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생각하는 제목이 없는 경우에는 <한국영화>,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 <청춘·성장영화>, <로맨틱 코미디> 편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60 : 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2012) 이용주
사랑도 인생도 리셋이 어렵다. 그래서 그저 과거를 안고 증축할 뿐이다.
#59 : 아는 여자 (Someone Special·2004) 장진
무심한 남자와 엉뚱한 여자가 ‘순정’이라는 왈츠를 앙증맞게 춘다.
#58 : 세 가지 색 연작 (Trois Couleurs1993)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베를린 영화제 은곰(감독)상
〈세 가지 색 연작〉은 로맨스에 빗대어 파랑(자유), 하얗(평등), 빨강(박애)의 프랑스혁명 이념을 탐구한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섬세한 연출, 피오트로 소보신스키의 유려한 촬영,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강렬한 음악, 줄리엣 비노쉬, 줄리 델피, 이렌느 야곱의 열연이 빚어내는 조화가 탁월하다. 매 편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상미학, 인간의 실존, 그리고 상실에 대한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완벽한 3부작으로 거듭났다.
#57 :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1991) 레오 카락스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의 사랑은 이토록 절박하고 처절했다.
#56 : 모퉁이 가게 (The Shop Around The Corner·1940) 에른스트 루비치
<유브 갓 메일>의 오리지널, 서로를 경멸하던 남녀 점원 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이 오래된 영화를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은 이유는 캐릭터가 재미있어서다. 악역마저 귀엽고, 대사 몇 없는 조연마저 일일이 챙겨준다.
앙숙끼리 사랑에 빠지는 티격태격 클리셰에 인간적인 숨결이 담겨있다. 왜냐하면 동화 같은 훈훈함 속에 생계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적절히 중화시켜 줘서이다. 냉정한 사회에서 현대인이 타인을 좀 더 진솔하게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든 인간소외를 겪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 서로에게 냉담하던 남녀주인공이 선의를 발견하고 애정이 싹트는 낭만이 주는 위로가 큰 이유다.
#54 : 사랑과 영혼 (Ghost·1990) 제리 주커
아카데미 여우조연·각본상
로맨스 장르의 외피에다 스릴러의 알맹이를 꽉꽉 채워 넣었다.
#55 : 더티 댄싱 (Dirty Dancing·1987) 에밀 아돌리노
젊은 날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환상적인 OST와 신명 나는 춤사위로 표현한다.
#53 : 사관과 신사 (An Officer And A Gentleman·1982) 테일러 핵퍼드
아카데미 남우조연·주제가상
미군 형법에 "Conduct Unbecoming An Officer And A Gentleman(신사이자 장교답지 못한 행위)" 조항에서 제목을 따왔다.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소외된 자와 패배자(Loser)에 관한 영화다.
이기적인 외톨이 '잭(리차드 기어)'은 깐깐한 훈련 교관 '폴리(루이스 고셋 주니어)'의 훈육을 통해 껍질을 깨고 성숙해진다. 여주인공 '폴라(데브라 윙어)' 역시 육체노동과 가난으로부터 구원해줄 미래의 장교를 만나길 고대한다. 주제가인 "Up Where We Belong(우리가 속한 저 높은 곳으로)"처럼 신분상승을 꿈꾸는 청춘들이 신사다움과 사랑을 배워나간다.
#52 : 본즈 앤 올 (Bones And All·2022) 루카 구아다니노
베니스 영화제 감독·신인배우상
공포 영화 중에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다룬 작품이 많다. 《본즈 앤 올》도 그렇다. 식인 취향의 매런(테일러 러셀)과 리(티모시 샬라메)을 아웃사이더로 규정한다. 스스로를 유별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을 모든 외톨이들에게, 영화 초반 “이런 사람은 나뿐인 줄 알았어”라고 말하던 매런의 대사에서 보편적인 사랑의 시간을 선사할 것임을 예고한다.
#51 :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2010) 데릭 시엔프랜스
‘결혼’이 이뤄졌던 선율과 ‘이혼’이 진행되는 곡조를 나란히 배치했다.
