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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 추천 BEST 110 (3)

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by TERU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80 : 내 아내의 모든 것 (ALL ABOUT MY WIFE·2012) 민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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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Un Novio Para Mi Mujer·2008)>를 리메이크했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피에트로 제르미 감독의 <이태리식 이혼 (1961)>을 레퍼런스했다.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러브픽션 (2011)>처럼 연기파 배우 류승룡, 이선균, 임수정이 능청스럽게 온 몸 바쳐 망가질 때 벌어지는 웃음의 농도는 짙다.


출연 배우들의 오버 액션은 과장이 있을지언정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성 감독이 연출했음에도 '아내'의 보편적인 불만을 정확히 포착한 덕분이다. 연정인(임수정)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정말 섬세하게 다듬어져있다. 덕분에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가 오글거리는 말투와 말도 안되는 상황마저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웃음이 여기서 터친다. 관습적인 갈등의 수습이 아쉽지만,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 답지 않게 부지런한 덕분에 아기자기한 구성과 치밀한 디테일으로 단점이 큰 흠결이 아니게 되었다.



#79 : 광식이 동생 광태 (WHEN ROMANCE MEETS DESTINY·2005)/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2017) 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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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감독은 광식이 동생 광태(2005)에서 보듯 남성 관객의 서툴고 철없는 시절을 미화하는데 능하다. 제작진이 원래 로맨틱 코미디의 전신인 ‘스크루볼 코미디’가 무조건 여성 관객을 노린 상품이 아니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일상 코미디의 틀 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결합한 아이 캔 스피크는 로컬 코미디 장르가 어떻게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신선한 통로를 제시한다.



#78 : 빅 (Big·1988) 페니 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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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후 겪는 좌충우돌을 그려냈다. 페니 마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억 달러 수입을 돌파한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되었다. 이 작은 날갯짓은 점점 커져갔다. 〈17 어게인 (2009)〉, 〈샤잠 (2019)〉, 한드〈빅 (2012)〉, 한드〈18어게인 (2020)〉 등의 수원지(水源池)로 영감을 공급했다.



#77 : 론리 아일랜드의 팝스타 (Popstar: Never Stop Stopping·2016) 요르마 타코니, 아키바 쉐퍼

이 영화는 보랏, 브루노, 독재자로 유명한 '사샤 코헨'류의 페이크 다큐 코미디와 쇼 비즈니스의 단면을 관찰하는 ‘백스테이지 뮤지컬’ 장르를 융합했다. 리얼리티를 위해 Questlove(더 루츠의 드러머), 아담 리바인, 나스, 어셔, 스눕 독, 머라이어 캐리, 링고 스타, J.J. 에이브람스 등 카메오들이 총출동한다.


론리 아일랜드의 팝스타는 철없는 팝스타 코너를 추적한다. 그의 파트너들을 배신한 후 코너는 유명세를 유지하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려한 ‘셀럽’의 유명세와 소박한 ‘우정’을 앞세운 재결합 스토리를 대조시킨 데에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생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도록 따뜻한 순간이 가득하다.



#76 : 비틀쥬스 1,2 (Beetlejuice·1988-2024) 팀 버튼

아카데미 분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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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이름 석 자(?)가 유명해진 출세작이 비틀쥬스다. ‘유령 수업’으로도 알려진 이 호러 코미디는 괴기 영화에 대한 독특한 심미안으로 그만의 영상 필체를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된 한 부부가 현세(現世)에 계속 머물기 위해 유령 수업을 받는다는 내용은 버튼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사망한 사람에게 ‘초보 사망자 안내서‘를 교부하며 저승의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버튼의 영화 세계는 공포영화의 기괴함과 동화의 공존이라는 논리적 모순을 자양분으로 한다. 현실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버튼의 판타지와 그 그로테스크한 형상은 자연적 움직임을 규제하는 물리 법칙보다 상위에 존재한다. 이를 형상화하는 것은 바로 ‘양식화(Stylization)’의 미학이다. 왜곡하고 과장하거나 또는 축소하는 예술적 행위를 의미하는 양식화는 실사 영화의 현실성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비현실성을 공존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눈이나 매우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진 버튼의 해골 캐릭터는 양식화를 통해 현실적 신체를 지닌 배우가 표현해 낼 수 없는 왜곡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특히 퍼핏(Puppet) 애니메이팅에 그대로 묻어나는 수공업의 손맛은 그 어느 CG(Computer Graphics)도 실현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영상 필체를 창조한다. 이후의 팀 버튼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짧게 설명하자면, 자아분열적인 면모는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와 펭귄에게 계승되었고, 시니컬한 블랙 유머는 화성침공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전해졌고, B급 문화에 대한 동경은 에드 워드빅 피쉬에, 뮤지컬적 요소는 유령신부스위니 토드에 영향을 줬다.



