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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11. 2020

서부영화 추천 TOP 100 (3)

서부극 (Western Movies)

역사상 몇 명의 카우보이들은 미국의 남성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 카우보이의 신화는 20세기 영화로 확대되어 전 세계에 영웅심, 서사시, 모험, 선과 악에 대한 교훈을 전한다. 카우보이들은 명예롭게 생활하고 터프하고, 거칠고, 자립적인 사람을 뜻하며 유쾌하고, 정중하며, 때로는 모순적이고 명백하게 지울 수 없는 미국식 정경을 이뤘다. 그래서 중주국(미국)은 자신들의 발명품(서부극)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화시켰다. 



#30 :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1946) 존 포드

<황야의 결투>는 그 유명한 OK 목장의 결투 사건을 다룬 작품들 중에 가장 우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존 포드는 역사에 충실한 재현이나 박진감 넘치는 총격 액션보다 어두운 주제를 반전시키는데 주력한다. 밝고 경쾌한 마을 축제 장면, 청순한 히로인 클레멘타인(캐시 다운스)과의 삼각관계는 비극적인 영화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구로사와 아키라나 로저 에버트가 <역마차> 이상으로 <황야의 결투>를 존 포드의 최고작으로 꼽았다.



#29 :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1974) 샘 페킨파

박찬욱은 “이 영화야말로 샘 페킨파의 진정한 걸작이고 미국 B무비 전통의 개가이며, 가장 독창적인 로드무비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형태의 아트필름”라고 극찬했다.



#28 : 쓰리 베리얼 (The Three Burials Of Melquiades Estrada·2005) 토미 리 존스

칸 영화제 각본·남우주연상

1997년 해병대원이 불법 이민자을 오인사살한 사건과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죽어가는 동안(As I Lay Dying)>에서 영감을 얻었다. 제목대로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를 세 번 매장하는 과정에서 당혹스러울 만큼 도덕적 딜레마를 창의적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미국이 멕시코에 저지른 폭력과 무자비, 무관심을 속죄하고 치유하고 구원하는 여정을 심도있게 그린다. 



#27 :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 조지 로이 힐

아카데미 각본·촬영·주제가·음악상

오스카 촬영상에 빛나는 콘래드 홀의 세피아 톤 화면 아래, 오스카 주제가상을 받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괴상한 인물 연구는 이후 늘 티격태격하는 버디영화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26 :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2021) 제인 캠피온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감독)상, 아카데미 감독상

조지 스티븐스의 산업 서부극 <자이언트>를 교본삼아 서부를 배경으로 냉혹한 심리 스릴러이자 우아한 고딕 멜로를 직조한다. 섹슈얼리티와 남성성, 신학적 해석학을 다층적으로 쌓아 올려놓아 이 멜로드라마를 더 풍부하고 미묘하게 섬뜩하게 만든다.



#25 : 믹의 지름길 (Meek's Cutoff·2010) 켈리 라이카트

<믹의 지름길>은 서부극에 녹아있는 영웅주의나 전복을 꾀한 작품들의 전제와도 거리를 둔다. 영화는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황무지에서의 적응과 생존을 관찰한다. 서부 사나이들이 사라진 빈 곳을 대체한 여성들,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들이 행하는 일상의 노동이다. ‘개척정신’이 실천된 곳은 거대한 영웅들의 무용담 따윈 필요 없다. 당장 내일 먹을 양식과의 생존 싸움이 벌어지던 생활공간이었고, 그 싸움은 소소한 노동을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4 : 셰인 (Shane·1953) 조지 스티븐스

아카데미 촬영상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과 함께 '미국인의 꿈의 3부작' 중 하나로 불리며, 《역마차》, 《하이 눈》과 더불어 '서부극의 3대 걸작'에 포함된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주변을 단숨에 평정하는 영웅의 한 전형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이와 셰인(앨런 래드)이 나누는 유사 부자관계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이 연상되는 미묘한 감정선 덕택에 다른 서부극과 다른 서정적인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23 : 불타는 안장 (Blazing Saddles·1974) 멜 브룩스

<에어플레인>, <총알 탄 사나이>, <무서운 영화>으로 대표되는 패러디 코미디의 조상님을 만나보자! 멜 브룩스는 웨스턴 장르 그 자체를 패러디하며, 정치, 인종, 개신교, 젠더(性), 세대 등 민감한 주제들의 가식과 위선을 인정사정없이 조롱한다. 오늘날에는 제작이 불가할 만큼 그 수위가 세다. 