#50 : 45년 후 (45 Years·2015) 앤드류 헤이
결혼 45주년을 앞둔 케이트(샬롯 램플링)와 제프(톰 코트니) 부부는 작은 마을에서 평화로운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제프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하며 케이트는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물의 감정을 응축할 뿐 끝까지 억누르는 연출이 돋보인다. 세심하게 두 사람의 요동치는 속마음을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고 숨기기 때문에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49 : 루비 스팍스 (Ruby Sparks·2012) 발레리 페리스
어쩌면 제 멋대로 만들어놓은 기준 안에 상대방을 가둬놓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고 어물쩍 넘어간 경우가 많았을지 모른다.
#48 : 가을날의 동화 (秋天的童話·1987) 장완정
사랑이란 누군가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속삭인다. 유학생 '제니퍼(종초홍)'는 뉴욕에 이민 온 친척 ‘삼판(주윤발)’에게 의탁한다. 그는 낯선 도시, 뉴욕의 빈민가, 별다른 희망 없는 제니퍼의 상실감의 표정과 깊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질감을 느끼는 남녀의 궁상맞은 생활고 속에서 낙관적인 정서를 공유한다. 그런데 영화는 서로 마음이 교감하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고백도, 스킨십도 하지 않은 채 엇갈린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차용한 이별의 순간이 만들어낸 안타까움은, 결말에서 둘이 주고받는 아련한 미소를 통해서야 비로소 해소된다.
#47 :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2023) 셀린 송
산스크리트어로 '카르마'라 불리는 '업보(業報)'를 필름에 담았다.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테오)은 12년 단위로 두 번의 재회를 한다. 그 인연(因緣)은 고국과 어린시절을 상징하는 해성과 미국과 성인시절을 상징하는 남편 아서 사이로 엇갈린다. 전생과 현생 그리고 후생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한국이름 나영과 미국 이름 노라 모두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민자의 심정이 담겨있다.
#46 :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 (All That Heaven Allows·1955) 더글라스 서크
보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지만 전시된 선민의식과 속물근성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유한 미망인 캐리(제인 와이먼)이 젊은 정원사 론 커비(록 허드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로맨스는 론을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기는 캐리의 자녀들과 그녀의 상류층 친구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풍부하고 시각적으로 놀라운 촬영 기법, 사회 계급과 순응이라는 주제에 대한 탐구, 1950년대 미국의 엄격한 성 역할과 기대에 대한 비판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토드 헤인즈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들은 각각 《공포는 영혼을 먹는다》(1974)와 《파 프롬 헤븐》(2002)에서 이 영화에 경의를 표했다.
#45 : 러브 어페어 (An Affair To Remember·1957) 레오 멕케리
할리우드가 줄 수 있는 불멸의 로맨스이자 멜로 장르의 성지를 꼭 방문해보자!
#44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2017) 기예르모 델 토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작품·감독·미술·음악상
사랑은 ‘물’처럼 인종·성별·장애·국가마저도 초월할 수 있다.
#43 : 캐롤 (Carol·2015) 토드 헤인즈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동성애를 '사회병질적 인격장애(Sociopathic Personality Disturbance)'로 분류한 1952년의 사회규범에 용감하게 맞선다.
#42 : 피아노 (The Piano·1993) 제인 캠피온
칸 영화제 황금종려·여우주연상, 아카데미 각본·여우주조연상
에이다(홀리 헌터)는 말을 잃었고, 베인스(하비 카이텔)는 글을 모른다. 둘은 피아노를 통해 몸과 마음이 한마음 한뜻이 된다. 반면에 남편 스튜어트(샘 닐)는 피아노를 해변에 버려두고 집으로 가버린다.
서구사회에서 핍박받는 벙어리 여성과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남성은 음악으로 소통한 셈이다. 피아노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랑은 자기 자신을 알아봐주는 이와 나누는 것이고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양보했을 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41 : 클래식 (Classic·2003) 곽재용
마치 오래된 연애편지를 펼쳐보는 기분이 든다. 촌스러움과 고풍스러움은 한 끗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은 후자에 훨씬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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