다. 물론 서부극 외에 〈미지와의 조우〉, 〈죠스〉의 가르침을 본받아 스펙터클에 집착하는 오늘날의 시네마를 걱정한다. 



#47 : 더 브레이브 (True Grit·2010) 코엔 형제     

코엔 형제는 개척신화의 장식을 모조리 걷어내면서도 고전 웨스턴의 영웅상을 고스란히 복원했다. 



#46 : 로데오 카우보이 (The Rider·2017) 클로이 자오

최근 웨스턴의 뼈대 위에서 여러 요소를 차용해오는 작품들이 잇따라 눈에 띈다. 클로이 자오는 낙마사고를 겪는 로데오 스타의 삶을 추적한다. 자연의 광활한 풍광을 담은 영화는 테렌스 멜릭의 작품과 비교하게 만들었고, 켈리 라이카트처럼 인간 드라마에 사회적 관심사를 촘촘히 투영한다. 〈로데오 카우보이〉는 서부극의 순수한 이미지들 외에 다른 것도 빌려왔다. 영웅주의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얻는 자유와 운명에 저항하는 자유의지 같은 정신을 기린다.



#45 : 론 스타 (Lone Star·1996) 존 세일즈

텍사스 주 국경지대의 보안관은 리오 카운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묻어두고 싶어 하는 비밀을 파헤칠 때, 다각적인 시선에서 불법이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인종과 세대 간의 갈등 등의 미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담담하게 심문한다. 현재의 문제들은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며 영화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이제 총을 내려놓으라고 요청한다.



#44 :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1990) 케빈 코스트너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촬영·음향·음악·편집상

개신교에서의 자연은 하느님이 하사하신 정복의 대상이다. 이를 근거로 아메리카 원주민은 문명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하여 몰아내야 할 대상으로 파악되었으나 <늑대와 춤을>는 자연에 순응하는 원주민의 세계에 감화되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백인들이 자연을 침범하는 파괴자로 묘사한다. 마치 동양에서 자연법칙을 받아들이면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천인합일설(天人合一說)과 일맥상통한다. 즉 서부극을 동양적인 자연관으로 해체시킨다.



#43 : 운명의 박차 (The Naked Spur·1953) 안소니 만

아카데미 각본상

안소니 만은 대부분의 서부극이 왜 모뉴먼트 밸리와 같은 미국 서부의 일부일 뿐인 사막에서 촬영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반응으로서 그는 스튜디오를 탈출해 미국 서부의 산, 숲, 폭포 등의 풍광을 담는다. 대자연 아래 인물들이 겪는 내면적 분투를 해방시킨다. 현상금 사냥꾼 ‘하워드 켐프(제임스 스튜어트)’와 5천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 살인범 반더그로트를 비롯해 서로 얽혀 있는 다섯 명의 인물들 사이에 도덕적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가를 면밀히 추적한다. 필름누아르의 감성이 스며든 ‘심리적 서부극’은 부패해져가는 공동체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사회적 갈등과 불안에 초점을 맞춘다.

    

제임스 스튜어트는 <라라미에서 온 사나이(1955)>에서 안소니 만과 또다시 강렬한 심리스릴러를 서부극의 영역 안에서 실현시킨다. 만의 꼼꼼한 지휘 아래, 펼쳐지는 지혜의 싸움이 총격전보다 더 짜릿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42 : 바쿠라우 (Bacurau·2019)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SF·모험·호러·미스터리·서부극이 혼재된 독창적인 장르와 거침없는 묘사, 완전히 정치적인 메시지로 일명 ‘디스토피아적 서부극’로 불리는 <바쿠라우>는 현대 브라질의 사회정치적 관심사들을 끌어들여, 강렬하면서도 장르가 뒤섞인 드라마를 그려낸다. 이 저항과 연대의 몸부림은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부동산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단순한 감흥의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41 : 서부의 사나이 (Man Of The West·1958) 안소니 만

‘서부극에 관한 서부극’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부의 사나이〉는 서부극에 종언을 고하는 영화다. 존 포드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나 샘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1969)〉가 만들어지기 전에 말이다.   

   

난생 처음 열차에 타는 '링크(Link)'라는 남자는 야만적 세계, 살인과 강도가 횡행하는 폭력의 역사에서 새로운 가족과 스스로에게 약속한 미래, 새로운 학교가 들어설 인본주의적 세계로 나아가길 갈구한다. 하지만, 총을 내려놓고 문명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부정을 요한다. 그는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자기 반성해야한다. 만은 폭력을 스펙터클로 활용하기보다 윤리적 지표나 정체성의 단서로 활용한다. ‘심리적’(psychological) 웨스턴을 두고 장 뤽 고다르는 ‘서부극의 재창조’라는 찬사를 보냈다. 



#40 :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 조지 로이 힐

아카데미 각본·촬영·주제가·음악상

오스카 촬영상에 빛나는 콘래드 홀의 세피아 톤 화면 아래,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괴상한 인물 연구는 이후 늘 티격태격하는 버디영화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39 : 데드 맨 (Dead Man·1995) 짐 자무시

첫 장면에서 ‘죽은 자와는 여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라는 프랑스 시인이자 화가 앙리 미쇼의 어록이 자막으로 뜬다. 이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서 인디언보다 훨씬 더 야만스러운 백인들을 목도하게 된다. 짐 자무시는 <고스트 독>에서 사무라이 영화와 필름 누아르를 장르라는 표면적 형식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데드맨> 역시 미국 개척 신화에 냉소를 보낸다.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의 영향이 느껴지는 로비 뮐러의 흑백촬영과 섬세하면서도 단순한 닐 영의 음악을 통해 폭력적이고 물질적인 (백인) 사회로부터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정신적인 디언의) 삶의 방식에 도착하는 정반대의 방향성을 띈다.