#22 : 자이언트 (GIANT·1956) 조지 스티븐스

아카데미 감독상

<자이언트>는 얽히고설킨 가족소설의 대가인 에드나 퍼버의 작품답게 가족드라마 속에서 인종과 계급에 대한 탐구가 눈에 띈다. 


이 산업서부극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되던 “분리되어 있지만 평등하다.”를 골자로 한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또한 여성에게 선거권을 제한한 것을 풍자한다거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다. 촬영을 끝마치고 얼마 후 자동차 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제임스 딘의 연기가 특히 볼만하다.



#21 : 퍼스트 카우 (First Cow·2019) 켈리 라이카트

두 구의 유골을 현대에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이 영화는 오리건 주가 미국, 러시아 및 영국의 이익 경쟁에 좌우되었던 1820년대로 우리를 이동시킨다. 루티쉬 모피 사냥꾼들을 위해 일하는 보스턴 출신 유대인 제빵사 ‘쿠키 피고위츠(존 마가로);는 중국 이민자 ’킹 루(오리온 리)’와 빠르게 친구가 된다. 영국계 이민자의 젖소로부터 우유를 몰래 짜서 쿠키를 판매해서 성공한다. 그간 서부극이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쿨리(coolie)의 존재를 시사했다는 점이다. 쿨리는 ‘苦力’(고력)을 중국어 발음대로 읽은 것으로, 19세기 초부터 중국과 인도출신 이민자들을 백인들은 대륙횡단철도공사 등에 헐값으로 부려먹었다. 

     

라이카트에게 과거나 현재나 별 차이가 없다. 부자와 권력자들은 여전히 부를 축적하고, 이민자들은 여전히 외부인으로 간주되며 부정한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정행위 뿐이다. 백인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든 모르든 소수 인종의 피와 땀과 죽음 위에 오늘날의 미국이 서 있음을 강도 높게 역설하는 대목이다. 



#20 : 황무지 (Badlands·1973) 테렌스 맬릭

데렌스 멜릭은 단편 영화 〈쌈지돈 Pocket Money〉부터 ‘새로운 웨스턴’으로 비평가들에게 주목받았다. 데뷔작인 〈황무지〉는 연쇄살인마 커플의 여행담으로 미국 역사를 관통하는 풍부한 통찰력과 서사적 연출력을 뽐냈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로드 무비의 탈서구적 신화와 로맨스를 담고 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영화들과 구별된다. 


18세의 찰스 스타크웨더와 그의 14세의 여자친구 카릴 푸게이트가 9일 동안 자행한 10명의 살인극을 느슨하게 기반으로, 이탈과 비정상에 대한 거창한 비전보다 덜 미화된 성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절제되어있으면서도 충동적이다. 충격적인 폭력성을 최대한 지연하면서 그들 자신의 관성을 되돌아보는 성찰은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는 미국인의 환상을 떠받친다.



#19 :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1965) 세르조 레오네

〈이름 없는 남자〉 혹은 달러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은 매우 과소평가된 작품이다. 한때 쿠엔틴 타란티노가 레오네의 최고작으로 꼽기도 했다. 레오네는 훗날<석양의 무법자>와 <옛날 옛적에 서부에서>로 정점을 찍을, 복잡한 회상 시퀀스,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번갈아 나타나는 넓은 풍광, 우스꽝스러운 유머가 폭력 장면에 불쑥 튀어나오는 영화적 흥취를 첫 선을 보인다. 


또 레오네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감성적인 음악으로 기존 웨스턴을 미화했던 낭만주의를 모조리 추방했다. 이 이후로 존 포드나 하워드 혹스의 정통 서부극들은 정의와 양심, 도덕과 같은 덕목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건국이념을 드높이는 선전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즉 레오네는 장르의 신성한 주제와 집념을 전복시켰다.



