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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추천 BEST 110 (5)

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by TERU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60 : 프리 가이 (Free Guy·2021) 숀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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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가이〉는 '비디오 게임' 속으로 안내한다. NPC(Non Player Character, 비플레이어 캐릭터)’인 주인공이 주체적인 삶을 자각하는 과정은 보통 사람이 승리하는 착한 영화 공식을 따라간다. 메타버스의 디지털 세상에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을 예찬한다. 이를테면, 사랑, 화합, 우정, 인류애 같은 것들 말이다.



#59 : 슈퍼 배드 (Superbad·2007) 그렉 모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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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우스갯소리로 ‘유교 탈레반’으로 불릴 만큼 이쪽 방면으로 엄격한 국가이지만, 이 저급하지 않은 섹스 코미디는 우리나라의 〈스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백 편의 모방작을 양산해냈다. 여담으로 엠마 스톤이 이 영화로 데뷔했다.



#58 : 대학살의 신 (Carnage·2011) 로만 폴란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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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다치게 한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를 하러 방문한다. 하지만 허례허식의 유효기간은 짧다. '가족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포박된 주인공들을 1급 배우들이 신나게 연기한다. 그 가운데 문명인들의 가차 없는 야만성이 곳곳에 웃음폭탄처럼 매설돼 있다.



#57 : 미세스 다웃파이어 (Mrs. Doubtfire·1993) 크리스 콜럼버스/굿모닝 베트남 (Good Morning, Vietnam·1987) 베리 레빈슨

아카데미 분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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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윌리암스는 불세출의 희극배우이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가족이지만 가족이기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갈등을 ‘할머니 가정부’로 위장해서 전혀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굿모닝 베트남은 베트남전을 다룬 미국영화 중에서 베트남인을 현실 속의 사람들로 그려낸 매우 드문 영화다. DJ 애드리언 크로너(로빈 윌리암스)는 사이공의 미육군기지에서 불경하고 날카롭고 풍자적인 농담과 모타운 노래를 병사들에게 들려준다. 그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다.



#56 : 탐포포 (タンポポ·1985) 이타미 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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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주조는 자신의 두 번째 코미디를 ‘라면 웨스턴’이라 불렀다. 맛없는 라면집 주인 ‘담뽀뽀’(민들레라는 뜻으로 주인공의 이름)가 서부영화 〈셰인〉처럼 홀연히 나타난 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각고의 노력 끝에 라면의 달인으로 우뚝 서게 된다.


레시피에 집중한 첫 번째 요리영화이자 루이스 부뉴엘의 후기 작품을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서사적 유희를 보여준다. 어둡고 철학적인 위트가 일본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기만, 가난, 가족, 죄의식 등을 담아낸다. 식욕과 성욕의 관계, 일본인의 장인정신과 허위의식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를 곳곳에 심어놓았다. 이타미는 이를 통해 계급과 예의범절을 비롯하여 일본사회의 모순을 조롱하며 매우 통쾌한 전복을 이뤄낸다.



#55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カメラ を止めるな!·2017) 우에다 신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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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좀비코미디는 퇴보하는 일본 영화의 제작현장을 배경 삼아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일본 영화인들의 애환을 다뤘다.



#54 : 시스터 액트 1,2 (SISTER ACT·1992-3) 에밀 아돌리노/빌 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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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무공해 코미디, 우피 골드버그의 존재감과 블랙 가스펠의 매력이 만났다. 성스러움과 유쾌함 사이에서 누구를 비하하거나 조롱하지 않아도 마구 웃긴다.



#53 : 넘버 3 (No.3·1997) 송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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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넘버 3〉는 조폭을 소재로 웃길 수 있다는 웃음의 불씨를 제공했고, 주유소 습격사건의 흥행이 그 웃음을 퍼트릴 기름을 부었다. 2001년에 집에 가면 조폭이 있고(조폭마누라), 조폭이 절에 가고(달마야 놀자), 조폭이 학교까지 가는(두사부일체) 등 제작사와 감독은 각각 달라도 ‘조폭’ 하나만 있으면 코믹 한편 뚝딱 만들어내며 극장가에 범람하게 되었다. 얼마 후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문을 닫은 후에 조폭 코미디가 극장에서 퇴출되었으나 넘버 3의 최민식이 분한 마동팔 검사 같은 이후 막 나가는 ‘대한민국 검사 캐릭터’들이 멀티플렉스를 점거한다.


과연 넘버 3는 어떤 영화일까? 짧게 설명하자면, 직설적인 어조로 한국사회의 속물근성과 천민 자민 주의, 그리고 그것에서 형성된 ‘갑질’을 몽땅 3류로 묶어서 미친 듯이 깐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내포되어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다. 그리고 조직폭력배가 소재임에도 조폭 미화 물로 전락하지 않고, 배신이 난무하는 조폭 세계의 비정함을 잘 반영했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의식에 짓눌리지 않고 영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비판과 풍자를 일삼는데 이것이 관객에게 역설적으로 어마어마한 사이다로 다가왔다. 그래서 성공했다.



#52 :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2003) 톰 새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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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 곧 장르가 된 배우가 있다. ‘짐 캐리’라는 하나의 장르 속에서 영화는 자기 삶에 불만투성이인 브루스(짐 캐리)는 허구한 날 신을 원망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신(모건 프리먼)’이 찾아와 자신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위임하겠다고 말한다. 브루스가 우여곡절 끝에 깨달아가는 스토리는 뻔하다.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하느님의 직업은 흑인 청소부에다 ‘야훼’ 닷컴에 이메일을 보내는 기도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성경을 업데이트한다. 그렇지만, (성경 가르침대로) 교만과 그에 의한 파멸 그리고 구원이라는 흔한 전개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재밌는 점은 시〈매트릭스〉시리즈처럼 거창한 인류 구원보다 구체적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이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다. 이렇듯 911·이후 미국의 자기반성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51 : 에브리바디 원츠 썸!!(Everybody Wants Some!!·2016)/멍하고 혼돈스러운(Dazed And Confused·1993)/스쿨 오브 락 (School Of Rock·2003) 리처드 링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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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청춘예찬’의 달인이다. 느슨한 2부작인 멍하고 혼돈스러운에브리바디 원츠 썸는 B급 하이틴 코미디를 연상된다. 하지만, 초반 10분만 봐도 전혀 다른 영화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링클레이터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둘 다 시시껄렁한 사건과 쓰잘데기 없는 수다로 채워져 있다. 각종 한심한 짓거리들을 선보이는 청춘의 방탕함, 그 자체만으로도 일말의 해방감을 안긴다. 아름답게 채색된 과거를 소비하는 것과 다르게 복고감성을 자극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 영화다.


모두가 잭 블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스쿨 오브 락이 유쾌한 축제라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우리를 이만큼 웃게 만들면서 또한 믿을 수 없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미디는 정말 특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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