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pering Corridors Ranked Worst 2 BEST
장장 23년에 걸쳐 이어오는 한국 유일의 호러 프랜차이즈 <여고괴담> 시리즈가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을 선보였다. 얼마 전 작고한 이춘연 씨네 2000 대표의 유작이기도 하다. 김규리, 박진희, 최강희, 윤지혜, 박예진, 이영진,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조안,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오연서, 손은서 등의 신인배우를 발굴해낸 프랜차이즈를 한번 정리해봤다.
여고괴담 10주년 기념작은 애석하게도 이후 시리즈는 12년의 공백기를 가져왔다. <… 동반자살>을 소개하기에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진 않는다, 이전 '여고괴담' 시리즈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라는 인터뷰에서 작품을 대하는 이종용 감독의 태도가 전달된다.
이미영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던 <비밀은 없다>와 여러 면에서 유사점들이 발견된다. 트라우마로 인물의 동기를 표현하는 점, 편집이 부자연스럽다는 점, 그리고 사회고발과 장르 영화가 충돌한다는 점이 매우 흡사하다.
윤재연 감독은 (1,2편과 달리) 공포를 억압적인 학교 체제가 아닌 '학생 개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시리즈의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왜 죽였는지에 궁금증은 낳기에는 <… 여우계단>의 네 소녀의 인상은 흐리멍덩하다. 그래서 오싹한 찰나의 이미지는 <캐리>, <링>, <여우령>의 추억을 호명하는 선에서 머문다.
최익환 감독은 ‘죽은 자의 원한을 누가 감히 풀어줄 수 있다는 걸까’에 관한 애잔한 추상화를 그린다. 여고생의 불안한 심리와 또래집단에 집착하는 낮은 자존감에서 원초적인 공포를 끄집어낸다.
1편 개봉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교사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기를 떨어뜨렸다"라며 격렬한 항의와 불만을 표출했다. 시사매거진 등에서 다룰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왜 그럴까? <여고괴담>가 웰메이드 공포영화라서 사랑받은 것이 아니다. 1편은 호러나 미스터리를 다룰 때마다 삐꺽거린다. 하지만 비장의 무기가 있다. ‘학교’라는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시선과 문제의식이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왕따, 입시 위주 교육체제, 교우관계의 라이벌 의식, 부조리한 학교 교육, 교사의 부도덕성, 군대식 학교문화를 끌어들임으로써 공감대를 널리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학교가 귀신을 만들어낸 것이다.’라는 발상의 전환은 한국 영화계에 큰 파장을 낳았다. K-학원 공포물은 물론이고 조폭 코미디 <두사부일체>나 학교 배경의 독립영화들 <우리들>, <파수꾼>, <한공주>, <죄 많은 소녀> 같은 영화가 나오는 토대를 제공했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호러 프랜차이즈로 장수한 까닭은 끔찍한 괴물이나 뛰어난 장르성이 아니다. 관객을 오래 전율하게 만든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들에게 전염되는 고요한 패닉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아마도 학창 시절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의 속살을 베어내는 쓰라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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