#18 : 리오 브라보 (Rio Bravo·1959) 하워드 혹스

<하이 눈>의 번민하는 보안관 역이 마뜩잖게 여긴 하워드 혹스와 존 웨인은 함께 서부극 3연작을 완성한다.  《리오 브라보》는 〈하이 눈〉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인 대답으로서 제작됐다. 《엘도라도(1966)》는 중년 남성에 대한 찬가로, 《리오 로보(1970)》는 낭만주의 서부극을 추억한다.

  

평범한 서부극을 원치 않았던 혹스는 자신을 상징하는 요소들 이를테면 명예, 책임감, 남자들의 우정, 사회와 유리된 전문가 팀 내부의 결속을 강조하면서도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액션 등 복합장르로써 서부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했다. 훗날 존 카펜터가 <분노의 13번가>로 현대적인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17 : 하이 눈 (High Noon·1952) 프레드 진네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주제가·음악·편집상 

프레드 진네만 감독은 영화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과 러닝타임이 거의 일치하도록 이야기를 구성했으며, 칼 포먼이 쓴 오리지널 극본은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는 ‘미(美) 하원 비미국활동위원회(HUAC)’에 불려 가서 조사받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거대한 권력에 약해지는 인간의 속성을 파고든다.

 

<하이 눈>은 무엇보다도 한 남자의 내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안관으로서 자신의 신념 때문에 마을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 그 신념을 핑계로 자신을 내치는 마을 주민들의 이기심은 실로 끔찍하기 이를 때 없다. 이럴 때 주인공은 자신의 신념을 버려야 하지만, 그 결단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즉, <하이 눈>은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스스로 성찰하게 한다. 이것은 훗날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줬다. 



#16 :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2005) 이안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감독상 

금세기에 만들어진 최고의 네오 웨스턴 중 하나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지만, 영화는 웨스턴 장르의 선(금기)을 넘는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미국 남성성의 상징인 카우보이에 대한 선입관과 고정관념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15 : 역마차 (Stagecoach·1939) 존 포드

아카데미 남우조연·음악상

존 포드와 존 웨인의 신화가 시작된 전설적인 서부극. 오손 웰스가 <역마차>를 보며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할 만큼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서부극이다. 


B급 장르에 머물던 서부극을 단숨에 메이저 장르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흔히 서부극을 떠올릴 때 첫 손으로 꼽히는 모뉴먼트 밸리가 처음 촬영되었다. 무질서하게 펼쳐지는 황량한 풍경, 자경 활동 그리고 현재 잘 알려진 보안관, 무법자,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웨스턴 장르를 새로이 정의 내렸다. 그 DNA는 <시민 케인>, <스타워즈>에서 <매트릭스: 분노의 도로>, <부산행>에 이르기까지 유전되었다.



#14 :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 (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1948) 존 휴스턴

아카데미 감독·각본·남우조연상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사금채취)를 배경으로 한 모험물의 고전이다. 존 휴스턴은 야망을 추진력으로 움직이며 탐욕과 내부의 알력 때문에 좌절하는 실패한 탐험을 다루는 데 탁월했다. 그 탐욕의 함정과 그 교활한 영향은 서부극을 놀랍도록 어두운 방향으로 이끈다. 당시 장르의 필수품이었던 전통적인 ‘선과 악’의 서사를 뒤엎은 셈이다.



#13 : 관계의 종말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1973) 샘 페킨파 

세월이 흐르면서 <와일드 번치>는 수정주의 서부극을 대표하는 걸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지만 <관계의 종말>은 지금도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빌리 더 키드(크리스 크리스토퍼슨)와 팻 개럿(제임스 코번)은 오랜 친구였지만 각자의 이익 때문에 적으로 돌아서버린다. 무법자 빌리 더 키드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미화되고, 지주들에게 고용된 보안관 팻 개럿은 영혼을 판 변절자처럼 폄하된다. 관찰자 엘리어스(밥 딜런)는 "Knockin' On Heaven's Door"를 연주하며 두 사람의 역전된 관계를 추적한다. 



#12 :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2023) 마틴 스콜세지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아 미국을 세웠다. 백인만이 사유재산을 행사하는 입법 과정은 반자본주의적이다. 이 악법은 폭력으로 강탈한 부를 백인들만 독점하기 위해 유색인종에게 유리천장을 드리우는 것을 상징한다. 야만적인 백인들의 가렴주구는 '문명인'이라는 허울을 말끔히 발가벗긴다. 


