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 후기

by TERU

01.신화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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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이하 ‘스나이더 컷’)>는 2017년 극장판과 전혀 다른 영화였다. 액션이 좋을 것이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으나 조스 웨던 컷의 의미 없는 코미디, 붕괴된 캐릭터성, 들쑥날쑥한 영상, 형편없는 CGI 등 대부분의 단점이 보완한 점은 뜻밖이었다. 특히 플래시, 사이보그, 스테픈울프의 서사가 설득력을 지니면서 개연성이나 스토리텔링이 확실히 좋아졌다. 다시 말해, 애초에 이건 주역들의 단독 영화들이 해줬어야 했던 부분. 또한, 극장판에서 이상했던 장면들이 납득이 되게 나왔다.


케빈 츠지하라 당시 워너 CEO가 원래 계획대로 <스나이더 컷>을 2부작으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개봉했어야 한다. DC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가 솔로 무비를 건너뛰고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로 모든 캐릭터들의 기원을 다루려고 했던 무리수가 DCEU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스나이더 컷>이 호평을 받는 것은 흔히 잭 스나이더의 단점으로 지적받는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써서이다. 4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모자랄 만큼 캐릭터들의 기원, 동기, 배경을 나름 균등하게 분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스테픈울프가 다크사이드의 외삼촌임에도 신임 받지 못하는 처지라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메인 악역으로써 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슈퍼맨에게 속수무책으로 털리면서 메인 악역다운 카리스마나 분량, 역할이 적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액션에서도 슈퍼맨 외에 다른 구성원에게 각자의 능력에 맞도록 함으로써 팀 업 무비다운 조직력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호불호가 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다음과 같다. 잭 스나이더가 장기로 내세우는 슬로우 모션이 <300>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가뜩이나 빌드업을 느리게 진행시키는 단점과 안 좋은 쪽으로 시너지를 낳았다. 그리하여 4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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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구조적 결함은 잭 스나이더 감독보다 워너 경영진이 성급하게 마블을 따라잡으려다 벌여진 측면이 크다. 그래서 이쯤하고 줄이고 영화를 간략히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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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 컷>에 딸을 추모하는 “FOR AUTUMN”이란 문구로 끝을 맺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Hallelujah”이 추모곡처럼 들린다. 본래 이 영화는 잭 스나이더가 20살에 자살한 딸 어텀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중단된 프로젝트였다. 조스 웨던이 후임으로 이어받아 완성한 것이 2017년 극장판<저스티스 리그>다. 그가 팬들의 <스나이더 컷> 청원운동 끝에 완성한 까닭은 아무래도 딸의 죽음과 결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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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 ‘가족의 죽음’이 서려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교롭게 ‘슈퍼맨의 부활’과 ‘빅터 스톤이 사이보그화’되는 중심 서사와 맞물려있다. 마샨맨헌터가 마사 켄트의 모습으로 로이스 레인에게 직장에 복귀할 것을 권유하는 장면은 잭 스나이더 본인에게 건네는 위로가 아니었을까? 영화 전반부는 빅터가 아버지 사일러스 스톤와의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이 자세히 그려진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슈퍼맨이 왜 부활해야 하는지를 이성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설득하는 방식으로 짜여있다. 부성애를 강조하는데 슈퍼맨이 우주선에서 아버지 조-엘(러셀 크로우)의 목소리를 듣거나 양아버지 조나선 켄트(케빈 코스트너)와의 회상 장면이 연달아 나오는 까닭도 일맥상통하다.


더욱이 원더우먼과 아쿠아맨에게도 ‘가족애’를 강조하는 연출이 등장한다. 데미스키라와 아틀란티스 왕국에서 각기 보관하던 마더박스가 빼앗기는 사건과 더불어 히폴리타(코니 닐슨)와 누이디스 벌코 (윌럼 더포)의 대사에서 가족이 끊임없이 강조된다. 원더우먼나 아마존 여전사들이 나올 때마다 구슬픈 코러스가 울려 퍼지며 애상에 젖어들도록 유도한다.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은 가족을 잃지 않은 이가 없다.


한마디로 <스나이더 컷>은 ‘가족의 상실’과 ‘부성애’를 테마로 한 신화를 부활한 것이다. 영웅은 시대와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 '원형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맨 오브 스틸> 오프닝에서 크립톤 행성이 멸망하는 과정부터 <스나이더 컷>까지 신화적 구성을 그대로 계승한다. 데미스키라의 전투 장면에서 <원더우먼 1984>와 얼마나 다른가? 아레스 등 올드갓이 뉴갓(다크사이드)를 승리하는 장면도 얼마나 신화적인가?


이처럼 <스나이더 컷>의 비극은 4시간 내내 ‘가족의 상실과 회복‘이라는 신화성에 주목한다. 잦은 슬로우 모션이 묘하게 가상의 공간으로 우리를 옮기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는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감독의 의지로 읽힌다. “너의 삶을 살라"라는 대사로 확인사살하지만.



02.<약 스포일러> 감독이 그린 큰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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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vs 슈퍼맨>에서 플래시 등장 장면과 배트맨의 나이트메어 장면이 납득이 안 갔는데, <스나이더 컷>을 보고 나서 그의 큰 그림을 깨닫게 되었다.


3대 아톰인 '제이슨 최'나 '마션맨헌터'는 멤버 충원으로 단순하게 해석되지만, 임신테스터기가 들어있는 서랍 장면, 탈옥한 루터 그리고 로빈을 살해한 조커가 등장하는 나이트메어 장면을 종합해볼 때,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조커가 슈퍼맨을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뜨려 승리하고 슈퍼맨이 흑화한다는 인저스티스 스토리를 염두에 둔 것 같았다.



★★★★ (3.9/5.0)


Good : 복원된 영화적 완성도!

Caution : 성급한 DCEU의 구조적 결함 배트맨의 랜딩 댄스


■팬들의 성원으로 블록버스터 영화가 복원되는 진기한 광경은 향후 영화시장이 OTT로 재편되는 방향성이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 든다.


■실질적으로 재촬영 한 장면은 나이트메어 신밖에 없다. 특히 조커는 본래 17년 촬영 당시에는 아예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재촬영에 투입된 이유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이미지를 망친 레토의 조커를 잭 스나이더가 아까워하여 출연을 제안하고, 레토 역시 본인만의 제대로 된 조커를 보여주고자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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