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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23. 2020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 100편 (2)

TOP 100 ANIMATED FILMS :~81위

움직이는 사진, 애초에 영화는 마술적 환영을 자아내는 도구였다. 영화의 사실성을 사진이 담당하였다면 움직임은 그 자체로 스크린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이었다. 라틴어로 ‘살아 움직이게 하다’라는 애니메이션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어쩌면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가장 영화적인 표현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럼 100편의 애니메이션 명작을 만나보자! 




#90 : 뮬란 (Mulan·1998) 베리 쿡, 토니 밴크로프트

<뮬란>은 디즈니 최초의 동양 여전사 애니메이션으로서 남북조시대의 화목란(花木蘭) 설화를 담았다. <인어공주, 1989>를 기점으로 능동적인 디즈니 프린세스들이 등장한 이래로 가장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생산했다. 물론 지금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보통 페미니즘 영화과 달리 주변 남성 캐릭터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생동감 있게 그린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이런 진보적인 여성주의와 전쟁 영웅담이 만들어낸 앙상블은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동양적인 화풍이 만나 여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구별 짓는 개성을 갖췄다.



#89 : 룩백 (ルックバック·2024) 오시야마 키요타카

〈룩백〉은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창작자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다. 만화가를 꿈꾸며 우정을 나눈 주인공 후지노(가와이 유미)와 쿄모토(요시다 미즈키)의 마음에 감화돼 극장을 나온 뒤에도 〈룩백〉에 대해 이것저것을 되새기게 된다. 



#88 : 신데렐라 (Cinderella·1950) 클라이드 제로미니 外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37>의 히트를 거뒀지만, <피노키오, 1940>, <환타지아, 1940>, <밤비, 1942>의 실패, 애니메이터의 집단 파업 등으로 1940년대 후반의 디즈니는 거의 파산 직전의 상태에 몰리게 된다. 월트 디즈니는 당시 직원회의 때 “신데렐라가 망하면 우리도 끝이다”라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는 보편적인 서사를 원했고 딱 어울리는 작품을 발견했다. <신데렐라>는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옛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단편집 <교훈이 담긴 옛날이야기와 콩트>에 처음 실렸다. <성드리용 또는 작은 유리신, Cendrillon Ou La Petite Pantoufle De Verre> 었는데, 그 보다 800년이나 앞서 출간된 당나라의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예쉔(葉限)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캐릭터의 수려한 움직임은 현실감 있는 동작을 얻기 위해 배우의 연기를 촬영하여 그 위에 캐릭터 그림을 입혀 장면을 만드는 ‘라이브 액션(Live Action) 기법’을 시도한 덕분이다. 그 결과, 대모가 신데렐라의 드레스를 ‘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 Bobbidi Boo)’로 변신시킨 것처럼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거인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또한 이와 유사한 여러 이야기들의 원형이 되는 바람에 ‘신데렐라 스토리’,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의 사회적 용어가 이 작품으로부터 파생했다. 여담으로 오늘날 디즈니 프린세스는 디즈니 브랜드를 상징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딱 3편의 공주 애니메이션만을 제작했다. <백설공주>로 디즈니 프린세스 공식을 발명했고, 나중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1959>로 디즈니식 애니-뮤지컬 형식을 완성한다.



#87 :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2011) 연상호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다. <파수꾼, 2011> 같은 학교폭력을 다룬 스릴러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상시키는 계급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86 : 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2017)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빈센트 반 고흐를 향한 헌정사. 세계 최초로 손으로 그린 유화 장편 애니메이션은 125명의 화가들이 10년 동안 62,450점의 유화 프레임을 손수 그렸다. 고흐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낸 그 장인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85 :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Cowboy Bebop: The Movie·2001) 와타나베 신이치로

극장판 <천국의 문>은 22화와 23화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다룬다. 이 극장판은 TV판의 성공요인을 고수한 지극히 안전지향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전체를 포괄하며 평하겠다.      


이 독특한 시리즈는 다양한 장르와 음악 스타일을 결합하여 매우 독창적이며 틀림없이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를 생산해냈다. 21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우주선 비밥 호를 타고 여행하는 현상금 사냥꾼 무리를 따라간다. 우주 전투에서 격투 장면에 이르기까지 간지가 폭발한다. SF서부극 와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기초해 사이버펑크, 홍콩 액션, 누아르, 코미디를 기존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의 그것이 아닌 재즈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음악들이 흘러나와 이질적이고 다양한 장르 변주가 이물감 없이 자연스레 맞물려 돌아간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조망하고, 몰입감을 극대화시키는 카메라 및 음악활용, 옴니버스 형식 아래서 느슨하고 건조하게 구체화되는 주제의식이 ‘실사 영화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상을 완성시킨다.



#84 : 파라노만 (ParaNorman·2012) 크리스 버틀러, 샘 펠

공포영화에 대한 존경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소박하지만 따스한 감성이 물씬 담겨있다.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교훈이 담겨 있다. 액션이 시작되면서 집단의 폭력을 냉정하게 그리면서 그 작동원리(매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83 :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101 Dalmatians·1961) 볼프강 라이더맨 外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중 처음으로 제록스(Xerography) 방식을 도입하여 제작되었다. 동화 용지 위에 연필로 그린 선을 그대로 셀 용지에 옮길 수 있는 제록스 방식을 통해 영화 제작에 효율성을 가져왔다. 두 번째, 뮤지컬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던 디즈니가 뮤지컬 형식을 버린 최초의 작품이다. 세 번째, 고전이나 동화가 아닌 작품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닌 현대 음악을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성을 표현하려 애쓴 작품이다. 그래서 디즈니 실버 에이지(1950-67)를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다.


보통 애니메이터들은 점이나 동그라미를 넣지 않는데, 이 영화는 점박이 무늬가 12~24 프레임으로 움직인다. 강아지가 움직일 때마다 그려야 하는 분량이 크게 늘기 때문에 이후 그 어떤 2D 애니메이터도 도전하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내려온다. 



#82 : 노란 잠수함 (Yellow Submarine·1968) 조지 더닝

비틀스의 영향력은 음악의 단위를 뛰어넘는다. <노란 잠수함>은 60년대를 지배한 미술 사조를 적극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팝아트(Pop Art), 옵티컬 아트(Optical Art), 사이키델릭 아트(Psychedelic Art)를 반영한 기존 애니메이션과 비교할 수 없는 실험적인 영상미를 추구했다.  


<노란 잠수함>에서 시간과 공간, 실제와 환상은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매우 초현실주의적으로 묘사된다. 초현실주의의 ‘낯설게 하기’를 통해 히피 문화가 주창하는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부각한다. 아트 디렉터 하인츠 에델만(Heinz Edelmann)에 의하면, 처음부터 작품을 하나의 전체로서 접근하기보다는 서로 연결성을 지닌 단편 영상물들의 시리즈물처럼 생각하여 매번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이는 끝까지 시각적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응집력 있는 서사를 포기한 대신에 비틀스의 12곡마다 사진, 실사 영상과 셀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콜라주 기법, 타이포그래피의 활용, 회화적으로 채색한 로토스코핑 기법 등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차별화했다.



#81 : 겨울왕국 3부작 (Frozen·2013-2027)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주제가상

디즈니 설립 90주년 기념작은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다. 전작 <라푼젤>의 성공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고전을 디즈니식으로 해석한 뮤지컬 동화를 내놓는 전통적인 방식이 요즘에도 먹힌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고무된 디즈니는 대담하게 남녀 간의 애정을 ‘안나와 엘사의 자매애’로 바꾼다. 그 결과로 픽사를 제외한 디즈니 영화 사상 최초로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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