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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추천 BEST 110 (6)

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by TERU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50 : 투씨 (Tootsie·1982) 시드니 폴락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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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폴락의 투씨는 제임스 L. 브룩스의 코미디영화와 함께 주류 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다. 여장남자가 겪는 여성으로써의 애로사항들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 뿐 아니라, 열띤 분주함, 빽빽한 하위플롯, 대중문화 차용, 화려한 몽타주 시퀀스를 통해 드라마를 이완했다가 팽창시키는 연출, 전복적인 의미를 은근히 암시하며 코미디의 깊이를 더하는 방식은 오늘날에는 보편화된 것이다.



#49 : 패딩턴 1·2 (Paddington·2014-7) 폴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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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이식된 그림책이라는 해묵은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 주변인의 정서, 흔들리지 않는 주제의식, 영상언어로 풀어내는 솜씨까지 만점짜리 가족영화다.


1편의 말하는 곰의 도시 적응기는 우리에게 곰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2편에 이르러서는 패딩턴이 인간사회에 쉽게 적응하도록 그를 대하는 이웃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공동체로서의 성숙한 태도로까지 나아갔다.



#48 : 대역전 (TRADING PLACES·1983)/구혼작전 (COMING TO AMERICA·1988) 존 랜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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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영화는 흑인 배우와 감독에게 허락된 몇 안 되는 장르 중 하나이다. 에디 머피는 피부색에 구애받지 않고 ‘80년대’를 웃겼다. 그의 출세작 대역전은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왕자와 거지’ 이야기다. 내용은 동화이지만, 제이미 리 커티스의 노출이 있어서 성인 등급을 받았다.


구혼작전은 에디 머피가 직접 각본을 쓸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한 영화다. 아프리카 자문다 왕국의 왕자 아킴(에디 머피)이 직접 왕자비를 찾으러 미국 와서 벌이는 소동을 따라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고귀한 왕자가 직접 본 뉴욕 빈민가 탐방은 얼핏 동화처럼 단순하게 그려지지만, 인종 간 격차를 날카롭게 꼬집는 것 같다. 흑인과 아프리카에 대한 전근대적인 편견을 갖고 있지만, 주체적인 여성 리사(샤리 헤들리)에게 반해 열심히 구혼을 펼치는 것 자체가 동화적인 로맨스를 탈피한 것이다.



#47 :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PK·2014) 라지쿠마르 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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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의 아미르 칸과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은 인도 사회에 다시 한번 의문을 던진다.


인도에서 다소 다루기 민감한 ‘종교를 이용하는 사이비’와 진짜 ‘신’에 대한 고찰을 다룬다. 인도 현지에서 일부 종교인들이 상영금지 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할만큼 꽤 설득력있다. 그만큼 요란한 코미디 속에 전 세계 모든 종교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46 : 사우스 파크: 더 커진, 더 길어진, 잘리지 않은 (South Park: Bigger, Longer & Uncut·1999) 트레이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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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톰과 제리, 심슨 가족과 더불어 최고의 TVA로 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극장판은 ‘아름다움’을 다룬 TV 에피소드를 확장시켰다. 그래서 크고, 많은, 그리고 엄청난 욕설과 선정성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사우스파크답게 미국 사회의 치부에 관한 풍자를 이어간다. 검열, 언론, 청춘에 대한 사회적 논평을 겸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캐나다를 탓합시다(Blame Canada)’로 제 72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45 : 라이어 라이어 (Liar Liar·1997) 톰 새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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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의 정신적 원작, 짐 캐리가 변호사를 연기할 거라면, 존 그리샴식 법률 드라마는 아닐 것이다. 출세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변호사 플래처 리처드는 아들의 소원으로 하루 동안 진실만을 말해야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물질만능주의의 유혹과 부성애(父性愛) 사이에서 갈등하는 짐 캐리의 성숙한 연기가 코믹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준다. 명불허전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최고의 볼거리지만, 이 휴먼드라마는 짐 캐리에게 정극 연기이 가능하다는 능력을 입증했다.



#44 : 매드 매드 대소동 (It's A Mad, Mad, Mad, Mad World·1963) 스탠리 크레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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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매드 대소동》는 앙상블 코미디의 모범이며, 오늘날까지 고전으로 남아있다. 숨겨진 돈가방을 찾기 위한 무려 16명이 일확천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백킬로 떨어진 장소로 질주하면서 겪는 모험을 보게 된다. 당대 유명한 코미디언 대부분이 동원된 이 작품은 화려한 스턴트로 가득한 스펙터클을 스크린에 수놓는다. 3시간 동안 관객을 붙들어두는 다채로운 '추격전'이 준비되어 있고, 〈벤허〉 같은 대작을 촬영하는데 주로 쓰인 울트라 파나비전 포맷을 사용한 현란한 세트피스, 물량 공세, 직설적인 대사로 즐겁게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발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며, 3시간여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43 : 워크 하드: 듀이 콕스 스토리 (Walk Hard: The Dewey Cox Story·2007) 제이크 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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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코미지의 진수인 영화로, 음악 전기 영화에 관한 하나의 거대한 농담(조크)이다. 〈앙코르〉와 〈레이〉 같은 음악 전기 장르의 컨벤션(공식)을 비틀었다. 가상의 아티스트 듀이 콕스(존 C. 라일리)를 실제 로큰롤 역사 속에 녹여낸다는 점에서 〈포레스트 검프〉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는 조니 캐시, 밥 딜런, 레이 찰스, 데이비드 보위, 짐 모리슨 등의 전설들의 삶을 절묘하게 패러디하고 있다. 듀이 콕스가 인도에서 비틀스를 만나 LSD를 배우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음악들로 채워 넣은 정성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설령 팝송을 몰라도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음악영화이자 가족영화로 어필한다.



#42 :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1999) 스파이크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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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간단하다. 마틴-플레머 빌딩의 7과 1/2층에 있는 통로로 들어가면 누구라도 배우 존 말코비치의 두뇌에서 15분 동안 머물 수 있다. 보통의 영화라면 존재론과 인식론을 고찰하며 육체의 감옥을 조정하는 영혼들의 가면무도회로 마무리할 것이다.


그런데 매트릭스의 장광설과 달리 존 말코비치 되기의 형이상학은 철저히 스토리를 위해 봉사한다. 주인공 크레이그, 맥신, 로티의 삼각관계가 갈등을 낳는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상, 우리의 무의식조차 사회의 문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자크 라캉에 의하면 ‘자아가 곧 타자이다’고 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남이 받아들이는 나와, 내가 나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내가, 평범한 우리에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동일인물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말코비치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마주한 자아가 자아인 동시에 타자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인형조종사이고, 말코비치가 배우라는 점은 문화산업에 대한 메타포로도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41 : 웰컴 투 동막골 (Welcome To Dongmakgol·2005) 박배종

동족상잔의 비극에서 멀리 동떨어진 강원도 산골 마을을 무대로 남북군인을 한겨레로 다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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