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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29. 2021

이터널스, MCU식 문명사

Eternals (2021) 정보 결말 줄거리 노스포 후기

1.MCU가 새로이 쓴 창세기

페이즈4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이터널스>는 케빈 파이기는 'MCU를 현대의 그리스 로마 신화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에 선언하는 것만 같다.   

  

<이터널스>는 마블 세계관 안에서 인류의 문명사를 새로 쓴다. 영화는 ‘이카리스(리차드 매든)’와 ‘세르시(젬마 찬)’가 지구에 도착해서 썸을 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생소한 용어와 설정을 쏟아내는데 이전 MCU 25편을 모두 섭렵했어도 새로 받아들여야 할 정보라서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MCU 간 상호작용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정보량이 너무 많다. 대사로 관객이 쉬이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사건, 인물, 세계관, 용어가 마구마구 쏟아진다. 2시간 36분 안에 모조리 설명하려니까 액션과 유머가 종종 희생된다. 그래도 일단 액션이 펼쳐지면 우아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Time'과 예고에도 사용됐던 스키터 데이비스의 ’The End Of The World‘이 영화가 품고 있는 거대 담론을 상징한다. 영화는 약 7000년전 데비안츠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 셀레스티얼이 창조한 불사의 존재 이터널스가 수메르, 바빌론, 인도 굽타왕조, 아즈텍 문명, 히로시마에서 인류와의 발전을 돕는다. 즉 초기 미개했던 지구문명을 보고 그걸 관찰하던 외계인들이 문명을 전래해줬다는 외래문명기원설을 적극 활용한다.

   



2. 윤회에 기초한 윤리적·철학적·감정적 깊이를 갖춘 드라마

페이즈4·5의 빌런이 ‘정복자 캉’인 만큼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하려는 마블의 야심이 느껴진다.  이터널스가 7천년 간 지구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나 이터널이 왜 지금까지 어벤져스의 활약을 지켜만 보고 개입하지 않았는지? 어떤 계기로 이터널이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로 활약해야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본질적인 질문을 묻는다. 우리와 다른 것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해야할까? (인종, 젠더차별로) 인간 개개인의 가치를 무시하면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존중해야할까? 이 윤리적·철학적 고민들을 10명의 이터널마다 각자의 신념을 표명하며 감정적 상처를 서로에게 입히거나 당한다. 그러기 위해 <노매드랜드>에서 보여줬던 노장사상처럼 이번엔 ‘윤회’를 끌고 들어와 10명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다만, 한정된 러닝타임 내에 해결하려니까 윤리적·철학적 고민은 아쉽게도 가족(혹은 멜로)드라마로 축소되어버린다. <저스티스 리그>처럼 10명의 분량을 고르게 분배하려 하면서 캐릭터가 단선적이고 밋밋해져 버렸다. 비유하자면 어벤져스 맴버들을 영화 1편에 동시에 만났다면 이해하기 쉽다.


<이터널스>는 향후 MCU을 위한 내러티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의무가 막중하다. 이 영화는 교차편집으로 흐름이 단절되는 단점을 감정의 깊이로 상쇄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즉, <이터널스> 영화 한편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나 컸음에도 클로이 자오는 복잡한 구성을 유기적으로 담아내면서 어렵지 않게 친절하게 전달한다.



3. 왜 호불호가 나뉠까?

아리솀

클로이 자오는 매우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었고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케빈 파이기가 팀업무비가 아니라 만약에 클로이 자오에게 단독영화를 맡겼다면 마블이 원하는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중반까지 대화 장면이 다소 잦지만 이 많은 설명거리를 설득력 있게 다뤘다. 이터널의 존재의 의미를 찾는 여정은 그럴싸하나 이들이 겪는 고난에서 한데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토스(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터널스>는 문명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처럼 거리를 두고 관망하듯 스토리텔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연출방식이 많은 대사량과 잦은 플래시백과 결합해서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


또 자연 경관은 로케이션으로 촬영했음에도 액션시퀀스는 CG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예를 들어 마동석의 ‘K-싸대기’를 클로즈업으로 잡지 않고 풀 샷(전신) 혹은 미들샷으로 잡으면서 박진감이 다소 떨어진다.

  

클로이 자오는 사회에 미치는 여파를 전달하는데 능한 감독이지, <이터널스>처럼 극적인 사건 자체를 다루는데 능숙하지 않아 보인다. 또 캐릭터들의 특징을 짧게 요약하는 재능은 매우 뛰어나나 캐릭터를 활용하는 쓰임새 측면에선 아쉽다. 비전문배우(일반인 포함)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하는데 능해서 그런지 스타배우를 너무 자유롭게 풀어둔다. 감독의 의도대로 젬마 찬이나 리처드 매든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관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터널 간의 입장 차이에서 반전을 뽑아내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이야기 구조가 온전히 먹혀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 (2.9/5.0)   

   

Good : 마블이 만든 영화 중 가장 야심 찬 영화이다

Caution : 너무 많은 것들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

   

■쿠키는 2개이며, 원작 코믹스에 기초했지만 오리지널 스토리에 가깝다. 그리고 반전이 있어서 스포일러를 조심하면 좋겠다. 원폭을 피해자로 보는 늬앙스가 있어 주의바란다.


■마블리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방탄소년단의 ‘친구’가 흘러나와서 반가웠다. 참고로 길가메시는 수메르 신화에 모티브를 둔 캐릭터다.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기 때문인지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스신화의 헤파이스토스에서 유래한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MCU의 첫 LGBT 히어로이고, 우주에서 가장 빠른 존재인 마카리는 실제 청각장애인인 여배우 로런 리들로프가 연기했다.


■타노스도 이터널스이면서 데비안츠 유전자를 가진 돌연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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