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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06. 2021

《싱크홀 (SINKHOLE, 2021)》후기

부동산 이슈를 다룬 재난 코미디

11년 만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501호의 ‘동원(김성균)‘은 프로참견러 401호의 ’ 만수(차승원)’와 그의 아들 ’ 승태(남다름)‘, 집들이에 온 동원의 직장동료 ’ 김대리(이광수)‘. 입사 3개월차 인턴사원 ’ 은주(김혜준)‘가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영화 《싱크홀》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의 몸부림을 다뤘다. 


서론부터 등장인물 간의 코미디에 힘을 쏟는다. <엑시트>가 청년실업에 재난을 더했다면, 《싱크홀》은 부동산 폭등에 재난 서사를 가져왔다. 부동산 이슈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등장인물이 어디서 어떻게 왜 청운빌라에 모여들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한다.     


서민의 꿈을 이룬 지 2주 만에 집이 폭삭 내려앉은 동원, 생계를 위해 N잡을 뛰는 만수, 구직을 포기한 승태, 원룸에 사는 처지라 고백도 못하는 승현, 명절에 본가에 내려가지도 못하는 은주 등 ‘내 집 마련’의 버거움이 일상을 짓누르는 일종의 재난이다. 


이 같은 부동산 이슈를 웃음의 도구로 활용한다.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힘든 상황, 집을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MZ세대의 자조, 정규직과 계약직의 넘을 수 없는 벽, 몇 달 만에 수억씩 오르는 아파트 값, 금수저와 흙수저에 대한 이야기 등은 너무나 생생한 우리의 현실이기에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이렇듯 일상의 고통에 과하게 힘쓰다 보니 정작 싱크홀은 한참 뒤에 나온다. 재난상황이 펼쳐지면서 영화는 활력을 되찾는다. 2% 부족한 CG가 몰입을 방해하지만, 대규모 암벽 세트와 수조 세트 등이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엑시트>도 ‘취업난’을 은유한 수직의 재난 상황을 그렸듯이 500m의 싱크홀을 치솟는 ‘서울 집값’에 비유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엑시트>가 청춘들의 고뇌를 진지하게 다루거나 재난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하며 후반부에 분위기를 환기시킨 반면에 《싱크홀》은 ‘탈출을 위해 티격태격하던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는 시놉시스에 계속 얽매인다. 더욱이 재난 이후 생사가 불분명한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도 물음표가 붙는다. 주인공들의 엉뚱한 행동에 웃으려면 빌라 안에 고립된 또다른 주민들을 감춰야 하지 않나 싶다. <엑시트>가 재난 희생자들을 직접적·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던 반면에 <싱크홀>은 이들을 이용해 눈물을 짜내려는 욕심은 과했다.


김지훈 감독은 "인간적이고 희망을 찾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에필로그에 힘을 줬지만, 트라우마마저도 희화화하는 태도에서 이 좋은 소재와 배우들을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했나 싶어 안타까웠다.


총평하자면, 영화가 유쾌하면 대중적일 것이라는 1차원적인 접근법이 《싱크홀》을 오히려 구덩이로 몰아넣는다고 해야할 것 같다.


★★ (2.1/5.0)    

 

Good : 심각하지 않은 유쾌한 재난 버스터

Caution : 맘편히 웃기엔 속 쓰린 부동산 문제   

  

● 극장 문을 나서면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 산 집이 1분 만에 내려앉은 동원이 과연 서울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 싱크홀은 하루 평균 2.6건, 연평균 약 900여 건이 발생하고 그중 78%가 서울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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