여기서 영화의 성격이 밝혀진다. 〈자이언트〉, 〈빅 컨트리〉, 〈데어 윌 비 블러드〉, 〈퍼스트 카우〉 같은 미국의 초기 자본주의를 다룬 산업 서부극이다. 범죄스릴러가 주는 쾌감보다 인물 간의 갈등이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의미, 사회경제적 모순에 집중했다. ‘상속’을 강조하는 까닭은 이 부조리와 불합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경고한다.



#11 : 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1969) 샘 페킨파

비평가 로빈 우드는 페킨파를 두고 “존 포드의 적자”라는 찬사를 보냈다. 왜 그럴까? 샘 페킨파는 <와일드 번치>을 통해 스파게티 웨스턴보다 한층 막 나간 폭력미학으로 고전주의 웨스턴을 위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다. 영화 속 서부는 낭만과 정의가 사라진 착취와 억압이 횡횡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캐틀링 기관총과 T포드로 대표되는 살인의 대량생산 시대로 진입한다.



#10 :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2012) 쿠엔틴 타란티노

아카데미 각본·남우조연상

쿠엔틴 타란티노는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스파게티 웨스턴을 흑인음악과 좀비 액션으로 장르의 전복을 취하면서 업그레이드한다. <장고>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2013)> 보다 더 재밌는 '미국 역사 수업'이다. 역사적으로 카우보이는 원래 멕시코인이나 흑인이 다수였다. 남북 전쟁 직전의 웅장한 풍경,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장고 (1966)>를 빌려와 서부개척시대에 자행된 인종차별과 위선의 민낯을 폭로한다. 



#9 :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2007) 폴 토마스 앤더슨

아카데미 남우주연·촬영상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석유〉을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으로 산업 서부극, 미국 근대시기의 자본 축적기를 탐구한다. 석유업자 '다니엘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야망과 탐욕 그리고 비정하다. (피붙이에게도) 야박하고 무자비하다. 그가 그토록 되려고 하는 ‘아버지(미국)’는 사업을 위해 종교와 결탁하고 가족주의로 인심을 산다. 플레인뷰는 자본을 형성하는 개척자로 열심히 노력해서, (자본가로) 성공하지만, 결국에는 사회공동체에 설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가족도 국가도 하느님도 사랑할 수 없는 ‘속물’이기 때문이다.



#8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2007) 코엔 형제

아카데미 작품·감독·남우조연·각색상

‘서부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소설은 무력감, 선악의 공존, 변화하는 세상과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석양의 무법자>나 <늑대의 춤을>이 신화의 영역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렸지만, 수정주의 서부극이 자가당착에 빠지자 코맥 매카시는 ‘컨템퍼러리 웨스턴(네오 웨스턴)’로 현대 사회의 이면을 공개한다. 


네오 웨스턴은 쉽게 말해 현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다. 시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1971)>나 샘 페킨파의 <겟어웨이(1972)>이며,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엘 마리아치 3부작, <툼스톤(1993)>, <노나없>, 테일러 쉐리던의 <미국 국경 3부작>, <브레이킹 배드>, <트루 디텍티브>, <워킹 데드> 등으로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노나없>에서 안톤 시거는 ‘미국의 시대정신’이다. 이 예측 불가한 악행에 맞서 우리는 과거의 노인처럼 모른 척할 것인가 미래의 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는다. 참고로 ‘현재’를 상징하는 카우보이(우디 해럴슨)는 살해됐다.



#7 :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1992)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카데미 작품·감독·남우조연·편집상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존 웨인과 쌍벽을 이루는 웨스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무법자(1966)〉로 스타덤에 올랐고, 자신이 연출한 웨스턴〈평원의 무법자(1973)〉, 〈무법자 조시 웨일스(1976)〉, 〈페일 라이더(1985)〉를 통해 ‘서부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나고 자랐다.  

   

결국 〈용서받지 못한 자〉는 서부극이라는 장르의 신화에 대한 처절한 부정이자 파괴인 셈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 배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이 활약했던 장르에 대한 폭력성을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6 : 스타워즈 (STAR WARS: EPISODE IV - A NEW HOPE·1977) 조지 루카스

아카데미 편집·미술·의상·시각효과·음향·음악상      

<스타워즈>의 등장인물, 줄거리, 모티브의 상당수는 고전 서부극에서 가져온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특히 디즈니+의 <더 만달로리안>는 스타워즈 세계관 내의 웨스턴 요소를 집약한 작품이다. 


