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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Sep 28. 2021

말리그넌트, 통제불능

Malignant (2021) 정보 결말 후기

매디슨과 시드니 자매

먼저《말리그넌트》의 부실한 스토리를 비판할 수 있겠으나, 장르 영화라는 게 개연성을 포기하더라도 유희를 얻는 관객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거론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차근차근 곱씹어보자! 


제임스 완은 《말리그넌트》에서 온갖 장르를 다 합치는 시도를 했다고 언급했다. 심리스릴러,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괴수 영화, 호러버전 겨울왕국이라고 말이다. 슬래셔 연쇄살인마에 맞서서 <겨울왕국>를 똑 닮은 언니 매디슨과 씩씩한 여동생 시드니가 일련의 시련을 겪으며 진한 ‘자매애(시스터후드)‘를 완성해 나간다. 수많은 선례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단 세 가지 정도로 축약해서 짚어보겠다.


수정 깃털의 새

첫째,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 즉 시각적인 미장센과 음향의 청각적 효과를 구사한다. 예를 들면 <수정 깃털의 새 (1970)>에서 단도를 든 가족 장갑을 클로즈업한다는 것이나 집의 도면을 부감으로 찍는 장면에서 프레임을 구성하는 구도(혹은 공간의 깊이)를 만들며 공포적인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식 같은 것 말이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불안을 야기하는 은유와 제유의 수사법이 영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 미학성이 영상의 쇼트와 앵글의 극단적인 대조를 통해 공간 속에서의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기괴한 느낌으로 증폭시키도록 짜여 있다. 그러나 아르젠토처럼 과감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구사하진 않았다. 주로 조명과 소품을 통해 지알로 느낌을 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 지알로는 개연성을 신경 쓰지 않고 자극적인 이미지와 폭력성을 내세우는 장르라서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에게 불호를 살 수 있다.


둘째, 제임스 완이 생일 케이크 장면에서 귀띔을 해줬듯이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시스터즈(1972)>의 영향도 크다. 자매와 형사의 수사가 주도하는 심리 스릴러, 병원에서 벌어지는 심령 호러, 화면분할을 통한 살인 장면, 성전환, 뒤틀린 자매애 등등을 카피했다.


셋째, 제임스 완이 새로운 혁신 없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주야장천 써먹던 이야기 장치를 가져왔다. <인시디어스>, <컨저링>에서 유체이탈을 통해 비밀을 밝혀내는 미스터리나 <쏘우>의 인내심 많은 미치광이의 반전이라는 스토리를 재구성했을 뿐이다.


이것 외에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뼈가 으스러지는 바디 호러나 <할로윈>에서 범인이 핏줄에 집착하는 특성, <에일리언>의 페이스허거 디자인 등을 빌려왔다. 


전부 선례가 있는 것으로 영화 고유의 아이디어가 없다. 20세기 호러영화의 판례를 다 끌고와서 후반부는 <쏘우>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리 워넬의 <업그레이드(2018)>의 카메라워크와 편집을 활용해서 눈속임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찬바라 영화나 쇼브러더스 쿵후 영화에서 연원한다.


이 대목에서 이 영화의 지향점이 과연 '7080년대 공포영화에 대한 러브레터'인지 '6070년대 액션 영화에 대한 경의'인지 헷갈린다. 제임스 완 본인조차도 통제하지 못하고 무신경하게 형사 캐릭터를 낭비하는 등 여러 실책들이 발견된다. 덧붙여 요즘 영화들이 콜라주(별개의 조각들을 붙여 모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미술 기법)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스럽다


★★★ (3.0/5.0)


Good : 후반부의 화끈한 고어 액션

Caution : 중구난방, 앞과 뒤가 완전 다른 영화


●후반부 액션장면을 연기한 '조 벨'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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