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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7. 2018

영화 '할로윈·2018'_깨어난 공포

《할로윈·Halloween·2018》 후기·리뷰

[줄거리] “모든 공포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마이클 마이어스’, 존재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가 40년 전 그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녀 ‘로리 스트로드’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존 카펜터의 1978년작은 슬래셔 장르의 전형을 제시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포영화의 법칙들을 정립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현재도 추앙받고 있다. 조선의 성리학처럼 슬래셔가 흥할 수 있는 이유도 <1978년작>에게 있었다면, 망할 수 있는 요인도 함유하고 있었다. 1978년작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이코 살인마가 젊은이들을 무참히 살육하는 연쇄살인' 한다는 단순 명료함이 장점이었으나 이를 답습한 후속 편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할로윈] 시리즈의 11번째 후속 편을 찬찬히 살펴보자.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은 마치 팬보이 같다. 그는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 1978년작을 그대로 2018년에 옮겨와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로리의 손녀 앨리슨(앤디 마티첵)이 쓰는 핸드폰 외에는 나머지는 70년대 미국과 매우 유사하다.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2018년 '할로윈'은 1978년 '할로윈'의 40년 뒤를 다뤘을 뿐이다.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는 PTSD에 시달리는 할머니가 되었고, 마이크 마이어스는 또 한 번 탈옥한다.  40년간 서로가 서로에게 트라우마였던 로리와 마이클의 재대결이 펼쳐진다. 속편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기보다는 리부트에 가까울 정도로 오리지널 1978년작와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 1978년작이 세웠던 공포영화의 법칙들을 충실히 지켜나간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며 살해 이유를 묻는 피해자를 마이클은 그냥 살해한다. 혼자 남은 인물이 살인마에 쫓기다가 죽음을 당한다거나, '스크림 퀸'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공포에 비명을 지르는 여성 캐릭터, 그리고, 섹스를 하려던 캐릭터들이나 마약과 술을 마시면 위험하다는 공식에 아주 충실하다. 


그럼 여기서 이런 질문이 들 수 있다. 오리지널만큼 쫄깃쫄깃한가? 카펜터는 간단명료한 이야기를 촬영과 연출로 끝까지 집중시켰다. 고든 그린 감독은 결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원작과 차별화하는데 실패했지만, 원작처럼 제대로 슬래셔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로윈의 2018년판은 첫 번째 <할로윈>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같다. 한마디로 팬픽 같다. 할로윈의 포뮬러에 깊은 지식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다. DNA는 추출했으면서 몇몇 새로운 유전자를 이식한 느낌이랄까? 원작의 차별점은 크게 3가지 정도 들 수 있다. 


첫째, 중반부 이후 난도질 장면들의 수위가 2018년답게 업그레이드했다. 그렇지만, 고어 포르노 급은 절대 아니니까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둘째, 고인이 되신 샘 루이스 박사는 Sartain박사로 대체되어 비중을 축소시켰다.

대신에 로리에게 집중했다. 그녀는 마이크와 훌륭한 대칭점을 형성했다.


셋째, 미투(#MeToo)의 정서를 반영하여 스트로드가 의 여성 3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로리 스트로드는 스크림 퀸이자 여전사였지만, 40년 전보다 전투력이 훨씬 강해졌다. 그날 할로윈 밤 이후 수십 년간 로리는 마이클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상 무기를 옆에 두고 딸과 손녀를 지켜오고 있다. 또한 마이클이 언젠가 돌아올 것에 대비하여 그녀의 딸 카렌(주디 그리어)에게도 전투훈련을 시킨다. 이런 집착이 손녀 알리슨과 불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로리는 자신의 딸과 손녀를 지키려는 결심은 굳건하다. 그 내면에는 상실감, 후회, 상처 등의 인간적인 면을 제이미 리 커티스가 섬세하게 연기한 탓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성 3대가 뭉쳐 남성 범죄자에 맞서는 페미니스트적 우화 덕분에 단숨에 업그레이드된다. 마치 서부극의 최종 대결처럼 그려지며, 공포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트라우마 극복'을 매개로 한 [할로윈]은 [깨어난 포스]처럼 클래식을 훌륭히 현대화 리믹스에 성공했다. 이 말은 즉슨, 불행하게도, 그것은 원작을 능가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의미한다. 그저 1978년 원작의 후광에 업어가려는 다른 속편들에 비해서는 틀림없이 낫다. 그렇지만, 시리즈 혹은 슬래셔 장르 자체를 환골탈태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 (3.5/5.0) 


Good : 슬래셔 장르의 장점을 복원했다.

Caution : 슬래셔 장르의 단점도 답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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