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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영화 추천 TOP100 (7)

BEST 100 Spy & Secret Agent Films

by TERU

첩보물(Spy Films)이나 에스피오나지(Espionage) 장르의 태동과 이후의 흐름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프리츠 랑과 알프레드 히치콕부터 제임스 본드, 존 르 카레, 스티븐 스필버그, 제이슨 본에 이르기까지 에스피오나지 장르의 양식(컨벤션)을 쌓아왔습니다. 그 발전상을 짚어보기 위해 첩보 영화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작품들을 이 목록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10 : 007과 여왕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1969) 피터 R.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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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테제는 테제가 먼저 존재해야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본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이 작품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적인 예로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이 이언 플레밍의 영향아래에 있고, <본 얼티메이텀>도 <007 리빙 데이라이트 (1987)>을 레퍼런스했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보자!


어쩌면 조지 레이전비가 제작진과 불화를 겪지 않았다면, <007과 여왕>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본드 영화 중 가장 위대한 위치를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영화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최고의 본드 영화이며, 순수한 오락성 외에도 반복해서 볼 가치가 있는 유일한 영화라고 극찬했다. 크리스토퍼 놀란도 동생 조너선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본드 영화로 꼽았다. 놀란은 <인셉션(2010)>를 예로 들면서 “이 영화에서 우리가 본받으려고 했던 것은 액션과 규모, 낭만주의, 비극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며 극찬했다.



#9 :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2013) 캐서린 비글로우

아카데미 음향편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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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다크 서티>는 화려한 할리우드 첩보 스릴러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말은 즉슨 가장 현실적인 첩보물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NSA/CIA 요원들은 수집해온 정보들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분석·평가·자료 작성에 매진한다. 이 과중하고 반복되는 일과와 피곤, 스트레스가 첩보원들의 생생한 일상이다.



#8 : 무간도 (Infernal Affairs·2002) 유위강, 맥조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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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태동할 때부터 '첩보물(에스피오나지)'은 존재했지만, 장르가 구체화된 시점은 1차 대전기로 볼 수 있다. 국제정세가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당시 필름 누아르와 정치 스릴러가 애매하게 결합하면서 관객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스파이(간첩) 즉 국제범죄를 다룸으로 자연히 갱스터, 범죄, 어드벤처와도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 증거가 언더커버, 즉 경찰의 수사나 간첩을 목적으로 지역사회 또는 조직 내의 비밀 작업에 관여하거나 관여하는 행위를 다룬 일련의 영화들이다.


<무간도>를 살펴보라! 언더커버 경찰과 삼합회가 심은 조직원 간의 첩보전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7 :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2000) 박찬욱

냉전이 여전히 진행 중인 한반도만큼 정치 스릴러를 제작하기 좋은 국가도 없다. 이 영화는 남북 장병들 간의 이뤄질 수 없는 우정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표출하고 있다.



#6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2011) 토마스 알프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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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이중간첩을 뜻하는 ‘두더지(mole)’을 추적하는 의심의 미로 속에서 스파이의 냉엄한 실상을 목도하게 만든다. 여타 첩보 스릴러가 외적 모험에 내달렸다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은 신뢰, 의심, 배신, 내분, 허위로 이뤄진 심리적 층위를 탐방한다.



#5 :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2006)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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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 국가들은 ‘일당독재‘와 ’ 계획경제‘로 내부로부터 무너져갔다. <공산당 선언>을 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독재를 옹호하지 않았고, 계획경제를 긍정한 적도 없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부르주아 정권을 타도할 목적이었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서구의 공산당들 이를테면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제1야당에 오른 적이 있었고, 인도와 일본에서도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4 : 도청 (The Conversation·1974)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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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염탐하고 있는 부부가 살인의 표적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도청 전문가가 양심의 위기에 직면한다. 미국 정치의 도덕성이 곤두박질치고, 70년대 불신과 광기가 강하게 반영된 영화는 그가 직면하는 도덕적 딜레마로 인해 자신의 삶이 해체된 것을 발견한다.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는 개봉하고 불과 4달 뒤에 벌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말미암아) 닉슨 대통령 사퇴와는 우연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그만큼이나 당시 미국 사회의 불안과 소외된 현대인의 고독을 인상적으로 투영해냈다.



#3 : 오명 (Notorious·1946) 알프레드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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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은 겉으로는 명백한 첩보물이나 본질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진지한 로맨스 영화다. 첩보물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성의 여부’를 가져와서 멜로 영화에서 제일 알고 싶은 상대방의 ‘진심’을 판별한다. 스파이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얼마나 깊이 있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2 : 그림자 군단 (L'Armée Des Ombres·1969) 장 피에르 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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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당시 런던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장 피에르 멜빌은 ‘자유 프랑스군’을 거창한 영웅으로 대접하지 않는다. 스파이는 본인의 안위와 소중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매일매일 불안에 떨면서 괴로워하는 한 평범한 인간이라고 나직이 고해한다.



#1 :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1959) 알프레드 히치콕

이 걸작은 모든 스파이 영화들이 모방하고 싶어 하는 플라톤적 이상에 도달했다. 거장 히치콕은 오인된 남자, 맥거핀, 클리프행어로 관객의 눈과 귀와 마음을 빼앗는다. 그렇게 이 영화의 촬영 및 아이디어는 전설이 되었다. 액션 스릴러는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 짜임새가 헐겁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주인공이 미국의 여러 도시를 누비는 동안 정신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종합적으로 현대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의 플롯이 갖춰야 할 요소가 총망라되어 있어서 영화학과에서 반드시 가르친다.


이 작품은 007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줬는데 능글맞은 주인공, 임무 수행 중 여성과의 관계, 키스로 마무리하는 결말, 도시들을 순례하는 로드무비 같은 형식, 현실과 적당히 거리를 둔 점 등이 유사하다. 특히 해외 여러 곳을 탐방하는 007 시리즈식 다채로운 로케이션은 오늘날 블록버스터라면 꼭 등장하지 않는가? 그렇게 지구 행성을 안방처럼 오가며 신출귀몰한 첩보원을 가리켜 존 르 카레는 ‘지정학적 연금술사’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런지 007과 히치콕의 관계가 흥미롭다. 히치콕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열성적인 팬으로, 스티븐 스필버그나 쿠엔틴 타란티노보다 앞서서 007 시리즈를 연출할 뻔했다. 1950년대 초반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다. 1959년 이언 플레밍은 전보로 <007 썬더볼>의 연출을 히치콕에게 의뢰했다. 당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막 끝낸 히치콕은 또다시 스파이 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탐탐치 않았다. 그렇게 히치콕은 <싸이코>를 준비하게 되며 논의가 종결된다. 히치콕은 <007 위기일발(1963)>을 보고 나서 <북북서>의 비행기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헬리콥터 장면으로 오마주한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이후에 발표된 <암호명 토파즈(1969)>는 ‘히치콕이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로 불릴 만큼 007을 의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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