#75 : 이너스페이스 (Innerspace·1987) 조 단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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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가 제작하고, 1966년의 〈마이크로 결사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프리 보엄이 코미디로 각본을 다듬은 〈이너스페이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진 것 같다. 이 작품은 현대 블록버스터의 99%보다 낫고 재미는 두 배다. 축소화 실험에 자원한 해군 조종사 터크 펜들턴(데니스 퀘이드) 중위는 하이테크 강도 사건으로 실험이 중단된다. 순진한 심기증 환자인 잭 퍼터(마틴 쇼트)의 몸에 주입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터크는 인체를 표류하는 동안 살아남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산업 스파이들이 노리는 컴퓨터 칩과 관련된 음모를 밝혀내야 한다. 터무니 없이 과정된 영화지만, 마틴 쇼트의 연기로 관객을 납득시킨다. 악당 역의 버논 웰스 역시 씬스틸러다.



#74 : 엑시트 (EXIT·2019) 이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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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는 감정을 호소하려는 국산영화와 달리 이성적이다. 상영시간 120분간 ‘생존’이라는 명확한 목표 외에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간결한 구조에 비해 디테일은 재난 전문가가 인정할 만큼 고증도 뛰어났다.


코미디는 현실과 밀착되어 있을 때 그 효과가 발휘된다. 유머러스한 대사들은 하나같이 청년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한 실험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읽힌다.



#73 : 게임나이트 (Game Night·2018) 존 프란시스 데일리, 조나단 골드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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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프란시스 데일리와 조나단 골드스타인은 데이빗 핀처의 더 게임, 1997을 패러디한다. 그렇게 탄생한 '코믹 스릴러'는 교차하는 현실과 상황극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엇박자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장르 관습을 활용한 웃음이 더해지고, 제이슨 베이트맨과 레이첼 맥아담스의 농익은 희극연기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72 : 쥬랜더 (Zoolander·2001)/트로픽 썬더 (Tropic Thunder·2008) 벤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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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픽 썬더는 무척이나 자기 반영적인 영화다. 이 작품에서 스튜디오 로고까지 장난치며 전쟁영화를 찍는 할리우드 제작 방식을 사정없이 풍자한다. 벤 스틸러는 자기 얘기나 다름없는 영화계 안팎의 에피소드들을 지옥의 묵시록, 1979, 람보2, 1985같은 영화들과 접붙인다. 게다가 양념을 뿌린다. 흑인 분장까지 불사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극단적인 매소드 배우흉내나 톰 크루즈의 저질 댄스는 이 구역의 미친 놈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듯 치열하다.


한편 쥬랜더는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하다. "인생엔 잘 생긴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라며 숟가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잘 생겼다고 감탄하며 모델이 되었다는 '데릭 쥬랜더(벤 스틸러)'부터 어이 상실이다. 데릭이 보여주는 표정 ‘매그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거나 데릭과 헨젤(오웬 윌슨)이 패션으로 대결을 벌인다는 발상은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한다.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 같은 음모론을 비꼬아 전 세계를 조종하는 배후 세력이 패션 업계의 거물들이라는 설정부터 황당하다.


패션산업의 노동착취라는 주제의식, 벤 스틸러의 엄청난 개그, 헌신적인 연기로 마냥 비웃을 수가 없다. 병신 같지만 멋진 캐릭터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데이비드 보위, 도널드 트럼프 등 슈퍼스타들이 기꺼이 망가지고, 선의로 가득한 이야기가 상냥하게 진행되어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다.



#71 : 나홀로 집에 1,2 (Home Alone·1990-2) 크리스 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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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없는 가족 코미디로, 대한민국에서는 일종의 크리스마스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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