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영화 Historical Films
역사극(歷史劇) 영화는 말그대로 역사적 사건과 유명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 장르이다. 연대기적으로 분류할 때, 근대 이후의 배경으로 한 작품을 ‘시대극(時代物)’으로 따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편의상 사극과 시대극을 통칭하여 ‘사극’으로 쓰겠다. 그리고 사극은 어디까지나 극(劇) 형태의 문학 서사의 일종이므로 고증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전부 포괄하겠다.
상술하자면, 허구(Fiction)와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자제한 ‘정통사극’, 역사적 사실(Fact)을 중심으로 허구가 가미된 ‘팩션 사극’, 허구와 현대적 감각으로 시대상이나 그 시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차용한 퓨전 사극(트렌디 사극)을 굳이 구분 짓지 않고 집계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다. 다수의 민중이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제도에 비해 독재정은 최고 존엄의 뜻이 곧 법률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스탈린 시기의 소련은 ‘내무인민위원부(NKVD)’라는 경찰과 검찰, 내무부, 정보기관, 국경수비대 및 해안 경비대를 통합한 강력한 치안기관을 설립한다. NKVD는 치안과 행정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에 정치범, 계급의 적, 소수민족들을 상대로 테러와 대량학살을 저지르며 지배했다.
1938년 대숙청 시대에 대한 우화를 집필한다. 숙청되기 전, 볼코노고프는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용서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자신의 영혼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볼코노고프의 속죄의 여정은 수많은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너무 많이 등장해 무감각해질 정도다. 가족, 친구, 동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잡혀갔던 피의 대숙청 시기의 인민들은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언제 죽음과 체포와 감금이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피해자 유가족은 볼코노고프의 방문을 사상검증의 절차로 여긴다. 최고 존엄에 반할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국민들끼리의 불신을 조장하여 개개인으로 갈라놓았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국가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투표로 당선되었지만, 민주주의의 토대를 붕괴시켰다. 독재는 다원성을 핍박한다. 자유를 질식시킨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혹은 남산 중앙정보부 제5별관이 대표적이다.
아프리카판 쉰들러 리스트, 1994년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있는 호텔 밀 콜린스에서 (르완다 내전을 피해) 100일 동안 1,268명의 난민들을 보호한 지배인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학살의 전모와 국제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그 후유증을 탐구한다. 진실은 너무 복잡하며 책임 소재는 미궁 속이다. 하지만, 후투족 민병대가 집어던진 피 묻은 유엔군 전투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관객을 르완다 학살 현장을 데려가지 않고서도 짐작하게 만든다.
<헤일, 시저!>는 19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캐피틀 영화사의 총괄 제작자 에디 매닉스(조시 브롤린)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내는 실력자다. 제작과정에 닥친 시련들을 주인공이 해결해나갈 때마다 할리우드 전성기 시절의 꿈의 공장을 안내받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당시 유행하던 웨스턴, 뮤지컬, 시대극 등의 인기 장르의 컨벤션을 모범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소거되었던 여성의 외침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소생시킨다. 14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역사상 최후로 공식 인정받았던 ‘결투 재판(Trial By Combat)’에 관한 실화를 다루고 있다. 세 명의 입장차를 순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사도'로 포장된 중세의 민낯을 까발린다.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중세의 야만적인 행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러나 이 '기사도'가 근대의 '신사도'를 거쳐 오늘날의 '매너(에티켓)'으로 정착된다.
인간은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할때 가장 잔인해질 수 있다. 르네상스시기에 실존했던 레즈비언 수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왜 종교를 발명했는지를 탐구한다. 지배를 위한 수단, 지배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이중적 구조(성과 속)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여, 전염병 시퀀스는 펜데믹 대처에 미흡했던 유럽사회에 대한 야유와 조롱처럼 느껴졌다.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감독)상 국제비평가연맹상, 아카데미 촬영·음악·남우주연상
브래디 코벳의 야심은 기념비적이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건축가가 아내와 재회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부유한 고객을 만나 경력을 쌓는 30년간의 연대기를 기록한다. 비스타비전 카메라와 35mm 필름로 촬영되어 루치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이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를 연상시킨다. 아메리카드림을 도발적으로 도면에 그리며 이민자를 바라보는 미국인의 양면성을 노출한다.
‘당시(唐詩, 당나라의 시가)’을 주제로 한 장장 168분짜리 대하 애니메이션은 당나라의 무장이자 시인 고적(高適)이 이백(李白)과의 우정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두 시인 외에 두보(杜甫), 왕유(王維), 맹호연(孟浩然), 왕창령(王昌齡), 잠삼(岑參) 등의 위대한 시인들이 남긴 48편이 영화 줄거리와 혼연일체가 되어 당나라 성세의 ‘시적 의미’와 ‘실의(失意)’를 재현하였다.
호방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이백은 상인 신분이라는 한계에 성당(盛唐, 당나라 번영기)에서 큰 꿈을 펼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다. 협객처럼 천하를 주유하는 이백과 근면성실한 장군으로 토번의 침공을 막아내고 장안을 수복한 고적의 행적을 그려 전쟁사극의 모양새도 취하고 있다. 제목의 의미는 ‘장안’은 고적, 이백 등 시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땅’을 의미하며 ‘삼만리’는 그들과 이상 사이의 거리를 뜻한다.
아카데미 미술·의상·촬영·시각효과상
세계 영화 사상 최초로 개봉 연도에 최고 흥행 수익을 거뒀음에도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로 말미암아 적자를 거둔 영화다. 테일러와 버튼의 불륜, 감독·주연배우 교체, 촬영지 변경, 2번의 촬영 세트 건설, 빈약한 각본 등으로 당초 예산보다 20배나 증가한 4천4백만 달러(현재 물가로 약 3억 5천만 달러)로 20세기 폭스를 파산 직전 상황으로 내몰았다. 시원한 볼거리에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살린 맨키비츠 연출력에 힘입어 오늘날에 봐도 놀라운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이 영화로 말미암아 할리우드는 대작 위주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훗날 ‘아메리칸 뉴 시네마’로 명명된 저예산 영화 제작에 쏠리게 된다. 여담으로 1970년대에 2차 판권 시장이 열리면서 이 대작은 손실을 모두 만회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듬해인 1965년, 그는 흑인 투표권 획득을 위해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주도한다. 흑인 인권운동 역사에 ‘마틴 루터 킹’이라는 이름이 갖는 존재감은 실로 엄청나다. 10여년이상 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킹 목사는 어느덧 조금 지쳐 있고, 그래서 때로는 불안과 피로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앙받는 지도자이자 불완전한 개인으로서 면모를 포착한 영화는 중용의 시각으로 과거의 투쟁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권리는 흑인 스스로 쟁취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차별의 역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에바 두버네이 감독은 이후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 헌법 제3조〉(2016)를 통해 미국 인종차별의 역사를 다각도로 파헤쳤다.
만년필과 태극기가 가는 길을 다르지 않다. 애국 계몽 운동이나 무력투쟁 어느 쪽으로 가든 조국의 독립을 향한다고 영화는 낭송한다. 서정적인 톤과 무드, 단선적이지 않은 서사구조, 문학적인 대사와 내레이션의 활용, 모그의 감성적인 음악, 화면의 수직 구도, 카메라의 아슬아슬한 앵글이 겹쳐지며 활자로만 접해오던 시구가 생생하게 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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