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Films : 40위부터-
한국고전들을 찾아보면서 한국영화의 실태에 좀 서글픔이 느껴졌다. 2000년대 작품인데도 아직 고화질을 지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30년대 소련영화나 50년대 인도영화도 디지털화된 다양한 영상자료를 제공하는 판국에 말이다. 한국영화 복원에 있어서 인력난과 자금난을 알고 있기에 힘든 것은 알지만 미래 관객이 한국 고전을 모르는 현실은 안타깝다.
인간은 모순적이게도 시스템(사회) 안에서 모여 살아가는 객체이지만, 불합리한 제도와 법률을 만드는 주체(기득권층)이기도 하다.
칸 영화제 벌칸상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토커>를 잇는 박찬욱 감독의 ‘소녀 3부작’ 마지막 작품. 한국 LGBT 영화로는 첫 손에 꼽힐 만큼 정교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구현되어 인형의 집을 박차고 나오는 여성해방을 다뤘다.
다수의 K-코미디들이 휴머니즘을 내세우는데 개인적으로 <반칙왕>을 교본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비록 인생역전은 없지만, 현실에 찌든 소시민의 유쾌한 일탈은 관객을 울컥거리게 만드는 페이소스가 한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즉,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황홀경을 창조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단독 주연을 맡은 처음 송강호는 <반칙왕>을 성공시킴으로써 지난 20년간 한국영화와 동의어로 군림하게 된다.
임권택은 평생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을 고민해왔다.
베니스 영화제 특별 감독상,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신인상)
전과 3범과 중증 지체장애인의 '평범한 연애담'은 관객들에게 오히려 낯설고 불편했다. 다 보고 나면 세상에 소외된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우리 자신의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은 결국 둘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추억이라고 영화는 참고 참다가 나직이 속삭인다.
한국 독립영화의 기적, 배용균은 충무로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았으며,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기술을 책으로 배웠다. 소수의 배우와 스태프를 데리고 대구 인근 사찰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혼자서 편집해서 완성했다. 우리나라 영화관계자들이 만든 주류 영화도 해내지 못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덜컥 초대를 받았다.
단 세 명의 등장인물이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응하는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배용균은 리얼리즘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인터뷰했으나 이 의문형 영화는 깨달음의 풍경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잉마르 베리만 같은 형이상학적인 영화가 등장한 것일지 모른다. 이장호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1987)>와 더불어 한국영화에 귀중한 자산으로 길이길이 남아있다.
영화는 함부로 행복에 대해 묻기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다고 다독인다.
<송환>은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념과 체제에 맞선 12년간의 처절한 기록은 인권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보편성을 지녔다. 그래서일까?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독립영화 배급 시스템이 개선되어 현재의 독립영화 관객 확장의 밑거름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부당거래를 낱낱이 폭로한다.
충무로에서 10·26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유족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공인에 대한 영화적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첫 판례'로 인용한다.
좀처럼 민감한 현대사를 조망하지 못했던 한국영화의 족쇄가 풀리자 <내부자들>, <국제시장>, <택시운전사>, <변호인>, <부러진 화살>, <국가부도의 날>, <남산의 부장들> 등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게 된다.
'혈연·학연·지연'으로 대표되는 인맥과 연줄로 깡패와 검사와 결탁하는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우리가 남이가’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슨 의미인지 다양한 층위에서 근심하게 만든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 <휴일>은 검열로 당대 개봉하지 못하고, 2005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어제도 쉬었고, 오늘도 쉬고, 내일도 쉴 '두 남녀'는 서로의 마음조차도 믿지 못한 채 함께 낙태비용을 구하러 동분서주한다. 그 실존적 고뇌는 1968년 서울 거리 풍경을 미장센 삼아 당대의 억압적인, 살벌한 시대의 공기를 체감케 한다. 카메라는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롱 숏을 오가며 가난한 연인의 내면 풍경을 포착한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두 승려의 만행길을 멀찌감치 지켜본다. 계율을 지키려는 법운(안성기)과 파계를 통한 해탈을 추구하는 지산(전무송)을 관조하고 고찰함으로써 관객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관조적인 임권택 특유의 작가적 스타일이 확립된 작품이다.
박찬욱, 류승완이 칭송할 만큼 이두용 감독은 장르 영화와 현대사의 비극을 접목시켜 충무로의 외연을 확장한 공로가 크다. 그리고 오병호 형사는 오늘날 K-형사 캐릭터의 어떤 전형으로 읽힌다.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소네트 같이 최소한의 형식만 남겨둔 채 유령이 없는 유령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의 정령 같은 주인공이 제목이 상징하는 현대인이 느끼는 공허함과 고독감을 함께 나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실은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는 물음이었으나 영화는 굳이 지적한다.
흔히들 역대 가장 창의적인 한국 영화로 꼽힌다.
영화는 절대적인 악인도 없고 순수한 피해자도 없는 거대한 혼란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이러한 순환구조처럼 박찬욱의 영화는 다면적이다. 즉,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주의’의 진정한 출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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