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Oct 03. 2021

캔디맨, 한국인에게 낯선 정서

《Candyman (2021)》줄거리 후기 해석

1. 왜 속편을 자처했을까?

캔디맨 1편

《캔디맨》은 이전의 2편, 3편을 폐기하고 1992년 1편의 진정한 속편으로 제작 중인 후속작이다. 3편 이후로 21년 만에 제작되는 신작이다. 영화는 1편의 빈민가 카브리니 그린이 재개발된 현재를 조명한다. 세월이 흘러 강산이 변했음에도 흑인들의 삶은 여전히 하층민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적극 반영한다.


이점은 줄거리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가난한 흑인 예술가인 ‘앤서니(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주류 미술계로 올라오자마자 아티스트 본인의 예술관을 잃어버리고 이를 지적하는 평론가와 대립한다. 다시 영감을 얻기 위해 카브리니 그린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 내려오는 도시전설 ‘캔디맨’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는다. 즉, 앤서니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차별을 지켜보던 관찰자가 차별을 당하는 피해자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도 봐도 좋다.


한마디로 영화는 캔디맨의 모델이 된 19세기 흑인 화가 '다니엘 로비타일의 비극'을 현대 시점으로 옮긴 셈이다. 그리고 캔디맨을 특정 시점의 특정 인물로 단정하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된다. 흑인이라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차별이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런 역사적 기반 하에서 캔디맨을 특권층에 의한 억압에 대한 엄벌로 표현한다.


세탁소 주인인 버크(콜맨 도밍고)의 대사에 주목해보자, 그가 설명하길 '한 사람이 아니라 흑인의 애환을 모아놓은 벌집'에 가깝기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1편의 개인에게 일어난 한 사건의 영역을 벗어나 이번에는 흑인 전체의 역사로 확장한다.




2. ‘흑백 대립’을 표현한 미술 기법


영화는 '빈부격차'와 '(인종적 편견에 의한) 유리천장'을 거울 이미지로 표현한다. 제작사 로고부터 거울을 반영한 대칭적 이미지를 등장시키고, 부감으로 시작하는 1편의 오프닝을 역으로 아래에서 빌딩을 쳐다보는 구도로 역전시킨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가 느껴지는 주거공간의 대비, 미술 작업실과 코인 세탁소의 대비, 흑인 예술가와 백인 평론가의 대립을 통해 거울상처럼 상반된 이미지로 영화 전체를 꾸민다.


앤서니의 화풍은 잭슨 폴록 같은 '추상표현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힙합문화의 일종인 ‘그래비티’와도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영화는 일관되게 ‘미술’로 대표되는 ‘흑인 문화와 백인 문화의 대립’으로 양식화되어있다. 즉 흑인이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낄 ‘후드(빈민가) 정서’와 ‘인종차별주의’로 영화의 개연성을 갈음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개연성 부족이나 이분법적 사고로 읽힐 공산이 크다. 게다가 Stop Asian Hate운동에서 보여준 흑인들의 태도에 그리 공감가지 않는다.




3. 소수자의 인정투쟁에서 공포를 끄집어내다가 메시지에 함몰되다.

인종차별의 상징 '캔디맨'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이느라 공포영화로써 장르성은 단조롭다. 공포영화답게 다뤄야 할 학살극이 다소 다급하게 마무리한다.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하고 전혀 무섭지 않다.


또, 영화는 앤서니와 브리아나 두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오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의 내면을 전달하는데 일정부분 실패했다. 감독도 이 약점을 의식했는지 강의하듯 구구절절 설명한다. 미국에 사는 현지인들이야 앞서 설명한 풍부한 텍스트로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이역만리 우리 한국인에게 너무나 낯설다. 우리에게는 괴담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려다가 도중에 주춤대다 싱겁게 퇴장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 (2.7/5.0)


Good : 캔디맨 괴담을 역사적 상징으로 확장하다.

Caution : 한국인에게 흑인의 후드 정서는 낯설다.


●많은 분들이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Say My Name”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다. 이 노래는 미덥지 못한 남자친구에게 혹여나 바람피운 것은 아닌지 추궁하는 내용이다. 이것을 캔디맨을 다섯 번 부르면 나타난다는 도시 전설로 절묘하게 환유(어떤 사물이나 대상의 특징을 말함으로써 연상 작용으로 그 사물이나 대상 자체를 인식하게 하는 기법) 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아임 유어 맨, 알고리즘의 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