스타워즈의 성공은 <매드 맥스>, <카우보이 비밥>,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미드 <파이어 플라이>, <웨스트 월드>, <만달로리안>, <북 오브 보바펫>등으로 통칭되는 ‘스페이스 서부극(Space Western)’이라는 하위 장르가 생겨날 정도다.



#5 :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1962) 존 포드

수정주의 서부극의 최고봉, 초기 서부극은 그리스 영웅 신화를 서부 개척시대에 대입해 미지의 황야에서 백인 카우보이 영웅이 아메리카 원주민 악당을 물리치고 연약한 백인 여성을 보호하는 일종의 신화화되었다.


그러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사적 제제가 종식되고 법치주의로 나아가는 미국을 그린다. 무법과 야만이 판치던 서부 신화는 법과 제도가 도입되면서 역사 속에 사라진다. 즉, 서부의 총잡이들이 총을 내려놓고 법에 따라 심판받아야 한다고 최종판결한다.  



#4 :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McCabe & Mrs. Miller·1971) 로버트 알트먼

소위 ‘반(反) 서부극’로 일컬어지지만, 안티테제가 그러하듯 테제(전통적 서부극)를 이해해야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서부가 점차 개발(자본주의화)되면서, (인종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나뉘는 과도기를 다뤘다.    

 

줄리 크리스티의 유령 같은 존재감, 레너드 코헨의 침울한 포크음악, 촬영감독 빌모스 지그몬드가 찍은 오래된 사진 같은 질감은 모두 웨스턴의 소멸을 정중히 애도한다. 일화에 따르면, 영화를 본 스탠리 큐브릭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로버트 알트만에게 슬쩍 물었다고 한다.



#3 : 수색자 (The Searchers·1956) 존 포드

데이비드 린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마틴 스콜세지는 <택시 드라이버>를 이 작품을 보고 구상했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 잃어버린 조카를 찾으려는 주인공 이든(존 웨인)는 악랄한 백인 순혈주의자인 데다 어느 집단에 쉽게 동화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다.  


이 '안티 히어로'를 통해 존 포드는 자신이 확립했던 서부의 낭만적 영웅과 위험한 원주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영화에서 백인은 더 이상 절대선이 아니며, 인디언 역시 더는 절대악이 아니게 되었다. 이렇듯 서부는 회색지대로 진입하며 서부극 스스로 인종차별주의 논란을 벗어던졌다.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수정주의 서부극’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2 :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 세르조 레오네

스파게티 웨스턴, 특히 세르조 레오네가 제작한 웨스턴은 한때 할리우드에서 장르의 전통에 덜 충실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대중들은 〈달러 3부작〉을 계기로 온갖 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는 미국 근대상을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


레오네는 미국인이 만든 할리우드 웨스턴보다 더 위대한 서부 서시시를 지었다. 이야기는 설득력 있으며, 연기는 인상 깊고, 영상은 탁월하며 음악은 잊히지 않는다. 미국인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외부의 공정한 시각으로 19세기 서부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재한 채 현실적인 감각으로 극을 이끌 수 있었다.



#1 : 옛날 옛적 서부에서 (C'Era Una Volta il West·1968) 세르조 레오네

스파게티 웨스턴의 아버지는 이 작품을"내가 사랑한 모든 서부극으로부터의 인용이자 모자이크 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레오네는 소위 ‘혁명 웨스턴’을 선보인다. 할리우드 웨스턴이 백인 보안관과 인디언 전사가 맞붙는다면 이탈리아의 ‘혁명 웨스턴’은 중남미인들이 미국인을 부르는 멸칭인 ‘그링고’와 멕시코 의적 집단인 ‘밴디트(산적)’이 격돌한다. 


어린아이를 거리낌 없이 죽이는 프랭크(헨리 폰다)가 탐욕스러운 미국인을 대표한다면, 히스패닉 카우보이 '하모니카(찰스 브론슨)'는 그들에게 착취당하는 민중 밴디트를 상징한다. 이렇듯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기존 서부극들이 소홀했던 ‘폭력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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