#38 : 시스터스 브라더스 (Les Frères Sisters·2018) 자크 오디아르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프랑스 출신 자크 오디아르는 '골드러시'를 배경삼아 서부극의 모든 신화들을 불러들였다. 존 포드의 겸손함, 세르지오 레오네의 폭력성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심층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37 : 붉은 강 (Red River·1948) 하워드 혹스

<바운티 호의 반란 (1935)>을 서부극으로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깊이 있는 작품으로 블라이와 크리스천의 관계를 아버지(존 웨인)와 아들(몽고메리 클리프트)의 갈등으로 그려냈다. 우리나라 재벌드라마처럼 목장주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일종의 기업극이다. 왜냐하면 남북전쟁 이후의 경기침체로 인해 세대 차이와 경영 방식에 의한 대립이 격화되기 때문이다.



#36 : 윈체스터'73 (Winchester'73·1950) 안소니 만

안소니 만의 ‘심리적 서부극’은 주류 서부극이 다뤄왔던 공동체 전체의 가치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분열에 초점을 맞춘다. 린(제임스 스튜어트)은 아버지를 죽인 남자를 잡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 무법자는 비겁하게도 아버지를 등 뒤에서 쏘고 도망갔던 것이다. 우연히 명품 장총인 윈체스터 ’73이 상품으로 걸린 사격대회에 나갔다가 바로 그 남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이번에도 등 뒤에서 린을 폭행하고 총마저 훔쳐 달아난다. 린의 길고 긴 추적이 시작된다.  

   

웨스턴의 내용은 보통 문명과 야만, 목장과 황야, 법치와 불법 등의 대결로 압축된다. 이런 대결이 주인공과 무법자 사이에서 진행되어왔다 안소니 만은 이를 그리스 비극처럼 가족 내부로 옮겨온다. 폭력이 찬양되는 액션물에 부모를 죽인 죄책감으로 고통 받는 오레스테스나 오이디푸스를 섞는다. 이후 이런 프로이트적인 캐릭터는 웨스턴에 폭넓게 수용됐다. 존 포드의 걸작 <수색자(1957)>나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1964)>에 <윈체스터 ’73>의 흔적이 강하게 묻어 있다. 



#35 : 석양의 갱들 (Giu La Testa·1971) 세르조 레오네

일명 '혁명웨스턴'이라 불리는 <석양의 갱들>은 1910년대의 멕시코 혁명을 배경으로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지식인이 주도한 혁명운동에 희생되는 계층은 결국 농민이라는 아이러니가 꽤 씁쓸하다.



#34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2015)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아카데미 감독·촬영·남우주연상

1823년 모피산업에 종사하는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코타스 준주에서 곰에게 습격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의 아들은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목숨을 잃고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을 안겨주는 대자연에 비해 인간들의 분노는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개척자 정신, 즉 자연을 개척하고 원주민을 계몽한다는 선민의식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고 원주민과 공존하라고 주장한다. <레버넌트>는 기존 서부극의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서 전혀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했다.



#33 :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1964) 세르조 레오네

서부극이 미국에 한정될 수 없음을 이 이탈리아 서부극이 보여준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도용한 것이지만, 원작자에게 수익의 일부를 양도하는 조건으로 일단락 지었다. 레오네는 원재료를 기막히게 재가공했다. 마카로니 웨스턴 열풍을 불러온 원조다운 품격을 갖추고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순함과 대담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대부분의 현대영화보다 더 강렬하고 흥미진진하다. 엔니오 모르꼬네의 휘파람은 방랑하는 무법자에게 뜨거운 어조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과장된 톤은 향후 디즈니가 대량생산한 코믹스 영화 스타일을 예언한다. 바람처럼 등장해서 소리 없이 악당을 물리치고 마을을 떠나는 아웃사이더 히어로 영화는 대담한 클로즈업과 불길한 풍경 속에 숨어있는 위협을 스크린에 공식화한다.



#32 :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1946) 존 포드

<황야의 결투>는 그 유명한 OK 목장의 결투 사건을 다룬 작품들 중에 가장 우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존 포드는 역사에 충실한 재현이나 박진감 넘치는 총격 액션보다 어두운 주제를 반전시키는데 주력한다. 밝고 경쾌한 마을 축제 장면, 청순한 히로인 클레멘타인(캐시 다운스)과의 삼각관계는 비극적인 영화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구로사와 아키라나 로저 에버트가 <역마차> 이상으로 <황야의 결투>를 존 포드의 최고작으로 꼽았다.



#31 :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2016) 데이비드 매켄지

부당한 토지 압류로 인해 은행을 털고 있는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 하워드(벤 포스터) 형제를 따라간다. 곧 그들은 법망을 피해 도주하게 된다. 텍사스 레인저 마커스 해밀턴(제프 브리지스)과 알베르토 파커(길 버밍엄)이 그들을 쫓는 과정에서 그들도 자신과 똑같은 부류임을 자각하게 된다. 은행 강도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다뤄온 진부한 이야기지만,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 의료보험, 카지노 자금세탁 등 현대인이 겪는 금융 이슈로 가득 찬 백 스토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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