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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22. 2021

완다비전, 시트콤 형식의 심리공포극

WandaVision(2021) NO스포일러 후기

1.영화에서 소외받던 조연들의 내면심리를 부각시키다.

13년간 공유세계관 아래 26편의 영화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려는 케빈 파이기는 분명 놀라운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는 2시간 내외 한정된 러닝타임 내에 거대한 세계관과 방대한 인물 서사를 다루기에는 아무래도 물리적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케빈 파이기는 TV쇼라는 포맷을 심분 활용한다. 《완다비전》에서 캐릭터의 심리와 감정을 보다 심도 있게 조명하고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탄탄한 연기력 아래 완다 막시모프가 겪는 비극들로 인한 상실감과 분노, 슬픔이 생생히 전달된다. 폴 베타니의 인조인간다운 속을 알기 힘든 표정 속에 비전이 느낀 불안과 공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코믹스에서 스칼렛 위치는 스파이더맨 못지않게 불행한 캐릭터였는데 영화에서 조연이라 다뤄지지 않았던 내면묘사가 드라마에서는 전면에 등장한다.      


코믹스에서의 스칼렛 위치의 위험하고도 불안정한 심리와 강력한 현실조작능력을 매우 리얼하게 담아냈다. 어떻게 했느냐면 1950년대의 흑백 시트콤부터 90년대의 홈비디오를 거쳐 <모던 패밀리>에 이르는 미국 시트콤의 형식을 빌어서 ‘부적응성 백일몽’이라는 병리학적 접근을 재치 있게 다뤘다.


또 <캡틴 마블>의 ‘모니카 램보(티오나 패리스)'와 '헤이워드(조쉬 스템버그)' 국장대리을 비롯한 방첩기관 S.W.O.R.D.(지각 무기 관측 및 대응국)와 <앤트맨>의 FBI요원 ’지미 우(랜들 박)‘을 등장시킨 점이 신의 한수다. MCU 특유의 현실 정치-군사 분야와 결부시켜 사실성을 더하고, MCU 자체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융합시켜 전달력을 높이는 데에 성공했다.      



2.마블적인 클리셰!

《완다비전》 역시 마블답게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마블의 빌런이 왜 약할까? 마블이 관심 있는 것은 ‘영웅들의 매력’이다. 이것을 살리기 위해 완다가 저지른 사고와 혼란에 시종일관 동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완다의 범행동기는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사로 희석시키고, 악당을 물리침으로 면죄부를 얻는다. 특히 주인공을 방해하는 높으신 분 클리셰를 어떤 분이 어그로를 끌어주신 덕분에 그녀는 히어로로 포장하는데 성공한다.  


마블 히어로들은 그리스 신들처럼 완전무결한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은 때때로 실수하고 과오를 반성하고 더 분골쇄신하다. 토니 스타크도 어벤져스를 대신할 로봇을 만들다가 울트론으로 인해 소코비아 참극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1편의 플레이보이 백만장자가 <엔드게임>에서 고귀한 희생을 몸바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완다비전》은 완다가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간략히 건너 뛰어버리고 회차가 진행될수록 빌런과의 대결와 디즈니다운 가족애에 더 할애한다. 3회까지 보여주던 참신함이 6회를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히 진부해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3. 공유세계관의 근본적인 한계

공유세계관과 시즌제 드라마의 단점은 동일하다. 둘 다 결말을 모호하게 처리하여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남기는 미적지근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를 장기간 운영하기 위해 전편이 남긴 복선(떡밥)을 속편이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다람쥐 쳇바퀴가 끊임없이 도는 것과 같다. 새로운 속편제작을 위해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져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완다의 불안한 정서와 심리를 묘사하는 대신에 어느 순간부터 완다의 선한 본성과 안타까운 사연을 강조하며 빌런과의 액션에 집중하는 까닭은 앞서 설명한 대전제와 동일하다. 그녀가 저지른 웨스트뷰 사건은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와 <앤트맨과 와스프: 퀸터매니아>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지 스칼렛 위치의 불안정한 캐릭터성을 개발하는 것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장에서 설명한 캐릭터 개발이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작품 간의 연계가 긴밀해지기 위해 한 작품이 온전하게 매듭지으면 안 되는 한계가 작용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진 평론가가 MCU를 두고"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이지만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다."고 평가한 것 같다.  



★★★☆ (3.4/5.0)      


Good : 완다와 비전의 심리묘사

Caution :  속편을 위한 거대한 예고편    


●만약 저에게 다음 마블 영화를 보기 위해 《완다비전》을 봐야한다고 묻는다면? 전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드라마에 직접 등장은 하지 않았지만 소서러 슈프림이 언급되고, <닥터 스트레인지 인 더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 드라마의 아역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핀오프 드라마 《애거사 하크니스》가 제작되기 때문에 향후 페이즈4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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