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Musical)은 뮤지컬 코미디(Musical Comedy) 또는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의 준말로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공연 양식을 가리킨다. 영국에서 시작해 음악, 특히 노래가 중심이 되어 무용(춤)과 극적 요소(드라마)가 조화를 이룬 종합 공연물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와 공연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대의 제약이 없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는 카메라 앞에서 배우들을 자신의 노래와 춤을 청중 앞에서 공연하는 듯한 연극성을 띈다.
유성영화의 출범과 더불어 황금시대 (1940 ~ 1960)에는 RKO 뮤지컬과 MGM 뮤지컬이라 통칭될 만큼 영화산업의 중추였다. 인공적인 배경 위에서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 유토피아적 세계관은 수많은 관객들을 위로하고 힐링을 제공했다. 빈센트 미넬리, 진 켈리, 프레드 아스테어, 밥 포시 등에 의해 전성기를 이뤄내지만, 언젠가부터 TV에 밀리게 된다. 1980년대부터 시작한 긴 암흑기를 보낸 후 21세기에 다시금 은빛 화면에 신화와 판타지를 제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 : 웨스트사이드스토리 (West Side Story·1961/2021) 로버트 와이즈, 제롬 로빈스/스티븐 스필버그
아카데미 작품·남우조연·여우조연·감독·음향효과·의상·미술·편집·촬영상/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셰익스피어의 절대적인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인 인종 갈등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지금 봐도 '대중문화의 랜드마크'라고 부를만큼 현대음악의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맡은 음악과 완벽한 제롬 로빈스의 역동적인 안무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도착했지만, 빈민 계층이 되어 희망 없는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 이유는 부모세대가 폴란드에서 건너온 '미국인' 남자와 푸에르토리코에서 건너온 지 얼마 안 돼 여전히 ‘외국인’ 이민자 여자의 러브스토리가 현대 미국이 겪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푸는 해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19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1993) 헬리 셀릭
<크리스마스 악몽>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결합시킨 독특한 소재와 특유의 상상력과 생기 넘치는 캐릭터들, 뮤지컬적인 구성으로 호평을 얻어냈다. 뮤지컬 요소만 설명하자면, 디즈니 계열사인 터치스톤에서 제작해서 그런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뮤지컬’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
뛰어난 영화음악가 대니 앨프먼이 팀 버튼의 동화적이며 음울한 감성을 잘 이해하고, 노래를 통해 감성을 전달하고 음악으로 스토리를 표현해냈다. <크리스마스 악몽>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그해 그래미상에 후보로 지명됐다.
#18 : 록키 호러 픽쳐 쇼 (Rocky Horror Picture Show·1975) 짐 샤먼
영화 역사상 가장 이상한(?) 현상 중 하나인 ‘컬트영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작품이다. 사회가 얼마나 다름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느냐를 놓고 도발적이며 기괴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17 : 파리의 미국인 (An American In Paris·1951) 빈센트 미넬리
아카데미 작품·각본·음악·촬영·의상·뮤지컬 음악·공로상
거장 미넬리의 등장은 할리우드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1920~3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 조지 거슈인의 음악과 앨런 제이 러너의 각본이 만난 회화풍의 무대 배경을 뒤로 하고 진 켈리가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I Got Rhythm'은 압권이다. 예술가가 겪는 이상과 현실 간의 긴장은 의도적으로 실생활에 대한 환상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예술과 사랑을 놓고 고민하는 테마는 <라라 랜드>에 고스란히 승계된다.
#16 : 헤드윅 (Hedwig And Angry Inch·2001) 존 카메론 미첼
완벽한 성전환에 실패한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과 밴드 메이트들을 주인공으로 한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 <헤드윅>은 얼핏 <벨벳 골드마인>의 이야기를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스타일로 풀 것처럼 판단내리기 쉽다. 그러나 확실히 다르다. 요란하지만 수줍어하고, 천박해보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런 자기모순이 <헤드윅>을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15 : 시카고 (Chicago·2002) 롭 먀살
아카데미 작품·여우조연·미술·의상·편집·음향상
작가 모린 왓킨스가 1924년에 쓴 희곡을 1927년에는 무성영화 《시카고》가, 1942년에는 《록시 하트》가 각각 제작되었다. 그러다 1975년에 존 캔더와 프레드 엡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번안했고, 이를 1996년 밥 포시가 리바이벌한다. 롭 마샬은 밥 포시의 뮤지컬<카바레>의 무대안무 및 연출을 맡았었던 관계로 1996년 버전을 영화화했다.
