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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21. 2021

코미디 영화 추천 BEST 110 (2)

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90 : 시실리 2㎞ (To Catch A Virgin Ghost·2004) 신정원

‘펑키 호러’라는 신종 장르를 표방한 〈시실리 2km는 기본적으로 〈전설의 고향의 틀을 갖추고 있다. 인간 탐욕에 대한 문제의식에 처녀귀신의 등장, 권선징악적 결말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전설의 고향을 현대화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여기에 다시 유행하던 조폭 코미디를 혼합되어 있다. 

     

조폭은 잔혹한 동시에 다정하고, 귀신은 무섭다기보다 오히려 어눌하다. 장르의 무절제한 횡단을 감행한다. 호러·스릴러·액션·코미디·멜로·드라마·판타지를 경쾌하게 뒤섞으며,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들을 슬며시 뒤집는다. 그렇게 K-코미디 장르의 속성인 감정과잉으로부터 벗어난다. 



#89 : 남극의 쉐프 (南極料理人·2009) 오키타 슈이치

문명이 발달할수록 극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오히려 늘어난다. 장기간 우주여행, 극지 및 오지 연구 등 앞으로 인간의 거주 능력을 테스트하는 상황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남극의 쉐프에서 발견한 극한 환경에서 쾌적성 확보하는 비법은 뭘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의외의 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밖의 호사는 의외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88 : 터커 & 데일 Vs 이블 (Tucker And Dale vs. Evil·2010) 엘리 크레이그

〈핸썸가이즈〉의 원작, 스크림, 1996 이후 호러 영화 스스로를 패러디하는 유행이 불었다. 아마 케빈 인 더 우즈, 2012에게 왕위 계승권이 돌아가겠지만, 이 영화도 승계구도에 끼어들 자격이 충분하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하이틴 코미디, 슬래셔 호러, 케빈 인 더 우즈 장르를 가져와서 편견과 오해, 소통의 부재를 양념처럼 뿌린다. 잔혹한 유혈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관측 코미디답게 대학생들의 어리석음을 낄낄대며 지켜보면 된다. 살인마를 뒤집은 놀라운 발상의 전환, 문자 그대로 장르를 갖고 노는 놀이, 얼어붙은 남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호의적인 유머들이 가득하다. 



#87 : 오복성 (奇謀妙計五福星·1983)/귀타귀 (鬼打鬼·1980) 홍금보

오복성은 감독과 각본을 맡은 홍금보를 중심으로 성룡, 원표, 진상림, 풍쉬범, 오요한, 증지위, 중초홍, 호혜중 등이 펼치는 초중반의 왁자지껄한 유머와 결말부의 호쾌한 액션이 어울려져 큰 흥행을 이뤘고, 이후에 복성고조, 칠복성, 구복성 등 이른바 복성시리즈의 시발점이 되는 영화이다. 또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원표는 금장상을 수상했고, 홍금보, 성룡, 원표가 처음 출연한 작품으로 이후 〈쾌찬차〈프로젝트 A룡맹장로 이어지는 가화삼보의 전성시대를 연다.


그리고 홍콩식 호러 코미디의 효시격인 귀타귀는 이후 홍콩 영화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강시 선생(1985)》, 《강시 가족(1986)》 등 강시 영화들의 원조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강시 영화답게 중국 고유의 괴기성을 부각하시는 한편, 무술영화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고 매력적인 격투를 곳곳에 배치한다. 그리고 이 둘의 충돌지점에 어김없이 코미디가 위력을 발휘한다. 호러와 쿵후, 코미디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86 : 최가박당 1,2,3 (Aces Go Places: 最佳拍档·1982-4) 증지위, 서극

최가박당은 홍콩 흥행 기록을 새롭게 쓴 액션 코미디다. 총 5부작이 제작되었는데 다섯 편의 영화들이 추구하는 것은 동일하다. 노골적인 할리우드 영화 패러디와 가젯(특수장비)을 이용한 액션, 엄청난 카메오 군단이 이 시리즈가 가진 매력이다.


증지위가 연출한 1, 2편은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기록했고, 서극 감독의 시리즈 3편 여황밀령도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조스’를 연기한 리처드 키엘, 골드핑거의 악당 오드 잡을 흉내 낸 전직 프로레슬러 산다 스기야마, 제5전선의 피터 그레이브스까지 등장하며 국제적인 난장판을 보여준다. 



#85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ラヂオの時間·1997) 미타니 코우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라디오 드라마를 생중계하는 동안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작자로 대변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타협해가는 과정이 그렸다. 인물들의 갈등이 매우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기에 이야기가 풍성하다. 소신과 타협 사이의 삶의 애환이 마음 깊숙이 노크한다.



#84 : 가여운 것들 (Poor Things·2023) 요르고스 란티모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여우주연·분장·미술·의상상

우리를 통제하는 억압하는 방어기제들을 전복하는 재미가 《가여운 것들》에 가득하다. 30대 성인의 몸에 아의 뇌를 이식하여 되살린다는 설정은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를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빈 서판)’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백지 상태에서 사회회를 거친 주인공은 예의와 도덕이 과연 합당한지 되묻는다.



#83 : 빅 (Big·1988) 페니 마샬

개구쟁이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후 겪는 좌충우돌을 그려냈다. 페니 마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억 달러 수입을 돌파한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되었다. 


이 작은 날갯짓은 점점 커져갔다. 17 어게인 (2009), 샤잠 (2019), 한드빅 (2012), 한드18어게인 (2020) 등의 수원지(水源池)로 영감을 공급했다.  



#82 : 스페이스 볼 (Spaceballs·1987) 멜 브룩스 

여러분은 〈스타워즈〉, 〈에일리언〉, 〈스타트렉〉, 〈혹성탈출〉을 시청하지 않았지만, 제목 정도는 분명히 들어봤을 것이다. 패러디 코미디의 거장, 멜 브룩스는 당대 SF영화들에 관한 농담을 건넨다. 정치적 올바름으로 이런 부조리한 말장난과 장르 희화화가 점점 보기 힘들어짐에 따라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치가 상승할 것 같다.



#81 : 라디오 스타 (Radio Star·2006)/황산벌(黃山野·2003) 이준익

다수의 한국 코미디들이 휴머니즘을 내세우는데 개인적으로 〈라디오스타을 교본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이준익 특유의 낙천성이 이 영화를 헐렁하고 느긋하고 편하게 이끈다. 그렇게 비호감스러운 주인공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관객의 마음으로 들어온다. 88년도 가수왕, 라디오, 영월, 종업원, 배달원, LP 등 아날로그 감성과 변두리 정서가 익살과 연민을 자아낸다.    

 

그리고 사투리 코미디에 관해서 〈황산벌 이상은 없다. 전반부는 언어적 상상력을 재치 있게 발휘된 반면, 후반부는 ‘전쟁이란 결국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명언을 활용해 반전 메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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