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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30. 2020

애니메이션 영화추천 100편 (4)

TOP 100 ANIMATED FILMS : ~61위

움직이는 사진, 애초에 영화는 마술적 환영을 자아내는 도구였다. 영화의 사실성을 사진이 담당하였다면 움직임은 그 자체로 스크린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이었다. 라틴어로 ‘살아 움직이게 하다’라는 애니메이션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어쩌면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가장 영화적인 표현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럼 100편의 애니메이션 명작을 만나보자! 





#70 : 음악 (On-Gaku: Our Sound·2019) 이와이사와 켄지

"애니메이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비로소 나올 수 있는 참신한 작품."이라는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말마따나 문외한이었던 이와이사와는 7년 동안 집에서 그려 완성했다고 한다. 이와이사와는 음악의 고유한 힘을 믿고 불량 학생들의 거친 겉모습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그 열정이 그들의 가능성을 해방된다. 




#69 : 모아나 (Moana·2016)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디즈니는 영감을 얻기 위해 종종 고전동화(민담)를 찾는다. 그중에서 <모아나>는 ‘디즈니 프린세스 라인업’에 실로 독창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러브스토리가 배제된 공주 이야기를 펼치면서 폴리네이아 신화를 각색한 것이다. 이 모험은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런데 재미를 위해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을 위배하거나 폴리네이아 신화를 왜곡했다는 시각도 있다.




#68 : 빅 히어로 (Big Hero 6·2014)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인크레더블>이 슈퍼히어로물과 픽사의 조화로운 결합이었다면 <빅 히어로>는 디즈니와 마블 코믹스가 만난 애니메이션이다.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특별 출연한 게 그 증거다. 

    



#67 :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2010) 실뱅 쇼메

<일루셔니스트>는 여러모로 그리움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은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으로 알려진 자크 타티에 대한 명백한 경의이며, 이야기는 타티가 소외된 딸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기 위해 쓴 미발표 원고에 기초했다. 실뱅 쇼메 감독은 대사가 최소화된 무성영화 기법과 클로즈업 하나 없는 정적인 화면으로도 잊혀가는 것들을 추억하는 마법을 부린다.




#66 :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1989) 론 클레먼츠, 존 머스커

아카데미 음악·주제가상

월트 디즈니 사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점점 험한 물살을 헤치고 항해하다 그만 바다에 표류하게 되었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안데르센의 원작을 로맨틱하게 재해석하는 한편, 단조로운 이야기를 흥겨운 칼립소 음악과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활용해 극복했다. 이렇게 디즈니 르네상스가 화려하게 열렸다. 그리고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최후의 디즈니 작품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대작 <어비스, 1989>가 심해를 테마로 제작된다는 소문을 듣고 바다영화 5편이 저격에 나셨다. 여섯 바다영화 중에 유일하게 <인어공주>는 할리우드의 심해 공포증을 겪지 않는다. 금기가 풀리자 7년 후《타이타닉》, 15년 후 《니모를 찾아서》, 30년 후 《아쿠아맨》 같은 걸출한 후계자를 두게 된다. 




#65 : 주토피아 (Zootopia·2016)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

픽사의 수장, 존 라세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총괄하게 되면서 픽사는 점점 디즈니화되고 디즈니는 점점 픽사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주토피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디즈니 관례를 뒤집은 작품이다. 뭣보다 <주토피아>의 가장 빛나는 점은 “다름을 인정하자”는 주제를 이야기 속에 자연히 녹여내는 전개에 있다. 공동감독을 맡은 <라푼젤, 2010>의 바이런 하워드와 <주먹왕 랄프(2012)>의 리치 무어가 전작의 장점을 꺼내 들었다. 강직한 여성 캐릭터가 제 앞길을 찾아가 나는 서사는 바이런 하워드의 특기이고, 주조연과 엑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점은 <주먹왕 랄프>의 성과를 떠올리게 한다. 그간 성차별과 인종적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디즈니가 처음 LGBTQ 캐릭터를 등장시킨 변화가 이채롭다.  


놀랍게도 추리물, 정확히는 버디 캅 장르 공식에 따라 움직이며 주인공을 따라만 다녀도 상당한 재미가 보장된다.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던 낙원이 실제로 어떤 세계인지 꼼꼼하게 드러난다. 놀랍게도 차별의 주체가 ‘다수의 약자’였다는 점은 혐오의 오늘날을 정확히 통찰한 것 같다.




#64 : 웨이킹 라이프 (Waking Life·2001) 리처드 링클레이터

사유하게 만드는 영화, 얼핏 몽상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친구, 학자, 행인을 만나면 삶과 죽음, 꿈, 환생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줄거리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실사 촬영본 위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시도했다. 실사 필름을 밑그림으로 사용하는 그래픽은 조르주 멜리아스가 시도했을 만큼 오래된 기술이다. 링클레이터는 부조리한 연결로 서사의 선형성을 깨며, 실사 화면을 일부러 일그러트린다.   


현실과 꿈 그리고 이중적인 존재의 경계를 표현하는데 더없이 어울린다. 한 청년이 여러 사람을 만나 각자의 고민과 철학적 질문을 인터뷰한다. <웨이킹 라이프>는 독창적인 팝 아트와 MTV 스타일, 실존의 고민이 한데 녹아있다.




#63 : 미개의 행성 (La Planete Sauvage·1973) 르네 랄루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미개의 행성(판타스틱 플래닛)>은 미술이론 수업에 종종 틀어주는 작품이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르네 랄루는 얼핏 중세풍의 삽화집처럼 보이는 페이퍼 애니메이션을 3년 반 동안 그린다. ‘이감’이라는 행성에 ‘트라그’라는 푸른 거인이 인간을 ‘옴(homme: 사람, 남자)’이라 부르며 애완동물처럼 기른다. 롤랑 토포르의 강렬한 디자인과 르네 랄루의 추상적인 시청각적 표현이 인종차별, 노예제도, 동물의 권리를 한 번쯤 고찰하게 이끈다.




#62 : 피노키오(Pinocchio·2022) 기예르모 델 토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타지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역사다. 20세기의 파시즘을 통해 원작의 주제인 아들의 죽음, 아버지의 비애, 인간성에 대한 의문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이형들의 기괴환 양태와 동작을 강조한 스톱모션 기법을 통해 델 토로 특유의 크리처와 오컬트의 뉘앙스를 풍긴다.




#61 :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 の動く城·2004) 미야자키 하야오

베니스 영화제 황금 오셀라상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소설은 원래 호소다 마모루가 연출하기로 계획되었으나 어른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미야자키 하야오가 마무리 지었다. 주인공 소피의 성장담을 익숙한 미야자키 세계의 변주곡으로 선율과 리듬을 바꿨다. 윈 존스의 목가적인 판타지는 유럽 배경의 스팀 펑크로 편곡되었다. 장난스러운 장르 풍자물을 쓰는 윈 존스와는 달리 미야자키는 온화하지만 선이 굵은 모험담의 전문가이다. 


그러다보니 <하울의…>의 전쟁 장면은 분명히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은유적인 비판을 위해 삽입되었음을 눈치채기란 어렵지 않다. 이렇듯 미야자키가 새로운 악상은 원작의 멜로디와 종종 충돌하는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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