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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추천 TOP 100 [1]

Korean Films : 100위부터-

by TERU

미리 알려드리지만, 일제강점기 작품들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제 짧은 식견으로 선정 작업이 어려웠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의미가 컸습니다. 한국영화의 나이테를 시대별로, 감독별로, 장르별로 꼼꼼히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영화 TOP 100>은 준비하면서 과거의 고전을 만나보고 동시대의 영화를 즐기며, 미래의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운 시간여행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100 : 굿 뉴스 (2025, 변성현)

‘간혹 진실을 달의 뒷면에 있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이라는 건 아니다’라는 명언으로 시작하며 달을 보여주고, 결말에서 관객이 달인 듯 화면을 구성한다. 관객이 달의 앞면이라면 우리는 진실이 담긴 ‘달의 뒷면’을 실컷 구경한 셈이다. 각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만, 권위주의와 보신주의에 목멘 관료들을 보여준다.


탈진실 시대에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다. 특히 이념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2025년에도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친일 매국노들이 귀담아들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99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1999)

신상옥의 <내시(1968)>이후로 제대로 나온 쿼어영화, 여중고생들 사이의 미묘한 동성애적 감수성을 남성 감독들이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다뤘다.



#98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 장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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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는 침묵하는 우리들을 불편하게 한다. 무도에서 벌어지는`폭력적인' 지배 매커니즘은 할머니들처럼 자발적 동의와 지지에서부터 해원의 방관과 침묵이라는 암묵적 지지에 이르는 대중 독재에 형태를 띈다. 복남을 학대한 소수의 독재자(남편과 시고모, 시동생)에게 죄를 몰아주고, 자발적 동의에서부터 암묵적 승인에 이르는 나머지 다수의 죄를 면죄받는다. 헌데 《김복남…》은 이러한 사회체제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침묵하는 방관자’마저 처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불합리한 세상’이 어떻게 발생, 유지되는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에 선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는 단테의 말이 생각날 정도다.



#97 : 고래사냥 (배창호,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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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감독은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떡잎이 달랐다. 군사독재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저항정신을 은밀하고도 코믹하게 표현했다. 암울했던 제5공화국에 대한 진정한 사회적 논평을 제공한다.



#96 : 공공의 적 (강우석,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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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인 ‘깡패 같은 형사’와 ‘겉보기에 멀쩡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이후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95 : 윤희에게 (임대형,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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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은 사랑에 관해 ‘자아가 개체로서의 자기를 상실하는 동시에 자기를 좀 더 넓은 전체로서의 부분으로서 발견하거나 획득하는 역설적인 과정’이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94 : 바보 선언 (이장호,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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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좋은 날>과 더불어 1980년 이후 한국영화사를 결정짓는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검열과 투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영화문법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 자체가 이미 저항의 몸부림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도입한 이장호는 그렇게 '방화(邦畫)'와 명확하게 선을 긋은 덕분에 오늘날 충무로의 풍토가 다져질 수 있었다.



#93 : 말죽거리 잔혹사 (유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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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내의 권력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비겁한 어른들을 닮아가거나 폭력에 호소한다.



#92 : 깊은 밤 갑자기 (고영남,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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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충무로가 등한시되던 'K-호러'를 꽤 진지하게 접근한 최초의 사례다.



#91 :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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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은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한국 영화의 규모와 기술 수준을 갱신해나갔다. <은행나무 침대(1996)>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디지털 특수효과의 시발점이 되었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충무로가 그간 등한시하던 스펙터클과 스케일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90 : 남한산성 (황동혁, 2017)

'대화' 혹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야 말로 갈등과 혐오를 줄일 수 있는 최선책이다.



#89 : 아저씨 (이정범, 2010)

웰메이드 액션스릴러를 제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88 : 끝까지 간다 (김성훈, 2014)

불운을 은폐하다 오히려 더 큰 불운이 찾아온다는 시나리오가 흥미롭다.



#87 : 주유소 습격사건 (김상진, 1999)

IMF 외환위기로 인해 좌절감에 빠진 젋은이들에게 일탈과 해방감을 안겨줬다. 밴쿠버, 런던, 브리즈번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최초의 K-코미디 영화였고,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86 : 학생부군신위 (장철수, 1996)

임권택의 <축제>와 더불어 전통 장례의식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라는 평가를 듣을만큼 충실히 기록하면서도 해학을 섞어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85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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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장르 도장 깨기에 나선 사람처럼 보인다. 국내에 거의 멸종되다시피한 '만주 웨스턴'을 부활시키는 '놈놈놈' 프로젝트는 액션과 스케일에서는 만족스럽지만, 극본과 짜임새 측면에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놈놈>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경쟁력을 갖춘 '서부극'이라는 점에서 귀중하다. 감시와 검열로 인해 장르영화 발전에 더딘 국내 환경에서 이런 시도는 <부산행(좀비)>, <신과 함께(판타지)>, <승리호(스페이스 오페라)>, <곡성(오컬트)>로 계승되어 꾸준히 발전 중이다.



#84 : 피아골 (이강천,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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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2020년대 한국 영화의 3대 화두인 '실화에 근거한 팩션', '시대극', '분단 소재'에 모두 해당한다. 왜냐하면 <피아골>은 '근현대사의 질곡과 치부를 드러낸 최초의 논쟁작'이기 때문이다. <피아골>은 공산주의자들 내면의 인간성의 모순과 본능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빨치산을 괴물이나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고 '평범한 인간'으로 그렸다 하여 반공법 위반으로 상영 금지 처분이 내려진다. 이렇듯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심도 있게 그려내기까지는 <남부군 (1990)>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제작일화를 소개하자면, 6·25직후 공비 토벌작전이 막 완료된 시점에 지리산에서 크랭크인되어 실감나게 생생하다. 촬영 당시 마을 주민이 진짜 공비인줄 착각했다는 일화가 있다. 극본도 소탕된 공비의 일지와 기록에 근거해서 탄탄하다.



#83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종원, 1992)

불합리와 부조리는, 엄석대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대항하기를 포기해버렸던 ‘이름 모를 녀석들’에 의해 유지되었다.



#82 : 바람 불어 좋은 날 (이장호,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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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과 주거의 불안에 젊은이들이 영끌로 내몰리는 현실은 40여 년 전이랑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개발이 한창인 서울 강남의 풍경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이 제일 취약한 계층인 점은 변함없다. 이렇게 포스트모더니즘을 한국에 도입한 이장호는 아트 하우스 성향의〈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로 또 한 번 한국 영화의 새 지평을 연다.



#81 : 서울의 봄 (12.12: The Day·2023) 김성수

친일파와 독재의 과거사가 청산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 영화가 품고 있는 함의가 궁금하다. 권력욕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키지만, 역사에서는 패배했다고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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