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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21. 2021

사극영화 추천 TOP 100 (10)

Historical Movies :-01위 (10)

(역)사극(史劇)은 역사적 사건과 유명 인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 장르이다. 연대기적으로 분류할 때, 근대 이후의 배경으로 한 작품을 ‘시대극(時代物)’으로 따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편의상 사극과 시대극을 통칭하여 ‘사극’으로 쓰겠다. 그리고 사극은 어디까지나 극(劇) 형태의 문학 서사의 일종이므로 고증에 다소 소홀하더라도 전부 포괄하겠다. 


상술하자면, 허구(Fiction)와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자제한 ‘정통사극’, 역사적 사실(Fact)을 중심으로 허구가 가미된 ‘팩션 사극’, 허구와 현대적 감각으로 시대상이나 그 시대의 여러 가지 요소를 차용한 퓨전 사극(트렌디 사극)을 굳이 구분 짓지 않고 집계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10 : 그때 그 사람들 (THE PRESIDENT's LAST BANG·2005) 임상수

‘박정희주의’는 한국인의 마음에 가장 강력히 작용해온 ‘지배 레짐’이다. 한국의 유권자 다수는 분배보다 성장을 원하고, 경제 발전만 되면 노동탄압·언론억압 같은 건 눈감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는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주의, 관치경제라는 요소가 상당 부분 탈색되고 신자유주의로 ‘트리밍’된 박정희주의다.


하지만 저복지·노동탄압·성과주의·성장지상주의라는 측면에선 또렷한 공통점도 있다. 강자생존의 논리라는 점, 약자우대를 역차별로 여긴다는 점, 저능력자를 돌보지 않는 걸 넘어 혐오하는 '과잉능력주의(hyper-meritocracy)'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박정희주의는 밀접한 친연성이 있다. 한국 사회가 놀라울 정도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빨리 전환한 배경에는 이런 면도 작용헸다. 정경유착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가 없다. 이 부분은 ‘삼성·국민연금·최순실 게이트’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것을 벗어나느냐야 말로 다음 세대에게 고작 이런 사회를 물려준 기성세대의 사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기획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9 : 알제리 전투 (LA BATTAGLIA DI ALGERI·1967) 질로 폰테코르보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영화를 보는 내내 3·1 운동과 김구, 김원봉, 유관순, 안중근, 윤봉길 의사가 저절로 떠올랐을 만큼 가슴이 뜨거워졌다.


프랑스는 서구 열강 중에서 단연코 ‘제국주의’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제일 강한 국가였다. 자국의 레지스탕스를 열렬히 홍보한 반면에 베트남, 알제리, 아프리카 곳곳에서 독립운동을 무참하게 탄압했다. 그 이중성을 폭로한 <알제리 전투>는 1954년부터 1962년까지 '알제리 민족 해방 전선(FLN)'의 독립투쟁을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담았다. 




#8 : 배리 린든 (Barry Lyndon·1975) 스탠리 큐브릭 

아카데미 촬영·음악·의상·미술상

입신양명을 노리는 아일랜드 청년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의 운명을 추적한다. 현대적인 조명을 거부하고 만들어낸 그 황홀한 이미지 속에서 얼음처럼 감정표현이 억제된 큐브릭형 캐릭터들이 겪는 내적인 혼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세속적인 출세욕이 몰고 온 재앙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몰락만큼 극적인 추락은 없을 테니까 그러하다. 자본주의 이전에도 우리가 겪는 탐욕과 무절제한 과소비는 해롭다고 경고한다.  




#7 : 고령가 살인사건(嶺街少年殺人事件·1991) 에드워드 양

에드워드 양은 허우샤오셴과 함께 1980년대에 태동했던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감독으로 꼽힌다. 그는 역사에 휩쓸린 인물을 모던하고도 서정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961년 대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최초의 미성년자(중학생) 살인사건을 소재로 전통과 근대 사이에서 갈등하며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기 위해 애쓰는 현대 대만인들의 붕괴된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36년 간 지속된 '대만 계엄령'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힘 앞에서 무너진 지식과 순수에 관한 영화다. 일본 국주의의 잔재, 서구의 문화, 양분화된 집단, 군사 권력, 일상화된 폭력은 대만 역사의 구체적인 공기지만, 우리에게까지 맞닿는다. 우리나라도 독재 정권에 부역한 기득권층과 친일 민족반역자의 후예들이 버젓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6 :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2010) 데이빗 핀처

아카데미 각색·음악·편집상

돌이켜보면 '21세기의 시민 케인'은 비대면 시대의 분절된 인간관계에 관한 놀라운 예언이었다.




#5 : 박하사탕 (A Peppermint Candy·1999) 이창동

김영호(설경구)는 평생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서성이며 살았다. 이런 중간자적 태도야말로, 가해자에 대한 윤리적 문책을 가하는 사회 영화나, 보잘것없는 체험을 자의식 과잉으로 윤색하는 회고담 장르와 일찌감치 결별할 수 있었다. 종국에 역사의 군홧발에 영혼이 짓눌린 사내의 처절한 고해성사이자 순수한 인간성을 향한 가슴 저미는 연서로 승화될 수 있었다.




#4 : 하얀 리본 (Das weiße Band·2009) 미하엘 하네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하네케는 강요된 도덕과 순수를 상징하는 '하얀 리본'을 통해 세대간의 교류 방식에 주목한다. 부도덕한 이전 세대가 스스로도 믿지 않는 가치를 교육과 계도의 미명 하에 다음 세대를 억압으로 강요할 때, 전쟁과 혐오, 차별이 횡행하는 현대 비극의 진원을 발견한다.    



     

#3 :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2007) 폴 토마스 앤더슨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촬영상

이 ‘산업 서부극(Industrial Western)’은, 프런티어 (개척 정신)을 구성하는 3원소인 십자가(청교도), 석유(자본주의), 피(가족주의)를 정면으로 다뤘다. PTA는 탐욕을 동력 삼아 '서부 개척 신화'의 하부구조를 해체함으로써 미국 주류 가치관을 비웃고 있다.




#2 : 비정성시 (悲情城市·1989) 허우샤오셴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비정성시>는 대만 현대사의 비극인 2.28 사건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대만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영화일 뿐 아니라 당시 아시아 전역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왜냐하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다. 당시 국내 영화도 검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행정원 신문국(行政院新聞局, 한국의 방통위에 해당)’의 특례로 해외에서 후반 작업을 마치고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었다. 그리고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스크린에서 독재정권이 국민을 무참히 살육한 비극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 :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2003) 봉준호

봉준호는 형사물의 형식을 빌려 암울한 제5공화국을 축약한다. 영화 곳곳에 시대상이 노출되고 공권력의 무능이 드러난다. 전근대적이고 주먹구구식의 권력기관, 용의자를 촉으로 단정 짓는 기획수사 그리고 증거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인력도, 장비도, 노하우도 부족했던 그 시절을 풍자한다. 그러면서 평범한 얼굴을 한 채로 우리들 틈에 섞여 있을지도 모를 80년대의 가해자들에게 경고장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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