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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22. 2021

바쿠라우 (Bacurau, 2019) 저항의 몸부림

94세의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손녀 테레사가 바쿠라우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토니 2세가 유세를 벌이고 난 뒤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UFO 형태의 드론, 돌연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사람들이 출물하고,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거기다 수도가 끊긴 바쿠라우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던 수송 차량은 총격으로 구멍이 난 채 도착하고, 곧이어 전기도 끊긴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바쿠라우 마을 사람들은 다가올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한다.




1.가상의 마을 바쿠라우는?

바쿠라우 마을은 개인의 성적 취향과 노출, 범죄자 은닉과 매춘에서 도덕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바쿠라우 마을이 인터넷 지도에서 사라져버리며 영화가 시작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쿠라우 마을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상의 산물은 아니다. 브라질에서 ‘낄롱부(Quilombo)’라 불리는 장소에서 착안했다. 낄롱부는 17세기 무렵부터 농장의 가혹한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탈주한 노예(주로 아프리카계열)들이 모여서 만든 기초 생활 공동체였다. 19세기부터 시작된 무장투쟁을 통해 1988년에 브라질 헌법 제68조를 통해 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현재도 152개 부락이 노예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영화에서 바쿠라우 마을 사람들은 깡촌 시골 벽지에 마치 관광명소인 양 외지인에게 자랑하는 바쿠라우 박물관은 어딘가 생뚱맞아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듯이 계속 박물관을 언급한다. 그곳은 실은 피와 폭력으로 지켜낸 저항의 역사를 담고 있다. 후반부 침입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핏자국이 벽면에 찍혔을 때 마을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벽은 이대로 놔둬요, 있는 그대로” 이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하면 마이클(우도 키어)가 저격을 시도하는 도중에 홀연히 조상의 영혼 같은 존재가 나타나 막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화적 허용을 활용해서 브라질 노예의 저항의식을 스크린에 재현한 것이다.


이 역사적 배경에 줄레아노 도르넬레스, 클레베르 멘도산 필류 감독은 지리적 환경을 더한다.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세르탕(sertão)’이라는 반사막 건조기후 지역을 배경으로 서부극에 도전한다. 이곳은 과거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사탕수수와 고무나무 플랜테이션이 활발히 벌어졌으나 19세기 영국에 의해 플랜테이션이 경쟁력을 상실함으로써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되어버렸다.



2. 영화는 어떻게 저항을 구현할 것인가?

영화의 과도한 폭력묘사는 치안이 분쟁지역 못지않게 어지러운 브라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치안 막장으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50개 가운데 17개가 브라질에 있다는 자료도 있을 정도다. 그런 맥락에서 감독은 황량한 마을에서 총격전을 벌인다는 서부극의 외피를 빌려온다. 가상의 공간인 ‘바쿠라우’ 마을에 브라질의 현실을 압축해서 담아낸다.



브라질 경제가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점은 자원의존형 경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지방의 경우 대토지 소유주들이 마치 과거의 봉건 귀족으로 군림하는 구시대적인 사회구조가 온존하고 있고, 기성 정치권은 이들과 야합해서 부정부패, 정경유착이 일상화된 나라이다. 이들은 플랜테이션 농업과 광산 채굴 등 현재의 자원수출형 경제가 유지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개혁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 하에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악행들은 브라질인이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낄 현안들이다.


브라질의 고질적인 지역격차, 자기 이익을 위해 자국민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지배층, 심지어 기득권이 외세와 결탁하는 매국행위까지 모든 요소가 브라질의 실정을 반영하고 있다. 감독은 “그것이 브라질의 오늘이기 때문이다”.라며 노예해방을 위해 정착촌을 개척했던 낄롱부의 정신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 저항과 연대의 몸부림은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빈부격차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단순한 감흥의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 (4.0/5.0)


Good : 부패한 기득권과 외세를 싹 쓸어버리는 카타르시스

Caution : 장르영화에 첨가된 소격효과(낯설게 하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제52회 시체스영화제 3관왕, 제85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등을 포함한 세계 유수 영화제 69개 노미네이트, 52개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독창적인 장르와 거침없는 묘사, 완전히 정치적인 메시지로 일명 ‘디스토피아적 서부극’이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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