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강형철 감독은 코미디에서 중요한 타이밍과 리듬감이 정확히 판독한다. <과속스캔들>에서 마찬가지다. 배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의 매력적인 조합과 (한국영화답지 않게) 경쾌한 사운드트랙,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따뜻한 결말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인공적인 도식으로 짜여있지만, 과하지 않게 감상주의를 잘 통제하고 있어 보기 편했다. 특히, 차태현 특유의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만의 캐릭터를 이어간 〈헬로우 고스트, 2010〉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김상진 감독은 〈돈을 갖고 튀어라, 1995〉, 〈깡패 수업, 1996)〉, 〈투캅스 3, 1998〉로 코미디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오다 박정우 작가와 〈주유소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까지 함께 전성기를 보냈다.
라면 먹다 ‘그냥’ 주유소로 쳐들어가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한 놈만 패는 막무가내(유오성), 라이터 하나 때문에 조폭과 맞짱을 뜨는 〈라이터를 켜라〉의 백수 봉구(김승우), 석방 하루 전 애인 때문에 교도소를 탈출한 〈광복절 특사〉의 모범수 재필(설경구) 등 막무가내 정신은 기존 체제에 맞서는 통쾌한 한방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대한민국은 우스갯소리로 ‘유교 탈레반’으로 불릴 만큼 이쪽 방면으로 엄격한 국가이지만, 이 저급하지 않은 섹스 코미디는 우리나라의 〈스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백 편의 모방작을 양산해냈다. 여담으로 엠마 스톤이 이 영화로 데뷔했다.
아이를 다치게 한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를 하러 방문한다. 하지만 허례허식의 유효기간은 짧다. '가족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포박된 주인공들을 1급 배우들이 신나게 연기한다. 그 가운데 문명인들의 가차 없는 야만성이 곳곳에 웃음폭탄처럼 매설돼 있다.
〈세 얼간이〉의 아미르 칸과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은 인도 사회에 다시 한번 의문을 던진다.
인도에서 다소 다루기 민감한 ‘종교를 이용하는 사이비’와 진짜 ‘신’에 대한 고찰을 다룬다. 인도 현지에서 일부 종교인들이 상영금지 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할만큼 꽤 설득력있다. 그만큼 요란한 코미디 속에 전 세계 모든 종교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트로픽 썬더〉는 무척이나 자기 반영적인 영화다. 이 작품에서 스튜디오 로고까지 장난치며 전쟁영화를 찍는 할리우드 제작 방식을 사정없이 풍자한다. 벤 스틸러는 자기 얘기나 다름없는 영화계 안팎의 에피소드들을 〈지옥의 묵시록, 1979〉, 〈람보2, 1985〉같은 영화들과 접붙인다. 게다가 양념을 뿌린다. 흑인 분장까지 불사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극단적인 매소드 배우흉내나 톰 크루즈의 저질 댄스는 이 구역의 미친 놈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듯 치열하다.
한편 〈쥬랜더〉는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하다. "인생엔 잘 생긴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라며 숟가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잘 생겼다고 감탄하며 모델이 되었다는 '데릭 쥬랜더(벤 스틸러)'부터 어이 상실이다. 데릭이 보여주는 표정 ‘매그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거나 데릭과 헨젤(오웬 윌슨)이 패션으로 대결을 벌인다는 발상은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한다.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 같은 음모론을 비꼬아 전 세계를 조종하는 배후 세력이 패션 업계의 거물들이라는 설정부터 황당하다.
패션산업의 노동착취라는 주제의식, 벤 스틸러의 엄청난 개그, 헌신적인 연기로 마냥 비웃을 수가 없다. 병신 같지만 멋진 캐릭터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데이비드 보위, 도널드 트럼프 등 슈퍼스타들이 기꺼이 망가지고, 선의로 가득한 이야기가 상냥하게 진행되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다.
‘짐 캐리’란 이름 석 자(?)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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