화려한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 싱어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와 당대 최고 배우 벨마 캘리(캐서린 제타 존스)의 살인사건 재판과 가상의 무대 장면을 나눠서 교차 편집했다. 록시의 상상을 구체화한 'Cell Block Tango', 'All That Jazz' 등 명곡을 통해 모린 왓킨스이 희곡을 쓰게 된 동기인 매스컴의 천박함을 표출한다.이 싸늘한 조롱과 냉소가 영화 전편을 감싸고 있어 뮤지컬 특유의 낭만성을 전복한다.
#14 : 분홍신 (The Red Shoes·1948) 마이클 파월, 에머릭 프레스버거
아카데미 미술·음악상
춤보다 더 영화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그것은 욕망과 갈등을 몸의 움직임만으로 압도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 형식이다. 한 발레리나가 동료 작곡가와의 사랑과 춤의 위대함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받도록 강요받는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모티브를 가져와 17분짜리 발레 장면에서 예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처럼 절대적인 것이며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 필름메이커들이 오로지 예술적인 열망을 채우기 위해 냉정과 집착을 보이는 단장 보리스에게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13 : 해밀턴 (Hamilton·2020) 토마스 케일
뮤지컬이 예전만큼 주류 문화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 힙합을 통해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산을 독특하게 표현한 것으로 놀라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의 건국 아버지 중 한 명이자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인물이 낯설고 랩으로 쏟아내는 미국 건국 초기의 역사를 훑는 방대한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힙합, R&B, 재즈의 그루브로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더욱이 공연실황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케일의 감각적인 편집이 박진감을 더한다.
#12 : 라이언 킹 (The Lion King·1994) 롭 민코프 外
아카데미 음악·주제가상
디즈니 르네상스의 정점,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역사상 최초의 순수 각본 애니메이션이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그래픽이 선사하는 볼거리, 어른들의 눈물을 훔치는 감동적인 스토리, 작사가 팀 라이스, 엘튼 존, 한스 짐머가 협업한 사운드트랙까지 다시금 클래식한 할리우드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다.
#11 : 원스 (Once·2006) 존 카니
아카데미 주제가상
더블린의 길거리 가수(글렌 한사드)가 그의 재능을 알아차린 체코 이민자 여자(마르케타 이르글로바)를 만난다. 가까워지던 두 사람은 은행 대출을 받아 오디션 데모테이프를 만드는 게 줄거리의 전부다. 존 카니 감독은 저예산의 한계와 단순한 스토리를 가리기 위해 발상을 전환한다.
바로 ‘뮤지컬’이다. 인물들의 감정은 노래로 통해 전달된다. 제작비를 아끼고자 휴대용 CD 플레이어나 카 오디오가 스코어(영화음악)를 대체한다. 여주인공이 "If You Want Me" 부르는 롱 테이크 장면에서 드러나는 기술적 단점이 오히려 현장감을 두드려지게 만드는 마법이 된다. 이게 이 영화가 성공한 비결이다.
#10 : 카바레 (Cabaret·1972) 밥 포시
아카데미 감독·여우주연·남우조연·촬영·편집·미술상
밥 포시의 2번째 연출작은 <대부(1972)>를 제치고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일찍이 <웨스트사이드스토리 (1961)>가 도전했던 현실사회의 시대상을 조명한 최초의 뮤지컬이다. 사상 초유의 디스토피아 뮤지컬은 시종일관 낭만적인 노랫말로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한다. 인물 중심의 서사가 꽤 지루하지만, 뮤지컬 장르의 존재이유인 ‘유토피아 제공’ 자체를 뒤엎은 걸작이다.
#9 : 스타 탄생 (A Star Is Born·1954) 조지 쿠커
아무래도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 주연으로 3번째 리메이크 작품<스타 이즈 본(2018)>로 친숙할 것 같다. 윌리엄 웰먼 감독의 1937년 오리지널, 1976년에 프랭크 피어슨 감독의 2번째 리메이크도 있지만, 최고작은 1954년에 조지 쿠커 감독의 첫 번째 리메이크로 꼽는다.
