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김현식 감독은 〈광식이 동생 광태(2005)〉에서 보듯 남성 관객의 서툴고 철없는 시절을 미화하는데 능하다. 제작진이 원래 로맨틱 코미디의 전신인 ‘스크루볼 코미디’가 무조건 여성 관객을 노린 상품이 아니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일상 코미디의 틀 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결합한 〈아이 캔 스피크〉는 로컬 코미디 장르가 어떻게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신선한 통로를 제시한다.
원래 내셔널 램푼 잡지에서 출판한 존 휴즈의 단편 소설 "Vacation '58"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 영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그리스월드 가족이 LA에 있는 월리 월드까지 자동차로 휴가를 떠나는 로드무비로 대소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대환장파티가 벌어진다. 80년대답게 막 나가는 상상력이 거침없다. 2015년에 〈베케이션〉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1967년에 나온 스탠리 도넌의 고전〈일곱 가지 유혹〉를 리메이크했다. 불운한 괴짜가 악마와 일곱 가지 소원을 빌고 각각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는 거래를 한 후 자신의 영혼을 구해야 한다. 불필요한 스턴트와 특수효과에 의존하면서 이야기가 소비자 불만에 그친다. 그렇지만 고전적인 교훈을 전한다.
보는 순간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들은 현실의 공간을 떠난 ‘슬로 라이프 무비’, 힐링 내지 치유계 영화로 분류된다. 분명 느리고 조용한데 전혀 지루하지 않은 그녀의 마법은 관객의 감정을 가르치거나 논쟁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이 자세는 ‘감동’이라 쓰고 ‘신파’라고 읽는 국내 코미디가 결코 도달하지 못한 무위(無爲)의 경지이다.
아카데미 분장상
팀 버튼의 이름 석 자(?)가 유명해진 출세작이 〈비틀쥬스〉다. ‘유령 수업’으로도 알려진 이 호러 코미디는 괴기 영화에 대한 독특한 심미안으로 그만의 영상 필체를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된 한 부부가 현세(現世)에 계속 머물기 위해 유령 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은 버튼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사망한 사람에게 ‘초보 사망자 안내서‘를 교부하며 저승의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버튼의 영화 세계는 공포영화의 기괴함과 동화의 공존이라는 논리적 모순을 자양분으로 한다. 현실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버튼의 판타지와 그 그로테스크한 형상은 자연적 움직임을 규제하는 물리 법칙보다 상위에 존재한다. 이를 형상화하는 것은 바로 ‘양식화(Stylization)’의 미학이다. 왜곡하고 과장하거나 또는 축소하는 예술적 행위를 의미하는 양식화는 실사 영화의 현실성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비현실성을 공존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눈이나 매우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진 버튼의 해골 캐릭터는 양식화를 통해 현실적 신체를 지닌 배우가 표현해 낼 수 없는 왜곡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특히 퍼핏(Puppet) 애니메이팅에 그대로 묻어나는 수공업의 손맛은 그 어느 CG(Computer Graphics)도 실현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영상 필체를 창조한다. 이후의 팀 버튼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짧게 설명하자면, 자아분열적인 면모는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와 펭귄에게 계승되었고, 시니컬한 블랙 유머는 〈화성침공〉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전해졌고, B급 문화에 대한 동경은 〈에드 워드〉와 〈빅 피쉬〉에, 뮤지컬적 요소는 〈유령신부〉와 〈스위니 토드〉에 영향을 줬다.
존 프란시스 데일리와 조나단 골드스타인은 데이빗 핀처의 〈더 게임, 1997〉을 패러디한다. 그렇게 탄생한 '코믹 스릴러'는 교차하는 현실과 상황극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엇박자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장르 관습을 활용한 웃음이 더해지고, 제이슨 베이트맨과 레이첼 맥아담스의 농익은 희극연기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엑시트〉는 감정을 호소하려는 국산영화와 달리 이성적이다. 상영시간 120분간 ‘생존’이라는 명확한 목표 외에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간결한 구조에 비해 디테일은 재난 전문가가 인정할 만큼 고증도 뛰어났다.
코미디는 현실과 밀착되어 있을 때 그 효과가 발휘된다. 유머러스한 대사들은 하나같이 청년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한 실험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읽힌다.
〈프리가이〉는 '비디오 게임' 속으로 안내한다. NPC(Non Player Character, 비플레이어 캐릭터)’인 주인공이 주체적인 삶을 자각하는 과정은 보통 사람이 승리하는 착한 영화 공식을 따라간다. 메타버스의 디지털 세상에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을 예찬한다. 이를테면, 사랑, 화합, 우정, 인류애 같은 것들 말이다.
아르헨티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Un Novio Para Mi Mujer·2008)>를 리메이크했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피에트로 제르미 감독의 <이태리식 이혼 (1961)>을 레퍼런스했다.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러브픽션 (2011)>처럼 연기파 배우 류승룡, 이선균, 임수정이 능청스럽게 온 몸 바쳐 망가질 때 벌어지는 웃음의 농도는 짙다.
출연 배우들의 오버 액션은 과장이 있을지언정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성 감독이 연출했음에도 '아내'의 보편적인 불만을 정확히 포착한 덕분이다. 연정인(임수정)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정말 섬세하게 다듬어져있다. 덕분에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가 오글거리는 말투와 말도 안되는 상황마저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웃음이 여기서 터친다. 관습적인 갈등의 수습이 아쉽지만,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 답지 않게 부지런한 덕분에 아기자기한 구성과 치밀한 디테일으로 단점이 큰 흠결이 아니게 되었다.
가족 없는 가족 코미디로, 대한민국에서는 일종의 크리스마스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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