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ical Movies : ~91위 (1)
(역)사극(歷史劇)은 역사적 사건과 유명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 장르이다. 연대기적으로 분류할 때, 근대 이후의 배경으로 한 작품을 ‘시대극(時代物)’으로 따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편의상 사극과 시대극을 통칭하여 ‘사극’으로 쓰겠다. 그리고 사극은 어디까지나 극(劇) 형태의 문학 서사의 일종이므로 고증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전부 포괄하겠다.
상술하자면, 허구(Fiction)와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자제한 ‘정통사극’, 역사적 사실(Fact)을 중심으로 허구가 가미된 ‘팩션 사극’, 허구와 현대적 감각으로 시대상이나 그 시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차용한 퓨전 사극(트렌디 사극)을 굳이 구분 짓지 않고 집계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광복 70년을 맞아 제작되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암살>은 여름 대작으로써 볼거리가 훌륭하지만, 최동훈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작품이다. 단적으로 염석진(이정재)의 재판 장면에서 1949년에 반민특위가 엄격한 증거주의와 이승만의 정치적 야욕과 어울려 무력화된 것을 영화적으로 뒤집는다. 그처럼 영화 속에는 수많은 친일파들이 ‘먹고사니즘’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이적행위를 변호한다.
전지현이 맡은 신여성 미츠코는 “경성에선 다 이렇게(친일을 하며) 살아”라고 말하거나 강인국(이경영)은 자신의 친일이 가족을 위한 일이자 가난한 조선을 잘살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항변한다. 미츠코처럼 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근대화가 무슨 소용이며, 강인국의 경제개발 논리가 나라 잃은 백성들의 착취와 강제노동, 수탈을 의미함을 알아차리지 못함을 영화는 한탄하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박정희 대통령(이성민)에게 총구를 겨눈다. 왜 일어났는지 대통령 암살로부터 40일 전부터 추적한다. 우민호 감독은 동명의 논픽션에 근거해 10·26에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필름 누아르 형식을 받아들여 현대사의 변곡점에 놓은 절대권력의 부패와 몰락, 2인자들의 충성 경쟁을 중립적으로 그린 심리 스릴러다.
장제스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38년 56일간 계엄령을 선포한 '2·28 사건'과 '백색 테러'를 소재로한 동명의 호러 게임을 영화화했다. 이 사건은 대만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치유해할 집단 트라우마와 같다. 감독은 상흔을 치료하기 전 먼저 역사의 비극을 정면에서 똑바로 쳐다봐야한다고 진단한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중국 못지않게 검열과 탄압이 심했던 국가였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1966년에 설립된 흑표당은 흑백 평등을 추구하고, 공권력에 맞서 무장 방어를 하던 정치정당이자 자경단이다.J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당시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던 'Cointelpro프로그램'에 흑표당을 추가한다. 백미는 프레드 햄프턴 암살사건이다. 13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미국 정부와 FBI의 과잉적 살인이라는 판결을 받아 유족에게 185만 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사캬 킹 감독은 이것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범 사건’과 결부 짓는다. 예수 서사를 따라가면서 배신자의 눈으로 본 위인은 불안과 경탄 사이를 종횡무진 활보한다.
영화는 FBI가 심어놓은 내부 첩자(프락치) 오닐의 시선을 따라간다. 언제 자신이 첩자란 걸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프레드 햄프턴과 함께 하면서 그에게 동화되고 갈등하는 윌리엄 오닐의 심리묘사는 그 역시 시대의 희생자였다는 점을 납득시킨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상
앨버트 왕자(콜린 퍼스)는 단점이 있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듬는다. 형의 갑작스러운 퇴위와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역사적 순간에, 왕위에 오른 그는 장애를 극복하려고 결심한다.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려는 평범한 사람의 노력이 있다. 계급을 넘어선 우정 이야기도 있으니 보편적인 공감을 사기엔 충분해 보인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다. 다수의 민중이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도에 비해 독재정은 최고 존엄의 뜻이 곧 법률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스탈린 시기의 소련은 ‘내무인민위원부(NKVD)’라는 경찰과 검찰, 내무부, 정보기관, 국경수비대 및 해안 경비대를 통합한 강력한 치안기관을 설립한다. NKVD는 치안과 행정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정치범, 계급의 적, 소수민족들을 상대로 테러와 대량학살을 저지르며 지배했다.
1938년 대숙청 시대에 대한 우화를 집필한다. 숙청되기 전, 볼코노고프는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용서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자신의 영혼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볼코노고프의 속죄의 여정은 수많은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너무 많이 등장해 무감각해질 정도다. 가족, 친구, 동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잡혀갔던 피의 대숙청 시기의 인민들은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언제 죽음과 체포와 감금이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해자 유가족은 볼코노고프의 방문을 사상검증의 절차로 여긴다. 최고 존엄에 반할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국민들끼리의 불신을 조장하여 개개인으로 갈라놓았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국가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투표로 당선되었지만, 민주주의의 토대를 붕괴시켰다. 독재는 다원성을 핍박한다. 자유를 질식시킨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혹은 남산 중앙정보부 제5별관이 대표적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듬해인 1965년, 그는 흑인 투표권 획득을 위해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주도한다. 흑인 인권운동 역사에 ‘마틴 루터 킹’이라는 이름이 갖는 존재감은 실로 엄청나다. 10여년이상 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킹 목사는 어느덧 조금 지쳐 있고, 그래서 때로는 불안과 피로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앙받는 지도자이자 불완전한 개인으로서 면모를 포착한 영화는 중용의 시각으로 과거의 투쟁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권리는 흑인 스스로 쟁취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차별의 역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에바 두버네이 감독은 이후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 헌법 제3조〉(2016)를 통해 미국 인종차별의 역사를 다각도로 파헤쳤다.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야 말로 약자들이 당당하게 저항하는 수단이다. 1960년대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잭슨에 살고 있는 흑인 가정부를 인터뷰하면서 점차 힘들어지는 현실과 시대적 한계를 세상에 알린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라는 글귀를 바탕으로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을 천민이 왕의 대역을 했다는 과감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데이브(1993)>,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1980)>.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1940)>,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로 확인된 보통 사람들에게 높은 자리를 준다면 백성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정치가 시행될 것이라는 대리만족이 영화를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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