쇠락기에 접어든 인기배우 노먼(제임스 메이슨)은 무명의 가수 에스터(주디 갈란드)를 스타덤에 올려놓고서 결혼에 이르지만 그 자신은 영화계에서 퇴출된다. 화려한 명성을 얻지만, 사생활을 빼앗긴 아내와 좌절감에 알콜 중독이 심해지면서 점점 커리어가 추락하는 남편의 대비를 통해 할리우드 시스템의 생리를 꼬집는다. 즉, 할리우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그 뒤에 드리운 씁쓸한 그림자에 집중했다.
#8 :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1939) 빅터 플레밍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 아카데미 음악·주제가·아역상
대중문화에 있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여성이 모험을 떠난다.' 라는 컨셉의 출발은 여기서 부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와 더불어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넘어가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뮤지컬장르가 주는 환상과 긍정의 힘, 전설적인 'Over The Rainbow'라는 커다란 유산을 남겼다.
#7 : 내쉬빌 (Nashville·1975) 로버트 알트만
아카데미 주제가상
미국 평론가 폴린 카엘은 “역대 영화들 중 미국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서사적 관점”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알트먼 감독이 테네시 주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도 이곳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다는 정치적 역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테네시 주에 위치한 컨트리 뮤직으로 유명한 내쉬빌을 제목으로 택했다.
언뜻 <내쉬빌>은 앙상블 캐스팅, 배우들의 즉흥연기, 멀피플 스토리라인을 통한 거리두기, 라이브 공연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된 기법까지 어수선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계와 예술계, 언론계가 어떻게 국민들로부터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지에 관한 일종의 경고다.
#6 :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2000) 라스 폰 트리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여우주연상
라스 폰 트리에의 매저키즘은 여전하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밥 포시의 뮤지컬이 그랬듯이 뮤지컬의 낙천주의를 뒤집는다. 그 공로는 오로지 비요크가 작곡한 "I've Seen It All", "Overture" 같은 서정적인 노래와 놀라운 연기에 있다.
#5 : 라라 랜드 (La La Land·2016) 데이먼 셔젤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카데미 감독·여우주연·음악·촬영·미술상
데미안 셔젤 감독은 빈센트 미넬리로 대표되는 'MGM 뮤지컬'에 대한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자크 드미의 색채 미학을 수용한다. 종국에는 ‘꿈과 사랑을 다 가질 수 없다'고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4 :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1964) 자크 드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상의 시인'로 불리는 자크 드미 감독답게 강렬한 원색에 가까운 파스텔톤 색감은 눈부시다. 그보다 후대에 가장 중요한 유산은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한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최소한의 사실적인 면까지 깨뜨려버렸다.
#3 :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1965) 로버트 와이즈
아카데미 작품·감독·음악·편집·음향효과상
브로드웨이 뮤지컬 각색물의 최고봉,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역대 모든 영화 중에서 3번째로 높은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1959년 11월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시연한 이후, 1400회 이상 초장기공연을 해온 뮤지컬을 극화했다. 무엇보다 노래가 좋다. 〈오클라호마〉 〈왕과 나〉 같은 브로드웨이 걸작을 만든 뮤지컬계의 유명 콤비인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주니어가 만든 영화 속 노래들은 무엇보다 쉬운 멜로디와 재미있는 가사로 교과서에 실릴 만큼 지금도 널리 애창되고 있다.
#2 : 재즈클럽 (All That Jazz·1979) 밥 포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편집·의상·주제가·미술상
<재즈 클럽>는 밥 포시의 자전적 뮤지컬이다. 여러 차례 토니 상을 수상한 재능 있는 댄서이자 뛰어난 브로드웨이의 안무가였으며, <카바레>로 이미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쥔 한 남자가 남긴 최후의 유언이다. 개봉한지 8년 후에 세상을 떠난다. 그 후 그가 쓴 <시카고(2002)>가 작품상을 받을 때까지 뮤지컬 장르는 암흑기를 맞이한다.
#1 :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1952) 진 켈리, 스탠리 도넌
1930년대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의 전환이 가져다 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격변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유성영화가 등장하며 발생한 여러 난관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가져왔다고 외친다. 빗속의 상징적인 댄스, 무한긍정의 힘, 낭만적인 로맨스, 폭소만발 코미디, 할리우드 시스템의 오만함, 신화 만들기에 집착하는 제작환경을 비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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