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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04. 2021

퍼스트 카우*우정의 찬가

《First Cow 2019》 정보 결말 줄거리 후기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 피고위츠(존 마가로)’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오리온 리)‘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팩터 대장(토비 존스)‘이 키우는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의기투합한다. 맛있다는 소문이 마을 전체로 퍼지게 되고 팩터 대장마저 이들의 비스킷을 맛본다. 쿠키와 루는 위험한 장사를 계속 이어가게 된다.



1. 그 때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힘들다.

유골을 발굴하는 오프닝에서 서부개척시대의 초기 자본주의의 살벌한 생존경쟁이 오늘날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영화의 첫 장면엔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라는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인용된다. 그래서 <퍼스트 카우>는 ‘우정’을 테마로 한 우유를 훔치는 하이스트 무비다. 두 사람이 척박한 서부개척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우유를 훔쳐 돈을 버는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훈훈하다. 레퍼런스된 로버트 알트만의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처럼 도취적 자기애가 빚은 허무맹랑한 꿈을 향해 나아가느라 피할 수 없는 폭력적 결말을 예측하지 못한다.


다소 고상하게 얘기했지만, 영화의 주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두 사람의 동업 즉 ‘합명회사(合名會社)의 우화’를 통해 ‘먹고사니즘’ 생계의 어려움을 영화 곳곳에 빽빽하게 채운다. 노골적으로 ‘캐시 카우(현금창줄, 돈줄)’을 의미하는 제목을 지었다. 그럼에도 두 남자의 우정은 너무나 숭고하며 인간적이다.


영화의 주제는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모순 중에 하나를 콕 짚고 있다. 바로 '인간소외(alienation)'다. 자본주의는 쉽게 말해 인간의 노동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팔아 먹고사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역시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바로 노동시장, 즉 '취업'이다. 경기침체와 실업이 발생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경쟁하고 (이론적으로는) 인간성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설적이게 이 ‘우정에 대한 찬가’는 더 감동적이게 다가오게 만든다.



★★★★☆ (4.4/5.0)


Good : 약자들의, 이방인들끼리의 훈훈한 우정과 연대

Caution : 느릿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꿀잼보장


●합명회사란? 「상법」 제212조 제1항에 따라 무한책임(無限責任)사원으로 구성된 회사를 합명회사(合名會社)라 한다. 무한책임사원은 회사에 대하여 출자의무 및 회사채권자에 대하여 직접 연대하여 무한의 책임을 진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동업의 실패를 전부 떠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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