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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Dec 16. 2020

에밀리 파리에 가다 후기

섹스 인 더 파리(Paris) 

《에밀리, 파리에 가다 (Emily In Paris, 2020)》 후기·리뷰_섹스 인 더 파리!

호감이 가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에게 애인이 있다. 그녀가 보기에 그 애인이 진짜 괜찮으면 어떡해야 할까? 그 애인을 미워할 수 없는  그녀 자신을 원망할 것인가? 이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야 할까? 그 해답이 이 드라마에 있다.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친구의 추천으로 재밌게 봤다. 팝스타 필 콜린스의 딸인 릴리 콜린스가 주인공 에밀리를 맡았다. 처음 본 소감은 <섹스 인 더 시티>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특히 의상과 명품, 액세서리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파리의 정경, 이국적인 느낌 역시 코로나로 여행 갈 수 없는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Welcome To The 파리 증후군, 플라뇌르, 라따뚜이

판테옹을 배경으로 셀카!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세 작품을 섞었다.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커리어 우먼의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며 여성의 욕망을 자극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7>처럼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는 파리 증후군을 다룬다. <라따뚜이>처럼 프랑스 문화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드라마 내용은 30분 내외로 짧고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10개에 달하는 에피소드는 마치 도시 자체에 대한 광고처럼 느껴진다. 랜드마크, 패션, 향수, 액세서리, 음식, 연애로 개연성, 허점을 가린다. 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프랑스인 특유의 ‘플라뇌르(flâneur)’ 정신을 미국식 실용주의로 해결하는 것이다. '플라뇌르'를 아래 주석에 자세히 설명했지만, 여기서는 '느긋'한 프랑스 문화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민디 역의 에밀리 박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드라마 패턴을 분석해보자!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상사 '실비(필리핀 르루와-볼리외)'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건의하지만, 그 제안은 프랑스(?) 답지 않다며 거부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파리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파리지앵이 놓치고 있던 일상에서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를 발견한다. 결국 프랑스 전통문화를 미국인이 재조명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을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프랑스식이 아닌 SNS를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다.


제작진은 프랑스인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적 사고를 투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파리의 환상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미권 관객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미국 드라마는 프랑스인과 프랑스 문화가 살짝 뻥튀기되었으므로 우리는 그냥 블링블링한 명품들 구경하고, 풍경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면 그만이다.


SNS 마케팅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30분짜리 짧은 분량이라 출퇴근길이나 자투리 시간에 짬짬이 보기 좋다. 에밀리(릴리 콜린스)의 상큼함, '민디(에밀리 박)'의 걸 크러쉬, '가브리엘(루카스 브라보)'의 멋짐 폭발, '카미유(카미유 라자)'의 깜찍함, 뤼크(브루노 구에리)의 허당미 등 시트콤처럼 연기 앙상블에서 유머와 위트가 빵빵 터진다. 한마디로 멋진 파리 풍광과 프랑스 문화를 유쾌하게 풀어낸 명랑 로맨틱 코미디다.



★★★ (3.2/5.0)


Good : 파리가 주는 이국적인 눈뽕, 배우들의 시트콤 연기!

Caution : 옷과 명품에 '우와!'하고 남자랑 연애하는 게 끝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제작자 대런 스타가 제작에 참여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미국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가 의상 연출에 참여했다.


파리 증후군이란? 프랑스를 '유행의 발신지'라는 이미지로 동경해서 파리에서 살기 시작한 외국인(주로 일본인)이 현지의 관습이나 문화 등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정신적 균형감각이 붕괴되고, 주요 우울증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가리키는 정신의학 용어이다.


■프랑스어 사전은 플라뇌르를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으로, 영어 사전에서는 ‘게으름뱅이’ ‘놈팡이’ ‘한량’으로 해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긍정적인데 반해, 영어권에서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는 결국 문화의 차이다. 장 자크 루소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행복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되 가질 수 있는 고독, 평화로운 삶, 자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색으로부터 온다고 했다. 이는 게으름과 몽상의 기쁨에 대한 찬양이었다. 1863년 샤를 보들레르는 <르 피가로>에서 “플라뇌르는 도시를 경험하기 위해 도시를 걸어 다니는 자”라고 묘사했고, 이후 발터 벤야민이 플라뇌르의 여러 유형을 소개하면서 이 단어는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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