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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01. 2018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_이원론적 연애학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Testrol Es Lelekrol, 2017》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4관왕, 

로튼토마토 신선도 96% 


[시놉시스] 도축장 관리자 ‘엔드레’(게자 모르산이)는 모든 게 권태로운 남자다. 도축장에 새롭게 출근해 소의 품질 등급을 매기는 박사 ‘마리어’(알렉산드라 보르벨리)는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여자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서로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꿈 속에서 한 마리의 사슴이 되어 만나는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후기 - 이원론적 연애학

이 로맨스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임상실험을 엿보는 거 같다.  루카 구아다니노가 로맨스영화의 전제에 집착하듯이 일디코 엔예디 감독도 그렇다. 


그럼 로맨스 영화의 전제는 무얼까?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난다. 그리고 사랑을 한다. 여기서 "왜? 두 사람은 사랑하느냐?" 같은 이유 따윈 묻고 따지지 않는다. 일디코 감독은 여기를 천천히 조망한다.


먼저 이 영화 원제(On Body And Soul, Testrol Es Lelekrol)의 뜻이 '육체와 영혼'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첫장면부터 꿈 속의 사슴과 갇힌 소의 절박한 시점쇼트에 동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소는 문제의 도축장면이 나오면서 쇠고기가 된다. 그리고 사슴은 꿈이므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슴은 꿈 속의 존재라서 영혼만 있고, 소는 해체된 후라서 육체만 있다.


이같은 영혼과 신체의 분리는 '심신이원론 (心身二元論)' 라는 고상한 단어로 후술될 수 있다. 플라톤은 '이데아(혹은 eidos=형상)' 라는 절대적 이상과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모상(模相=그림자)라고 분리했다. 바울은 ‘육체=사멸(死滅)=악(惡)’과 ‘영혼=불멸(不滅)=선(善)’으로 정리하였고 영혼의 불멸을 주장했다. 이를 데카르트는 사람의 몸을 기계로 보고 그 속에 영혼이 거주한다고 여겼고 여기서 의학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 말같지도 않는 심리철학은 지난 300여년간 정실로 떠받들여졌다. 감독은 왜 이딴걸로 사랑에 비유했을까??


일디코 감독은 2명의 남녀주인공을 연기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를 캐스팅하고, 두 인물을 극단적으로 배치한다. 50대에 회사경영에 몰두하고 가정을 잃은 남자는 인생을 너무 알아버려서 모든게 권태롭다. 반면에 결벽증에 편집증이 있는 20대 여자는 주변 사람과 관계는 커녕 감정을 어떻게 타인과 나눠야할지도 배우지 못했다.


두 남녀의 격차가 클수록 로맨스영화는 더 애틋하다지만,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너무 극과 극이다.

너무 많이 아는 노인과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못한다. 오해와 몰이해 속에서도 강한 이끌림은 "같은 꿈"을 꾸는데서 비롯된다.


공통분모를 발견하고서야 두 사람은 소통한다. 소개팅에서 공통점을 찾기위해서 서로를 알고싶어서 이것저것 묻게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꿈'을 매개로 친해져가던 두 사람은 곧 벽을 만난다. 우리가 상대의 반응을 몰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쩌지?" 하는 것과 같다.


[스포일러] 여자는 완벽을 추구하기에 사람을 사귀는게 어렵고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 그녀는 생애 처음 호감을 느낀 사람에게 거절당한 줄 오해하고만다. 절망감을 느낀 그녀는 왼손을 칼로 긋는다. (남자가 쓸 수 없는 것은 왼손이었고, 여자가 자해한 것도 왼손이었다.) 좋아하는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할때처럼 칠흑같은 어둠을 만난거처럼 앞이 캄캄하다. 이상이 깨졌기에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고 싶지 않다. 


그때 한통의 전화벨이 울린다. 오해가 풀리고, 진심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섹스를 나눈다. 그 다음날 아침식사에서 남자가 먹을 빵을 뜯어내자 여자는 떨어진 빵가루를 곧바로 손으로 훔쳐낸다. 스피노자의 양면이론처럼 둘은 확연히 구별되기에 오히려 상관관계가 관찰된다. 즉, 너무 달라서 관심을 보인다고 할까? 이는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시행착오를 겪는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거 같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더이상 꿈을 꾸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영화의 마지막 쇼트에서 두 마리의 사슴이 사라진 겨울 시냇가는 온통 흰 빛 속에서 화이트아웃되어 서서히 통째로 사라진다.


연인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이라고 했던가? 두 남녀가 함께 꾸던 꿈은 사라졌다. 하지만 함께 했던 추억은 남아있다. 이제부터는 두 사람이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서 사랑이 유지될 수도 아니면 깨질 수도 있다. 전적으로 두 사람의 몫이다.



Good : 상이하기에 더 끌린다.

Caution : 이질적이라 서로 이해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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