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슈를 다룬 재난 코미디
11년 만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501호의 ‘동원(김성균)‘은 프로참견러 401호의 ’ 만수(차승원)’와 그의 아들 ’ 승태(남다름)‘, 집들이에 온 동원의 직장동료 ’ 김대리(이광수)‘. 입사 3개월차 인턴사원 ’ 은주(김혜준)‘가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영화 《싱크홀》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의 몸부림을 다뤘다.
이렇듯 일상의 고통에 과하게 힘쓰다 보니 정작 싱크홀은 한참 뒤에 나온다. 재난상황이 펼쳐지면서 영화는 활력을 되찾는다. 2% 부족한 CG가 몰입을 방해하지만, 대규모 암벽 세트와 수조 세트 등이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엑시트>도 ‘취업난’을 은유한 수직의 재난 상황을 그렸듯이 500m의 싱크홀을 치솟는 ‘서울 집값’에 비유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엑시트>가 청춘들의 고뇌를 진지하게 다루거나 재난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하며 후반부에 분위기를 환기시킨 반면에 《싱크홀》은 ‘탈출을 위해 티격태격하던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는 시놉시스에 계속 얽매인다. 더욱이 재난 이후 생사가 불분명한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도 물음표가 붙는다. 주인공들의 엉뚱한 행동에 웃으려면 빌라 안에 고립된 또다른 주민들을 감춰야 하지 않나 싶다. <엑시트>가 재난 희생자들을 직접적·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던 반면에 <싱크홀>은 이들을 이용해 눈물을 짜내려는 욕심은 과했다.
김지훈 감독은 "인간적이고 희망을 찾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에필로그에 힘을 줬지만, 트라우마마저도 희화화하는 태도에서 이 좋은 소재와 배우들을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했나 싶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