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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27. 2021

크루엘라(2021) 영화 후기

디즈니의 조커를 꿈꾸다.

<크루엘라>는 원작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1961)>과는 무관하다. 수단에 불과했던 악역 크루엘라에게 아래 세 작품에서 빌린 단단한 기원담(백 스토리)을 들려준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은 그가 연출했던 <아이 토냐 (2017)>에서 평범한 운동선수 토냐 하딩이 전국적인 밉상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그린 바가 있다. 거기에다 디즈니의 조커가 되기 위해 <조커 (2019)>의 아서 플렉이 조커로 각성하는 계기를 빌려왔고, 폰 헬만 남작 부인(엠마 톰슨)과의 대립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에서 가져왔다. 디즈니가 크레이크 길레스피에게 메가폰을 맡긴 결정은 탁월했다. 참고로 영화 <조커>에 삽입되었던 'Smile'을 사용해서 그런 심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감독은 엠마 스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격과 그 반항기에 어울리는 이모 패션(펑크 룩)을 부여한다. 즉 영화는 펑크 록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1970년대 유행하던 펑크 록은 기존 가치(음악적으로는 하드록)에 반항하며 태어난 안티테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복과 일탈의 이미지는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DC의 <할리퀸>도 같은 펑크 록 이미지를 빌린 캐릭터라서 유사하게 받아질 것 같다. 당연히 원조는 크루엘라가 1961년이므로 1992년에 탄생한 할리퀀보다 훨씬 앞선다.   

  

미술감독 피오나 크롬비(더 페이보릿)의 도도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감독 제니 비반(매드 맥스 4)의 화려한 이모 패션을 적절히 조화시켜 타티아나 S. 라이 겔(아이 토냐의 편집자)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해놓았다. 딥 퍼플의 "Hush"와 블론디의 "One Way Or Another"가 쓰인 장면이 대표적이다.   

  

<문라이트>와 <빅쇼트>의 음악을 담당했던 니콜라스 브리텔은 70년대 록음악에 초점을 맞춘다. 최초의 여성 펑크록 밴드 더 런어웨이의 'Cherrybomb(1976)'을 왜 안 썼나 싶지만, 클래시와 블론디 같은 펑크 계열 음악을 썼고, 퀸, 레드 제플린, 심지어 비틀스까지 70년대 록의 정수를 모아놓았다. 특히, 영화는 롤링스톤즈의 'She's A Radinbow'로 시작해서 'Sympathy For The Devil'로 끝나는데 롤링스톤즈는 음악사에서 ‘저항’과 ‘반골’의 이미지를 최초로 도입한 아티스트라서 이렇게 음악을 배치한 것 같다. 첫 곡은 크루엘라의 다중인격을 상징하고 엔딩 곡은 빌런으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1970년대 런던 배경으로 에스텔라(크루엘라의 본명)가 하층민으로 전전긍긍하며 신분상승을 노리는 전반부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다 그녀가 남작부인을 위해 일을 시작하고 영화의 리듬이 느려지고 흐트러진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화려한 영상미와 강렬한 사운드트랙으로 연기자들의 카리스마로 이끌어나간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뼈대는 텅 비어있다.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이 연기를 잘해서 그렇지 크루엘라와 남작 부인의 대립에서 긴장감이 촘촘하게 생성되지 않는다. 패션에 대한 열정을 인물의 중심에 놓고, 갈등구조로 설계하긴 했다. 에스텔라는 학대를 당하고 이에 이중인격 크루엘라가 복수를 감행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과도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에스텔라/크루엘라의 다중인격과 광기를 제니 비반의 화려한 의상을 갈아입는 것으로 표현한다. 물론 그 패션쇼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가 어떤 종류의 정신쇠약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단순히 복수심에 불타 악당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디즈니 가족영화’라는 한계 앞에서 ‘디즈니의 조커’로 미쳐 날뛰기에는 무대가 너무 좁다. 관객들에게 남작부인을 더 나쁜 빌런으로 만들어 크루엘라가 빌런이 되어야 하는 것을 납득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래서 빌런의 탄생을 그린 프리퀄이 어렵다.


물론 크루엘라가 달마시안을 왜 모피로 바꾸려는 지에 납득시키려고 노력한 점은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부하에 불과했던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와 '재스퍼(조엘 프라이)'를 입체화하려는 시도도 좋았다.



★★★ (3.0/5.0)    

  

Good : 패션과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Caution : 중심 서사가 텅 비어있다.    

 

●쿠키영상이 있다. 챙겨보시기를   

  

●이 영화는 페미니즘보다는 세대적이다. 크루엘라는 ‘남작부인’이라는 패션계의 우상이자 선배를 뛰어넘고자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70년대 대중문화를 잘 알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주제가'Call Me Cruella' 를 맡은 <플로렌스 앤 더 머신>도 넓게 보면 펑크계열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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