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랜트 라인은 아프가니스탄 국왕 압두르 라만 칸과 외무장관 모티머 듀랜드가 정한 국경선이다.
요즘 탈레반으로 시끄러운 아프가니스탄 관련 영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시초는 1893년 영국이 설정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사이의 ‘듀랜드 라인(Durand Line)’로 국경을 확정지었는데, 국경선이 파슈톤족이 사는 지역을 횡단하게 되었다.
원래는 최대다수가 되어야할 파슈튠족이 국경선 때문에 소수민족이 되는 바람에 이들이 불온세력이 되어버렸다.
외세에 의해 졸지에 아프가니스탄 남부(1500만명)보다 파키스탄 서북부(4000만명)에 더 많이 살게 된 파슈툰족은 훗날 탈레반의 다수를 구성하게 된다. 이것이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키우는 계기를 만든다.
소련침공 당시 핵개발에 열중하던 파키스탄 군부는 신학교에서 전쟁고아를 교육시켜 아프가니스탄에 보내게 된다. 종전이후 파키스탄 정보부는 탈레반을 지원하여 1996년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도록 돕는다. 그런데 종교를 자의적으로 곡해해서 아랍 국가들도 경악할 만큼 무자비한 공포정치를 펼쳤다. 탈레반 정권을 인정한 나라는 사우디, 파키스탄, UAE뿐이었다.
듀랜트 라인으로 파슈튠 족을 양분하다.
2001년 미국-아프간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에 의해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다. 한편, 파키스탄은 미국에 미군기지를 제공하는 한편, 핵보유국의 지위를 보장받는다. 동시에 파키스탄은 국경에 넘어온 탈레반은 보호해줬다. 미국 입장에서 탈레반이 일반 파슈튠족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다. 그렇게 2006년 파키스탄 북부에서 다시 힘을 길렀다. 그리고 아편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은 광신도 집단에서 마약 군벌의 연합체로 거듭났다. 오죽하면 오사마 빈 라덴도 파키스탄에서 사살되었는가. 역시 국제분쟁의 근원은 영국이었어!
이렇기 때문에 사우디 출신 알카에다가 아프간에 은신한 것이며, 파키스탄은 파슈튠족 문제로 탈레반을 지원했던 것 모두 듀랜드 라인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빈 라덴이 '파키스탄 정보부'가 제공한 아보타바드의 안전가옥에 사살됨으로써 미국과 파키스탄의 우호관계는 깨진다.
그리고 탈레반과 중국의 밀월관계는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뤄졌다. 파키스탄 입장에는 탈레반을 통해 북부지역의 민심이반을 막고, 인접국 아프가니스탄을 보호국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탈레반이 신장위구르 문제를 외면한다면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시킬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매장된 리튬과 석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탈레반 정권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우선 목표이므로 중국과의 대립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마당에 더이상 우리 주변 4강만 보고 외교를 펼칠 수 없다. 또 외세에 의지하는 세력에게 국가를 맡기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게 해준 사례인 것 같다.
■아이언맨(Ironman·2008)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 기지에 도착해 리펄서 기술을 활용한 신형 미사일 ‘제리코’를 소개하며 시연회를 한다. 돌아가는 길에 자기 회사의 미사일에 공격을 받게 되고, 테러조직 '텐 링즈'에 납치된다. MCU초기에는 탈레반처럼 묘사되지만, 곧 개봉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는 만다린이 이끄는 국제 테러 조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람보 3 (Rambo 3·1988)
용감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007 리빙 데이라이트 (1987)>와 더불어 미국이 아프간 반군 무자헤딘을 도와 소련군과 싸우는 내용을 다뤘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정보부(ISI)와 함께 무자헤딘을 돕는다. 이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과 탈레반 사이의 연락책이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자신들이 지원하고 자신들이 키웠다고 인정했다.
빈 라덴은 스승과 함께 설립한 '마크탑 알-키타맛(알 카에다의 전신)'이 미국, 사우디, ISI가 지원한 자금과 무기를 전달하고 무자헤딘을 훈련시킨다. 전쟁 이후에도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걸프전 때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진군한 것에 분노하여 반미 노선으로 갈아타고 테러단체로 변모한다.
■찰리 윌슨의 전쟁 (Charlie Wilson's War·2007)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막후에서 아프가니스탄 반군'무자헤딘'을 지원한 미(美) 하원 의원 찰리 윌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결국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군하게 되고, 찰리 윌슨은 전후 재건을 위한 학교 건설 예산을 요청하지만, 이미 끝난 전쟁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아프가니스탄은 방치해버린다.
윌슨의 우려대로 국가를 운영할 역량을 지니지 못한 무자헤딘은 권력투쟁 즉 자기들끼리 내전을 벌인다. 소련-아프간 전쟁보다 더한 혼란에 처하면서 전 세계의 온갖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된다. 이때 이슬람 극단주의 산학교육을 받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반미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비호해 주게 된다. 만약 윌슨의 말대로 아프간 교육에 힘썼다면 극단주의 신학이 기승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론 서바이버 (Lone Survivor·2013)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씰이 단일 작전에서 역사상 2회째로 큰 희생을 치른 2005년 레드윙 작전(Operation Red Wings)을 다뤘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네이비 씰 요원을 도와준 촌장 모하메드 굴랍(파슈튠족)이다. 그는 탈레반과 같은 파슈튠족이다. 파슈튠족은 친구를 무조건 보호해주는 관습법에 따라 굴랍은 미군을 숨겨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탈레반도 그 관습법에 따라 소련과의 전쟁에서 전우였던 오사마 빈 라덴을 도와준 것이다.
■12 솔져스 (12 Strong·2018)
더그 스탠튼의 논픽션 <Horse Soldiers>을 원작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12명의 미 육군 그린베레 특수부대원들이 당시 탈레반에 대항했던 북부 동맹과 협력하여 임무를 수행했던 실화에 배경을 두고 있다. 만약 북부동맹의 지도자 마수드가 탈레반과 알카에다에게 살해당하지 않았다면, 아프가니스탄은 훨씬 부드러운 사회가 되었을 터인데 아쉽다. 그리고 마수드의 아들이 현재 탈레반에 저항하는 리더로 부상했다.
■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2013)
빈 라덴 체포 작전은 장식이다. 정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작전에 뛰어는 CIA 요원이 점점 명분을 잃은 폭력에 공허함을 느끼는 대목에서 불법 작전과 고문, 국가 주권 무시 등 미국과 친미 성향 아랍 국가들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입장에서도 훌륭한 반미 영화라는 점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 훨씬 균형감 있다.
■아웃포스트 (The Outpost·2020)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아웃포스트>를 추천한다. 제이크 태퍼의 2012년 논픽션을 원작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가장 격렬했던 캄데시 전투를 다룬다. 이 영화에 주목할 점은 미군이 아프간 부족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을 명확히 그리고 있다. 현지의 민심을 얻지 못한 점령군에게 패배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