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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14.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모범적인 속편]

A Quiet Place: Part II,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은 전편에 이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괴수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애보트 가족의 사투다. 혼자가 된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리건(밀리센트 시몬스), 마커스(노아 주프) 남매는 갓난아기를 안고 최후의 요새였던 집을 벗어나기로 한다. 과거 괴물들이 등장한 날을 오프닝으로 짧게 보여준 뒤에 1편 직후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래 존 크래신스키는 둘째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 원안을 처음 읽었다고 한다. 그는 자녀를 보호하는 ‘부모’라는 설정에 사로잡혔는데, 무성영화처럼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가족 내의 갈등과 고민을 상당히 깊이 다루는 연출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래서 솔직히 2편을 예상했을 때 가족드라마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렇게까지 정직한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줄은 몰랐다어쩌면 3편은 어머니가 없이 삼남매의 홀로서기에 나서는 이야기로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후기를 이어가보겠다.

      

속편 제작은 리모델링과 같다. 즉, 건물의 기본적인 형태를 얼마나 남겨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존 크래신스키는 전편보다 규모를 크게 한다거나 전편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비장의 설정을 덧대지 않고 가능한 그대로 활용한다. 이같이 토대를 그대로 놔둔 채로 다음 공간을 가족 구성원별로 나눈다. 특히 리건과 마커스 남매의 성장과 결속에 집중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어떤 영화인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세계관은 좀비가 빠진 아포칼립스 영화다. 몬스터 장르적으로는 괴수를 최대한 감추는 <죠스>의 연출을 참고했으며 ‘소리’를 활용한 음향효과로 공포를 자아낸다. 2편의 오프닝이 <우주전쟁>을 연상시키는 대목에서 존 크래신스키가 스티븐 스필버그를 많이 존경하는구나 라고 느껴졌다. <새벽의 저주> 오프닝에서 좀비가 창궐하는 종말을 짧게 보여줬던 것을 그대로 인용한다.     


2편에서 인물을 재배치함으로써 슬래셔 호러를 더 강화했던 결정도 좋았다. 1편 임신 장면과 결이 같으면서도 영리하게 확장한 셈이다. 그러나 호러 장르의 구조적 결점이 드러난다. 공포는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한계 체감된다. 그리고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그 신비감 역시 한계 체감된다. 잘 생각해보라, 인간은 미지의 존재를 두려워하지 친숙한 존재에게는 정(精)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호러가 한계 체감되지 않도록 존 크래신스키는 서스펜스의 정석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알지만, 등장인물은 모르는 그 긴장감을 자아낸다. 침묵과 비명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공포가 아닌 청각적인 공포가 가능하다고 관객을 설득한다. 여기에 더해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의 핸디캡을 활용한다거나 킬리언 머피의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를 모호한 스탠스 등이 절묘하게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이상 존 크래신스키는 <워킹데드>를 포함한 좀비 영화들, 호러 클래식들, M. 나이트 샤말란의 어떤 영화에서 배운 가르침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다. 속편답게 떡밥을 풀려고 할수록 허점이 더러 군데군데 보이지만, 전편의 결을 최대한 가져가면서 욕심부리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 '절제'야 말로 존 크래신스키라는 사람이 가진 그릇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덧붙여 만약 3편도 이 정도 퀄리티라면 별점을 상향할 의향이 있다.  



★★★☆  (3.6/5.0)      


Good : 존 크래신스키의 연출력

Caution : 3편이 너무 궁금하다. 


●원래 속편 계획이 없었는데 존 크래신스키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2편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엑소시스트로 유명한 윌리엄 프리드킨이 이 영화를 호평하였다.     


■존 크래신스키는 3편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밝혔고, 2023년 3월 31일 개봉 예정인 스핀오프 제작이 확정되었다. 스핀오프는 제프 니콜스가 감독 및 각본을 맡고 크래신스키는 제작자로 참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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